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오히려 빛을 발하는 기업이 있다. 이들의 가치는 위기 대응 능력으로 평가된다. 2008년 이후 두 번째 금융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안한 행보에 국내 금융·증권업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을까.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가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더니 올해는 글로벌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경기 둔화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최근에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며 설상가상의 국면을 맞이했다. 위기가 유로존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이맘때 일어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금융·증권업계에 특히 높다. 금융업계는 자금 건전성 악화 문제로, 증권업계는 증시 폭락의 리스크로 인한 고민이 깊은 까닭에서다.

국내 금융·증권업계도 원화가치 급락과 주가 폭락의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 금융당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섣불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충격 흡수능력 비교’에 관한 보고서는 의미가 깊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재정위기 충격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을 2008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이 상당히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은행의 경우 순이자마진(NIM)등 핵심 영업이익이 개선됐고, 기본자본 등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졌으며 외화 자금 조달 관리 강화로 인해 외화유동성 사정도 개선됐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상반기 금융·증권업계 실적, 그중에서도 영업이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신한·우리금융 여신관리 신상품전략 주효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약 1조88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4대 금융지주사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651억원에 비해 38.4%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상반기 실적 면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로 대출·예금성장률과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의 개선을 꼽았다.

올해 6월 말 원화대출금은 133.6조원, 원화예수금은 131.7조원으로 대출성장률과 예금성장률이 각각 4.7%, 4.1%의 플러스세를 기록했다. 또한 2분기 그룹 NPL은 1.42%, 은행 NPL은 1.28%로 전분기 대비 각각 0.20%p, 0.25%p 개선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상반기 1조29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7538억원보다는 71.6% 증가한 성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증가의 원인으로 특별한 자사 정책이나 시스템 개선보다 ‘특화된 상품 출시’를 꼽았다. 그 예로 서민금융안정을 위해 출시한 ‘마이스타일 모기지론’ 상품은 지난 8월 말 1조 7779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지주그룹의 순이익 달성에는 현대건설 매각이익이 크게 일조했다. 2분기 현대건설 지분 매각으로 인해 신한은행에는 3520억원, 우리은행에는 9608억원의 매각차익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증권 자문형 랩·IPO 실적 발군

증권사 실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실적 중 영업이익률 면에서 11.45%로 최고를 기록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636억원을 실현해 타사 대비 높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업체로 평가된다. 특히 자사 ELS(주가연계증권), 랩어카운트 상품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 관계자는 실적 호조에 기여한 효자상품으로 ‘삼성POP골든에그어카운트’를 꼽았다. 이 상품은 지난 8월 출시된 지 보름 만에 가입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골든에그어카운트는 국내외 장기채권과 ELS, 절대수익추구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결합해 3년 이상 투자 시 연 7~8% 정도의 기대수익을 목표로 설정했다. 위험자산은 어떠한 경우에도 40% 이하로 제한하고, 기존 주식 및 펀드 계좌와 독립된 계좌로 운용하는 등 안정성을 대폭 강화한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인플레 우려를 헤지할 수 있어 높은 위험 부담을 회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올해 1분기 실적 1위를 기록해 증권업계 중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보인 업체는 현대증권이다.

현대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939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업계 선두를 유지했다. 이 같은 실적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가 높은 기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56%, 당기순이익이 153%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실적 이익에는 일회성이익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현대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증권 역시 4대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2분기 연속 현대건설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당기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증권은 지난 4월 현대건설 주식 57만3000주를 현대자동차그룹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총 639억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자산관리 수익도 증가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IB(투자은행) 부문에서 IPO(기업공개) 부문 실적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특히 현대증권이 위기 극복을 위해 강화하는 부분은 리스크 관리다. 모든 투자, 상품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것. 판매할 상품은 시장 상황에 맞춰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대응책 중 하나다.

현대증권의 효자상품은 ‘현대그룹플러스펀드’다. 범현대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로, 출시 이후 2년간 57.72%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작년에는 이 상품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