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삼성물산 패션부문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4계절이 있지만, 계절에 따른 날씨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패션 스타일 역시 경계가 사라지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와 맞물려 코트를 입기에는 기온이 높고 카디건만 입기에는 추운 날씨에 대비할 수 있는 똑똑한 패션 스타일 역시 인기다.

남녀의 성별에 따른 패션의 경계도 허물어진 모습이다. 로퍼나 슬렉스 바지를 찾는 여자, 봄에 어울리는 핑크톤의 셔츠를 구입하는 남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계가 분명했던 패션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 간 봄과 여름 사이인 간절기가 짧아지고 3월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꽃샘추위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가볍고 보온성이 좋아 실용적인 ‘코디건’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디건은 코트와 카디건의 합성어로, 코트보다 가볍고 얇으며 카디건보다는 보온성이 좋은 새로운 형태의 의류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총 60개 브랜드에서 판매한 코디건 매출이 150억원이었다. 이는 트렌치코트 판매량보다 1.5배 높은 수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코디건 상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를 전년보다 20개 이상 늘리고 재킷형, 니트형 등 다양한 스타일을 새로 기획해 물량도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전지점에서 코디건 페어 행사를 진행, 소비자의 수요에 맞대응 한다는 계획이다.  

▲ 출처: 롯데백화점

경계가 없는 패션은 남녀에게도 적용되는 게 요즘의 트렌드다. 남성과 여성을 초월해 ‘중성성’을 표현한 ‘젠더리스(genderless)룩’이 뜨고 있는 것이다.  

젠더리스룩의 예를 들면 남성들이 핑크톤의 라운드티, 리본으로 연출한 셔츠, 액세서리, 클러치백을 구매하는 것이다. 여자들의 경우에는 남성미가 있는 정장스타일, 오버코트, 로퍼 등으로 패션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종합온라인쇼핑몰 AK몰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6년 1~12월) 회원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젠더리스룩 관련 패션 아이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정장스타일의 여성용 슬랙스 매출의 경우 약 6배 가까이(512%) 급증했고, 오버사이즈 코트 매출은 2배(101%), 일자바지는 1.5배(50%), 와이드팬츠는 1.2배(20%) 매출이 뛰었다. 의류를 포함해 여성용 로퍼의 매출도 1.5배(50%), 워커는 1.6배(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핑크톤 라운드티, 셔츠 등의 남성의류는 약 3배(279%) 이상 올랐고, 남성 액세서리 커프스는 2배(100%), 남성 화장품의 전체 매출은 1.31배(31%), 남녀공용 라운트티 매출도 약 4배(324%) 늘었다. 남녀공용 패딩도 1.57배(57%)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1월 한달간 패션 아이템 매출에서도 여성용 슬렉스 1.62배(62%), 남성 화장품 1.23배(23%), 남녀공용 라운드티 2.13배(113%) 증가하면서 ‘젠더리스’ 패션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기에 업계에서도 관련 트렌드에 따른 패션을 올해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글로벌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2017 S/S 시즌 GD(빅뱅 지드래곤)만의 감성을 담은 스트리트 무드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젠더리스 콘셉트의 트렌디한 아이템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여성 라인은 라이더 재킷, 슬릿 원피스 등으로, 화려하고 개성있는 플라워 패턴의 원피스와 라이더, 봄버 재킷 등으로 걸리시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남성 라인으로는 핑크 데님 트러커, 스트라이프 티셔츠, 그래픽 풀오버 등이 눈길을 끈다. GD를 상징하는 ‘Dragon’ 로고와 러프한 실루엣으로 트렌디한 느낌을 더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는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맞아 ‘시그니처 20(SIGNITURE 20)’ 컬렉션을 선보였다.

시그니처 20 컬렉션은 보브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그동안 사랑 받았던 대표 제품들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 더 세련된 디자인과 스타일링으로 탈바꿈 시켰다.

특히 뉴욕에서 촬영한 ‘#VOV20’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는데, 보브의 태생이었던 1997년 ‘젠더리스’ 콘셉트를 2017년 보브의 ‘보더리스’ 콘셉트로 재해석 해 전 연령대가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더욱 주목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패션 트렌드는 남녀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남녀 경계 없는 크로스 쇼핑’과도 맞물리면서 관련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며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여성의 경우 마치 남성의 옷을 빌려입은 듯 한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었을 때 안에 옷을 레이어드 해서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스타일 활용도가 높고 날씨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