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광 큐브로이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코딩’, 요즘 이 단어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말한다. 업계에서 쓰던 용어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코딩을 배운다는 건 컴퓨터의 언어를 배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영국 정부는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가르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새 게임을 사지 말고 만들자. 최신 앱을 받지 말고 디자인하자”라며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전국 초중고교 코딩 교육 의무화를 실시한다. 우리 자손은 코딩이란 단어를 훨씬 많이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코딩이 뭔지 감이 안 온다면 이제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 ‘코딩 교육’의 일인자가 되고 싶은 기업이 있다. 큐브로이드 주식회사의 대표작 ‘큐브로이드’는 파랑, 빨강, 초록, 노랑색의 블록으로 이뤄진 사물인터넷 기반 코딩 교육용 장난감이다. 레고와 결합도 가능하다.

7호선의 끝자락 부천시 춘의동 춘의테크노파크 15층에서 신재광 대표를 만났다. 작은 사무실에 소니의 로보혼 장난감, 각종 레고, 외신 기사들에서 본 로봇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흰 글씨로 ‘큐브로이드’라는 영어 이름이 쓰인 까만색 후디를 입고 블록을 보여주는 그의 눈에서 자신감이 반짝였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23개의 조그만 블록들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는 ‘사물인터넷 기반 모듈러 로보틱스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원천 특허가 국내에 등록된 제품이다. 제네바 발명 전시회에서 은상을 받았고, 작년에 KDB 산업은행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큐브로이드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1달간 펀딩해 목표의 420%를 달성했다. 약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신 대표는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1~2시에 퇴근한다. 스스로를 ‘하드웨어쟁이’라고 말하는 그는 코딩과 친하지 않은 기자를 위해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직접 블록을 이어 붙이거나, 복잡한 회로기판을 보여주기도 했다.

큐브로이드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레 코딩을 익힐 수 있는 장난감이다. 블록에는 저마다 터치센서, 빛 센서, 스피커,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면 무선으로 조종 가능하다. 한 세트는 2개의 바퀴, 2개의 DC모터 블록, 1개의 근접센서 블록, 8개의 일반 블록, 12개의 연결 블록으로 구성됐다. 전자블록 안에 회로들이 들어갔다. 레고처럼 간단히 블록들을 끼우는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어 여러 형태와 기능을 가진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 USB케이블과 충전 어댑터를 통해 블록을 충전할 수 있다.

큐브로이드의 잠재력을 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23개의 조그마한 블록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7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신재광 큐브로이드 주식회사 대표는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017 전시장의 대형 전광판에서 빛나던 큐브로이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큐브로이드는 약 10분간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소개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나가던 길목 맨 앞에 위풍당당하게 자리했다. 4일간 열리는 대회 이튿날 가져갔던 제품이 모두 판매됐다.

▲ 신재광 큐브로이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간단하게, 쉽게, 재밌게, 창의적으로! 코딩 교육용 장난감 ‘큐브로이드’

큐브로이드 주식회사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5년 5월 설립됐다. 완성품을 만드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신재광 큐브로이드 대표는 ‘간단하고(Simple), 쉽고(Easy), 재밌고(Fun), 창의적인(Creative)’ 4가지를 경영철학으로 꼽았다. 그는 큐브로이드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놀이 교육 도구’라고 표현했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2015년 처음 1억원을 투자받고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를 창업하기 전 유아교육 분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에서 개발자로 4년 정도 일했다. 대학교 때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99년 디딤돌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구글이 막 태어나던 시점 졸업을 했다. 앱 개발에 관심이 있던 그는 앱만 300여개를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등장하기 전 인기를 구사했던 후토스 공동설립자기도 하다. 지금처럼 게임, 유튜브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부터 그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인생이 달라지게 된 계기는 ‘아두이노’를 배우고 나서부터다. 아두이노는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단일 보드 마이크로컨트롤러다. 아두이노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기초가 되는 제품이다. 하드웨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다. 다수의 스위치나 센서로부터 값을 받아들여 LED나 모터와 같은 외부 전자 장치들을 통제하며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큐브로이드는 제조업 기반이다. 1년을 개발에 몰두해 시제품이 나왔다. ‘아두이노’를 작게 넣어 만든 최초의 제품이다. 안에 들어있는 모듈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 로보틱스 기반 기술이다.

코딩 교육 받은 아이들, 뭐가 다를까?

