▲ 자료사진 / 출처 = 더블스타 홈페이지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이들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9550억원을 제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다. 우리은행(14.15%), 산은(13.51%), KB국민은행(4.2%) 등 8개 채권은행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와 13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금호타이어 주가는 이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배수진’

13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날 자신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재계의 이목을 잡았다. 우선매수권자에게만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채권단에게 강력하게 전달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 관련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이 맺은 우선 매수권 약정 내용이 문제가 됐다. 약정 안에는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하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에게는 6개 회사의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우선매수권 포기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들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의 입장은 명확하다. 우선매수권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진 사실로, 지금 시점에 이 같은 주장을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제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거부할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권은 더블스타로 넘어가게 된다.

더블스타, 타이어 업계 진출 2002년···인수 성공시 ‘중국 내 1위 회사’

더블스타그룹은 1921년 설립돼 96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중심 성장 동력은 타이어, 관련 스마트 장비, IoT를 활용한 클라우드 네트워크, 부동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최고 신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타이어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당시 화칭그룹을 인수하며 트럭·버스용 타이어(TBR)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2005년 동펑타이어를 인수하며 승용차용 타이어(PCR)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산동성에서 사업을 시작한 더블스타는 칭다오와 시안에 2개의 타이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해 타이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TBR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강자다. 더블스타는 중국 내 5대 TBR 생산업체 중 하나로 광산업 전용 타이어, 중장거리용 타이어, 중단거리용 타이어, 도심 대중교통 버스용 타이어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방 차량용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PCR 경험이 짧다보니 해당 분야 경쟁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이 무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발 벗고 뛰어들게 된 이유다. 더블스타는 2014년 ‘글로벌 명성의 타이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기업 가치를 선포하며 타이어 업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친환경 타이어, 겨울용 타이어, SUV용 타이어, 레이싱용 타이어 등 다양한 PCR에서 세계 수준의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유일하게 전투기용 타이어를 만드는 업체기도 하다. 반면 과거 진행된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TBR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등에 5개의 연구개발(R&D)센터와 8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블스타가 노리는 것은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다. 그간 진행해온 기업 혁신 과정과 성장 경험이 금호타이어가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기 때문에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더블스타 측의 계산이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더블스타는 중국 내 최대 타이어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글로벌 타이어 업계 순위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 규모가 훨씬 적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한국에서는 판매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고, 한때 세계 10위권에도 들어간 적 있는 회사지만, 더블스타는 업력이 짧은 신생기업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하기도 했다. 더블스타가 영업현금 창출력이 떨어져 금호타이어의 재무 안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현재 더블스타의 총자산 규모는 1조원,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더블스타의 재무적 안전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 기대심리가 반영된 탓에 금호타이어 주가는 13일 연이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금호타이어 주식은 전일보다 6.69% 오른 8770원에 장 마감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회장 품에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룹측 발표로 더블스타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심리적인 투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금일 발표로 더블스타의 인수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나 4월13일 이전까지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며 “박삼구 회장의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시기는 아니다”고 내다봤다.

과거 쌍용자동차 사례와 같은 맥락에서 국내 기술의 중국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더블스타는 현재 매출 기준 세계 34위권 타이어 제조사인데(금호타이어 14위), 수출은 거의 없고 내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내 국영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자금조달 등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는 타이어 제조사가 300개 넘게 있다. 내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이를 기반으로 많은 기업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은 아직 미진한 상태”라며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가 넘어가게 된다면 승용 타이어 관련 기술 유출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금호타이어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점진적으로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