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위키미디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커넥티드 자동차를 해킹하려 했다는 사실이 지난 7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됐다.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CIA는 자동차 통제 시스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자동차 감염 실험의 목적은 확실치 않다.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커넥티드 자동차를 해킹하면 아무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번 폭로로 커넥티드 자동차에 대한 경각심이 더 높아졌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를 인용, CIA가 자동차 시스템과 QNX의 자동차 통제 시스템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QNX는 블랙베리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CIA는 자동차 시스템과 QNX를 ‘잠재적 미션 영역’으로 표기해 놨다. 인포테인먼트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QNX 통제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포테인먼트다. QNX측은 “우리 제품은 다중 구조로 되어 있으며 보안을 중시한다”면서 “해킹 위험을 낮출 제품”이라고 했다. 커넥티드 자동차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네트워크 부분을 고려했을 때 가장 약한 부분이 보안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컴퓨터가 핸들과 도로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커넥티드 자동차는 해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완전자율 주행차의 핸들과 브레이크를 고장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킹을 당하면 운전자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조종권을 다시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로저 랭토트(Roger Lanctot)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 자동차 컨설턴트는 “자율주행을 실현하려는 자동차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해커들의 타깃이 되는 자동차가 늘어난다는 얘기”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 커넥티드카 보안 위한 노력

로이터는 이번 폭로 전부터 보안 업계는 자동차 보안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연구자들이 무선 연결로 ‘지프 체로키’의 엔진을 끄는 실험을 했다. 실험이 성공하자 피아트 그룹은 140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사이버 보안 연구자들이 테슬라 모델S를 해킹했다. 먼 거리에서 브레이크와 트렁크를 움직이게 했다. 해킹 시연 이후 테슬라는 오류를 찾아내 수정했다. 테슬라측은 당시 관련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크 웨이크필드(Mark Wakefield)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 자동차 부문 글로벌 장은 테슬라와 지프의 해킹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해커들이 신용카드 숫자,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운전자의 사적 정보를 제 3자에게 노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또한 안전과 크게 관련 없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안전과 직결되는 운전 통제 시스템 사이 벽을 만들고 있다. 해킹으로 브레이크 같은 통제장치가 고장 나는걸 막기 위해서다.

‘오버더에어’(over-the-air) 기술도 있다. 테슬라는 오버더에어를 처음 적용한 기업이다. 오버더에어는 커넥티드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선으로 실시하는 기술이다. 일부는 업데이트가 해커의 침입 도구가 된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와 다른 여러 업체는 보안 업그레이드가 해킹을 막을 수 있는 중요 수단이라고 여긴다.

현재 커넥티드 자동차에는 ‘온보드 진단기’(OBD-II)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온보드 진단기는 차량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장치다. 여러 계측과 제어를 위한 센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ECN(Electronic Control Unit)에 의해 제어된다. 자동차에 부착된 센서들로부터 ECU로 전달된 자동차 주요 계통에 대한 정보나 고장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직렬 통신기능을 이용, 수집된 정보를 자동차 콘솔이나 외부장치에서 볼 수 있게 한다. 현재 수백대의 자동차 부품에 보험상 필요나 안전 문제로 탑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지난해 3월 “온보드 진단기가 들어간 장치의 보안은 중요하다”라며 “온보드 진단기는 해커들이 자동차 시스템과 운전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랭토트는 “해킹이 탐지됐을때 자동차를 꺼버리는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