오는 2018년부터 중, 고교,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신 대표는 “코딩 교육이 당연해지고 있다. 교육을 받아 코딩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라며 “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할 줄 아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차이만큼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딩 교육 의무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에는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드웨어들이 앞으로 다 모듈화될 것이다. 자신이 사고 싶은 하드웨어를 구입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한 5~10년 뒤에는 자신이 스스로 코딩해 자기만의 로봇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딩 교육이 당장 필요하진 않겠지만 분명히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암기 기반의 교육 환경에서 창의력이 기반이 되는 코딩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계속 풀어갈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다. 첫째가 11살인데 특별히 코딩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걸 하게 내버려두는 특별한 교육관’이라고 덧붙였다.

큐브로이드는 8세를 기준으로 제작됐다. 위아래로 4살씩 즉 4세부터 13세까지 쉽게 조립해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코딩을 배우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현재 2세대 큐브로이드를 제작하고 있으며 추후 인공지능을 탑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 대표는 “인공지능은 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아마존의 ‘알렉사’를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꼽았다.

▲ 큐브로이드 앱 조작하는 신재광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레고처럼 지속 가능한 사업 꿈꾼다”

속출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들 속에서 큐브로이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뭘까. 신 대표는 “콘텐츠와 UX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콘텐츠와 기반 기술을 보호하려면 IP(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금방 중국 기업들이나 다른 기업들에서 카피캣이 등장한다. MWC2017에서 큐브로이드를 사간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같은 업계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큐브로이드는 인포뱅크 측과 그물 특허를 하기로 했다. 그물 특허란 여러 개의 특허를 통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허 하나만으로는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기에 여러 각도에서 관련 특허를 모두 출현한다.

원천 기술이나 모듈 등을 개발하는 건 스타트업들에겐 자살행위라고도 덧붙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생산단가가 매우 싸다. 한국에서 7000원에 만드는 것을 중국에서는 3000원에 만들 수 있다. 그는 “칩이나 모듈 개발은 스타트업에게는 자살행위다. 대신 디자인, 서비스, 아이디어, 콘텐츠 등에 집중해야 게임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빠듯한 스타트업으로서 아쉬운 점도 털어놓았다.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 블루투스 인증을 받는 데 블록 종류 하나당 300만원이 들어간다. 총 9개의 종류를 인증받으려면 몇천만원이 든다”며 “인증비가 비싸서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들이 투자해 동일한 블록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로 ‘레고처럼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매체 <인디펜던트ie>에서 큐브로이드는 ‘BEST 가젯5’에 뽑히기도 했다. 각종 외신에서도 큐브로이드를 주목했다. 그는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 기자가 큐브로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하며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사람들이 MWC2017에서 큐브로이드를 구매했다. 큐프로이드가 필드 테스트를 통해 인정받은 것 같았다. 앞으로 계속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얻었고, 제품에 대한 확신성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 이정경 큐브로이드 CTO. 출처=큐브로이드

이정경 CTO “큐브로이드는 우리 자식, 잘 키우고 싶은 마음뿐”

이정경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대학 시절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15년간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한 베테랑이다. 현재 인공지능을 탑재해 좀 더 ‘재미’를 추구하는 3세대 큐브로이드를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신 대표와는 오래된 친구로 큐브로이드에는 작년부터 합류했다.

3세대 큐브로이드에는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가 탑재될 예정이다. 그는 “알렉사는 UX(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매우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며 “앞으로 3세대는 큐브로이드는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고, 누가 지나가는지 확인도 되는 유아용 인공지능 블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들 목표가 똑같은 게 우리 회사의 장점”이라며 “아이들이 재미있고 가지고 놀 수 있는 큐브로이드를 만드는 것.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CTO는 회사의 정점으로 “의사결정이 굉장히 빠른 점”을 들었다. 바로바로 얘기해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점, 이를 뒷받침해주는 수평적 분위기를 칭찬했다. 반면 아직 스타트업이라 좋은 복지, 업무 환경 등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에도 계속 일이 있고, 새벽에 일을 마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모두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불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데 다들 고생이 많았다. 특히 신 대표가 고생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큐브로이드는 우리 자식이다. 이걸 좀 잘 키워보고 싶다”며 “큐브로이드 하면 코딩, 코딩 블록 하면 큐브로이드, 이렇게 인식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