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순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과거 ‘부의 상징’ 혹은 개성 표출을 위한 창구 중 하나였던 수입차가 이제는 대중적인 소비재로 탈바꿈했다. 판매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누적 등록대수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억 소리’나는 고급차들이 도로 위를 점령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수입차 고속성장의 선봉에 선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다. 연간 판매량이 5만대를 넘기며 국산차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7000만~8000만원 수준의 E-클래스는 2000만원대 국산차만큼이나 많이 팔린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벤츠의 성공은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다. ‘좋은 차’를 들여오며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포장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같은 대형 사건도 벤츠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 200대가량의 벤츠 차량이 신규 등록되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다음 단계로 정한 목표는 ‘내실 다지기’다. 지난해 영업일선을 압박해 외형성장을 극대화한 만큼, 올해부터는 네트워크 확충과 한국 시장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체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공격적으로 AS망이 늘어나는가 하면 국내 통신기업 KT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개발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실 다지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벤츠코리아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을 ‘벤츠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자료사진. 벤츠 S-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공격적 확장

벤츠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에서 무서울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영업일선에서 판매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벤츠는 2015년 국내 시장에서 4만6994대의 자동차를 팔아 경쟁자인 BMW(4만7877대)에 살짝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전까지도 BMW에 뒤쳐진 ‘만년 2위’였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2016년이었다.

2015년 9월 벤츠코리아 대표로 새롭게 취임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판매 확대를 위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영업 전선에 압박이 들어갔고,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병행됐다.

그 결과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5만6343대의 차를 판매하며 왕좌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5%를 넘겼다.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는 벤츠라는 얘기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 2017년 1~2월 벤츠의 판매량은 1만2382대다. 월 평균 판매량은 6000대를 넘겼으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7.6%까지 올랐다.

▲ 벤츠 부산 북구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 같은 상황에 벤츠가 택한 전략이 내실 다지기다. 전시장·서비스센터 등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게 첫걸음. 신차 교체주기가 도래한 뒤, 고객이 또다시 자사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쉽게 차를 사고, 물어보고, 고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벤츠코리아는 2월 17일 부천 전시장을 열었다. 경기 서부 최초의 전시장으로 총 6대의 차량 전시가 가능하다. 1월 26일에는 6대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구리전시장도 개장했다. 1월 13일에는 전라남도 순천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대규모 시설을 갖춘 전시장·통합 서비스센터를 선보였다. 1월 12일에는 부산 북구 전시장 내에 서비스센터를 신설했다. 1월 2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내곡 서비스센터를 신규 개장했다.

올해 들어 2개월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각각 3개씩 추가한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3월 현재 총 44개의 공식 전시장과 50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이를 50개·55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부품가 인하부터 커넥티드카 시장 진출까지

벤츠는 또 국내 통신기업 KT와 손잡고 프리미엄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Mercedes me connect)’를 출시할 계획이다. 차량에 탑재된 무선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으로 운전자와 차량, 서비스 센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것.

▲ 자료사진. 벤츠 E-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를 통해 직접 24시간 긴급출동을 요청할 수 있는 ‘b콜(Breakdown Call)’ 기능뿐 아니라 사고 시 차량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차량의 위치와 안전띠를 착용한 탑승 인원 등의 정보를 고객컨택센터로 전달하는 ‘e콜(Emergency Call)’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운전자가 본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브레이크 패드 상태, 연료 소비율(연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차량에서도 자체적으로 수리 필요 여부를 파악해 서비스센터로 해당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한 주행 환경 관리를 추구한다. ‘i콜(Information Call)’ 기능을 통해 목적지 문의 및 연결, 주변 맛집 검색 등도 가능하다.

벤츠코리아는 또 해당 서비스 출시에 앞서 콜센터를 뛰어넘는 능동적 고객관계관리가 가능한 ‘고객컨택센터(CCC)를 2월 14일 출범했다. 이곳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시승, 방문, 서비스 예약은 물론 24시간 긴급출동 및 상담 서비스, 영어 응대 커뮤니케이션 등 보다 진화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이 기능을 전국 딜러 네트워크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고객만을 위해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벤츠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총 7700여개 주요 부품 가격을 평균 5%, 최대 41% 낮추기도 했다.

▲ 자료사진.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사태’ 등을 곁에서 지켜본 벤츠가 고객 신뢰 향상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판매가 많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일수록 내실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의 경우) 단순히 전시장·서비스센터 숫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최첨단 서비스를 도입하고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시장 경쟁에 다시 참여한다 해도 내실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벤츠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