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스토리텔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선호되는 전개다. 선한 주인공(들)은 온갖 역경을 견뎌내 결국 악한 세력들을 이기고 값진 승리를 쟁취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뻔한 듯 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언제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많은 이들의 염원이 빛을 발한 역사적인 날, 조금은 시간이 지난 영화지만 다시 찾아보면 이전보다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소개한다.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보다 극중에 나오는 OST로 더 많이 알려진 영화다. 사실상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프랑스 혁명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왕정의 폭압에 맞선 시민 혁명군의 눈물겨운 투쟁을 잘 담아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본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장 발장(Jean Valjean)>이다.
영화는 주인공 장발장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끔찍한 감옥 생활을 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 프랑스 혁명 당시 왕정 및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일상이 단적으로 표현된다. 장발장의 딸 코제트와 시민 혁명군 청년 리더 마리우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절망적 상황 가운데서의 한 자락 희망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절정인 프랑스 혁명은 결국 시민 혁명군의 승리로 끝이 나고 장발장은 온갖 어려움 끝에 사랑의 결실을 이룬 딸 코제트의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게 된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기 때문에 다소 생소하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지만, 프랑스 혁명 장면에서 시민들이 목 놓아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OST 속의 가사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한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그대는 들리는가! 성난 민중들이 부르는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연작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다. 이전의 작품들인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에서는 영웅 배트맨의 탄생과 고뇌를 다뤘다면, 이 작품은 악당 ‘베인’에게 일격을 당한 배트맨이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재기해 베인에게 승리를 거두고, 무질서상태에 빠진 고담시를 구해내는 과정들을 담았다.
이전까지의 악당들이 고담시에 대한 테러 정도로 끝났다면 본 작품의 악당 베인은 아예 도시의 행정권, 군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든다. 배트맨을 한 번 이긴 베인은 고담시 감옥에 갇힌 모든 범죄자들을 풀어주고, 그들을 구속했던 경찰들을 잔혹하게 숙청하며 공포로 통치한다. 이 때 구사일생으로 재기에 성공한 배트맨은 고담시에 숨어서 저항운동을 펼치던 경찰들과 힘을 합치고 결국 베인을 포함한 악의 잔당들을 모두 제거한다.
극중에서 배트맨이 고든 형사에게 전하는 대사 한 마디는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Anyone can be a hero, Even a Man who coat around young boy's shoulder's to let him know the world hadn't ended"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어요. 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며, 아직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도 영웅이죠)
원피스 극장판 8기 - 사막의 공주와 해적들(砂漠の王女と海賊たち, 2007)
1999년 처음 출시돼 약 20여년의 시간 동안 전 세계에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하고 있는 만화 ‘원피스’의 9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원피스 tv판 애니메이션 <알라바스타 편> 92화~130화의 내용을 한편으로 축약했다. 본 작품은 어둠의 조직 바로크워크스의 협박에 농락당하면서 혼란에 빠진 사막의 왕국 알라바스타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대로 알라바스타를 다스려 온 네펠타리 왕가는 훌륭한 정치를 통해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적 ‘크로커다일’이 이끄는 조직 바로크워크스가 등장해 왕가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크로커다일은 왕을 협박해 정치에 개입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나라의 모든 재화를 바로크 워크스의 손아귀에 넣고자 한다. 이 때 알라바스타를 방문한 주인공 루피 해적단은 홀로 외로운 저항운동을 하고 있던 왕국의 공주 ‘비비’를 도와 바로크워크스의 간부들과 크로커다일을 물리치고 왕국의 평화를 되찾는다.
크로커다일의 농간으로 나라가 두 세력으로 갈려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는 알라바스타 국민들을 향해 울부짖는 공주 비비의 절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를 장악하고 혼란에 빠트린 악의 세력을 몰아내는 본 작품의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