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 /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각각 중형 세단 대표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며 내수 시장에서 맞붙었다.

르노삼성 SM6와 한국지엠 말리부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선전하자 당초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던 현대차가 쏘나타의 상품성을 개선하며 1위 수성에 나선 그림이다.

지난해에 이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의 판매와 영업실적을 좌우한 ‘관전 포인트’로 준대형차인 그랜저가 지목받고 있다. 이들의 고객층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쏘나타 뉴 라이즈’ 칼 뽑은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3월8일 LF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디자인을 변경하고 현대 스마트센스 등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해 상품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2.0 터보 모델에는 국산 중형차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상품성을 개선하면서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실제 2.0 가솔린 모델을 포함한 대부분 라인업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했다. 파워트레인이 개선되고 편의사양이 추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2.0 터보 모델의 경우에도 8단 자동변속기 같은 첨단 장비를 적용하고도 인상폭을 33만~63만원으로 제한했다.

▲ 르노삼성 SM6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현대차가 내린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30년 넘는 세월간 ‘국민차’로 선전해온 쏘나타지만,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중형 세단 시장 규모 자체가 많이 작아졌다. 과거에는 대부분 운전자들이 준중형차-중형차-준대형차 순서로 차량을 구매했지만 SUV 시장이 급성장하며 이같은 공식이 깨졌다. 승용차 판매 중 SUV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며 설 자리가 좁아졌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SM6와 말리부라는 ‘대박 신차’를 연이어 론칭한 것이다. 말리부의 경우 한국지엠의 안일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출고지연 등 현상이 나타나며 쏘나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SM6였다.

▲ 쉐보레 올 뉴 말리부 / 출처 = 한국지엠

2016년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SM6는 12월까지 5만7478대가 팔려나갔다. 월 평균 판매는 5747대에 이른다. 같은 기간 쏘나타는 7만80대가 출고됐다. 월 평균 7008대가 팔린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판매가 65만8642대고 르노삼성은 11만1101대를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SM6의 승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심지어 법인차인 택시 수요를 제외한 자가용 수요는 SM6가 쏘나타를 누르고 있다.

‘관전포인트’ 떠오른 그랜저

현대차가 예정보다 빠르게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또 한가지 변수가 생겼다. 자사의 ‘대박 신차’ 그랜저가 중형 세단 고객까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그랜저는 매월 1만대 이상 출고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로 급부상했다. 2017년 1~2월 이미 2만1499대가 출고됐다. 그랜저의 활약 속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준대형차 시장은 올해 1~2월 3만1474대 규모로 성장했다. 전년 동기(2만142대) 대비 56.2% 뛴 수치다.

▲ 현대차 그랜저 / 출처 =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가격은 2620만~4160만원으로 쏘나타 뉴 라이즈(2255만~3253만원), SM6(2360만~3260만원)와 일부 겹친다. 게다가 SM6는 ‘프리미엄 중형차’를 표방하며 상위 트림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고, 쏘나타 역시 터보 라인업에 새로운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등 높은 가격대의 모델의 상품성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

간섭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SM6의 올해 1~2월 판매는 7429대로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을 밑돌았다.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던 쏘나타(8437대) 판매는 지난해 동기(1만2123대) 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사실상 신차 효과가 끝난 쉐보레 말리부도 두 달간 6835대가 출고되는데 그쳤다.

결국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일정 수준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중형 세단 시장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면서 그랜저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랜저 주 고객층이 30~40대로 젊어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그랜저의 ‘폭풍 질주’가 계속될 경우 중형 세단 시장 규모는 앞으로 정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 터보 / 출처 = 현대자동차

한편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회복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체 측이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9만2000대로 공격적으로 책정한데다 ADAS 옵션 채택률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까지는 현대차가 경쟁을 위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공격적으로 제공했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