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직접 옷감을 구입하고 디자인을 하여 제작을 의뢰해 완성한 한복이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별’ 모양이 짙은 베이지색 원단 바탕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프린트된 린넨 옷감으로 저고리를 지었다. 치마는 해지 원단(청바지를 만드는 원단과 비슷하며 얇다)으로 종아리 아래 즈음 내려오도록 깡똥하게 디자인했다. 본 한복의 재단법이나 바느질 법, 주름을 잡는 방식은 모두 전통적으로 한복을 짓는 방법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전통한복의 제작법으로 지은 한복이기에 필자는 본 한복을 ‘전통한복’이라 칭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사람들은 대번에 ‘개량한복’이라고 판단했다. 왜 이런 생각의 차이가 생긴 것일까?

2016년 10월, 경복궁 옆길에 위치한 아름지기 재단에서는 ‘저고리, 그리고 소재를 이야기하다’ 전시회에서 현대적 소재를 활용한 한복을 전통과 현대 파트로 나누어 전시했다. 여타 한복 전시와 다른 점은 제직회사를 통해 현대화한 소재들로 한복을 지었다는 점이었다. 흔히 한복이라 하면 사, 단, 명주, 생초, 옥사 등으로 짓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예복, 평상복, 상복이라는 목적에 따라 비단류와 면직물, 마직류 등을 폭넓게 사용했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고구려 시대의 복식을 재현하면서 베이지색 가죽과 송치 가죽을 사용했다. 이뿐이 아니다. 고려시대 복식에는 럭키섬유와 협업한 현대 니트기법으로, 국내 가장 오래된 출토 복식인 1302년대 아미타불 불복장을 재현해냈다.

두 사례는 모두 전통 복식으로 한복을 지었지만 그 소재가 전통적이지 않았다는 부분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전통 한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쯤 되면 한복의 정의와 전통 한복에 기준이 궁금해진다. 실상 한복에 대한 공식적 정의와 비공식적 정의를 살펴보면 내용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성별로 다르게 입어야 하는 측면을 강조한 반면 2007년도 ‘인천광역시 한복 착용 장려를 위한 지원 등에 관한 조례’와 2016년 ‘부산광역시 한복 착용 장려 및 지원 조례’에는 개량한복을 포함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인천시는 개량한복을 제외). 자료를 살펴보아도 소재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은 딱히 발견할 수 없었고, 시기별로 라글란, 아사, 숙고사 등 유행에 따른 변화가 있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많은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에 대한 논란 중에는 한복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동정, 깃, 고름, 섶, 길 등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저고리의 구성요소가 모두 있으면서, 옷감만 ‘린넨’으로 만든 전통 방식의 한복은 ‘전통 한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형태적인 부분이라면 확실히 전통 한복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듯하다. 옷감의 경우는 그때마다 변화하는 감을 사용해 왔으므로 굳이 전통한복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단 이제까지 ‘전통한복’이라는 이름하에 사용된 옷감의 문양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는 후세에 21세기, 권씨 한복이라 전해지지는 않을지 기대해 본다.

 

<참고논문>

금기숙(1990). 조선 복식미의 탐구, 복식 제14권, pp 167-183.

박성실(1970). 조선전기 출토복식 연구, 세종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소황옥(1982). 한국 전통복색의 염채에 관한 연구, 복식 제6호, 한국복식학회, 1982.12

이상열(2016). 전통은 틀에 박힌 형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2016 한복포럼, 한복진흥센터, 2016. 12

황의숙(1995). 한국 여성 전통 복식의 양식 변화에 관한 연구, 세종대학교 박사학위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