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콘텐츠 및 플랫폼, 나아가 연합체적 성격의 MCN(Multi Channel Network)을 필두로 스펙트럼 확장의 개념인 MPN(Multi Platform Network)의 시대까지 빠르게 열리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원적 의문과 시장의 연속성, 이커머스와 같은 다양한 실험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MCN은 어디까지 왔으며, 또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CN 시장의 규모는 최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뜨거운 불꽃이 이미 라이브의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던 아프리카TV를 만나 나름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 라이브 방송의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현상은 트래픽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분석이다.

외국에서는 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MCN 업계를 향한 레거시 미디어의 구애가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왕홍 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본질적인 의문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했으나 그 이상의 가치를 조심스럽게 타진할 수 있는 산업. 현재의 MCN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그 이상의 퀀텀점프가 관건이다. ‘다음을 노릴 수 있는가.’

▲ 출처=픽사베이

어떻게 흘러왔나

MCN산업협회는 지난 8일 창립 1주년 총회 세미나를 열어 현재의 MCN을 돌아보는 한편, 기존 미디어와의 차별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연사로 등장한 송민정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비디오 라이브 시대의 국내 콘텐츠 유통에 있어 포털의 존재감에 주목했다. 유튜브와 분쟁을 벌이던 지상파가 국내 포털과 협력해 2015년 SMR(스마트미디어랩)을 설립한 후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바탕으로 MCN의 비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SMR의 등장으로 인해 포털은 광고와 관련된 전권을 지상파에 빼앗겼으며, 15초 광고 등 이용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사용자 경험을 가지게 되어 나름의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트래픽이 생성되는 포털의 플랫폼적 성격은 그 자체로 MCN 업계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을 봐도 포털만큼 기민한 유통전략을 내세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평가다. 송민정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방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삼아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내 미디어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미디어 기업 중 저작권 구매, 직접 제작 등 콘텐츠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은 포털이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서 네이버는 콘텐츠 투자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네이버가 보여주는 두 개의 정책적 방향, 즉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과 스몰 비즈니스 방법론과도 일정 정도 오버랩된다. 확실한 중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방식과, 한성숙 신임 대표의 장기인 스몰 비즈니스에서 창출된 ‘개미들의 협공’이 고스란히 비디오 라이브 콘텐츠 유통 전략에도 묻어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 최근 개국한 카카오TV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바일 메신저 중심의 생태계를 짜고 있는 분위기다. 텍스트에서 이미지, 비디오, 비디오 라이브로 넘어가는 최근 트렌드를 확실하게 인지한 가운데 최근 카카오는 개인에 ‘다이렉트’로 꽂히는 모바일 메신저의 기능을 백분 활용해 모바일 동영상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네이버 브이와 최근 리브랜딩한 네이버TV가 철저하게 전문가 중심의 협력을 중시한다면, 카카오TV는 MCN의 기본적 속성인 1인 크리에이터에 한 발 더 다가선 분위기다.

▲ 출처=픽사베이

“특유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중요하다. 최근 급격한 변화의 변곡점을 돌아 나름의 틀을 짜기 시작한 MCN은, 과연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가. 송민정 교수는 MCN의 발전이 OTT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교한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고 시장적 측면이 핵심이다. 바로 MCN의 타깃 그룹 확장과 플랫폼 다각화, 또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확대다.

흥미로운 담론이 나온다. 송민정 교수는 멀티 플랫폼적 측면에서 1인 크리에이터와 MCN 업계, OTT 플랫폼의 상관관계를 확실하게 짜야 한다고 봤다. 1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나름의 영향력 지수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 MCN, OTT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MCN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마케팅 전술을 짤 것도 주문했다. 기존 광고 방식과 MCN 마케팅 포인트는 엄연히 다르며, 고객이 MCN의 광고를 스스로 찾아오는 지점에 집중한 셈이다. MCN에서는 소비의 흐름이 고객에서 광고, 제품으로 흐르는 것에 착안해 이 부분을 더욱 고도화시키면 MCN만의 특화 광고 전략 및 마케팅 전술을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국내 MCN 콘텐츠 비즈니스 활성화 정책의 첫 단계로 자막 제작 지원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시장 전략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송민정 교수는 MCN 업계의 생태계 조성과, 이를 바탕으로 광고론 측면에서 MCN의 장기를 충분히 살려야 비전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출처=유튜브

특이점은 인공지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MCN은 MPN의 방식으로 흐르며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사업, 그리고 다각화의 목표를 추구하는 플랫폼의 강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OTT까지 아우르는 별도의 플랫폼 전략이 MCN 다각화의 트렌드와 연결되면 나름 촘촘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생태계가 1인 크리에이터의 역량 및 팬덤에 집중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연장선이라는 점과, MCN의 콘텐츠 및 플랫폼 분리 현상이 가져올 나름의 변화까지 아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CN이 1인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거나, 1인 크리에이터가 태생부터 MCN의 탄생을 주도하는 방식 등 MPN의 정체성도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 및 기존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파편화 현상에서 카카오TV의 경우 결제툴 탑재 등의 방식으로 MCN이라는 ‘중간거래’를 빼고 1인 크리에이터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까지 벌이고 있다.

결국 특이점의 시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 진출, 크리에이터의 역량과 기획 능력의 승부수, 광고적 측면에서 MCN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 등은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생존을 여전히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MCN만의 매력적인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