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은, 플래티늄, 팔라듐. 산업재로 쓰이는 이 4가지 대표적인 귀금속은 선물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을 통해서 모두 ETF(상장지수펀드)로 상장돼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어떤 귀금속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와 함께 세계 경기와 산업 전망에 따른 귀금속별 투자 전략을 알아보자.

◇이석진 원자재 & 해외투자연구소장

 

산업용 수요, 은을 주목▶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제하에 장기적으로 은이 산업재로서의 가치가 가장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이 대체에너지 중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태양광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GFMS의 2016 World Silver Survey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태양광 셀 생산국가인 중국은 작년 전 세계의 68%에 해당하는 41.9GW(기가와트)를 생산했다. 이 중 대부분의 물량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됐다. 또한 국가적인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에 따라 내수 태양광 시장 역시 2015년 기준 16.5GW가 설치됐다. 연간 기준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2020년까지 143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플래티늄‧팔라듐은▶플래티늄과 팔라듐은 경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두 금속 모두 자동차 촉매제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데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로 가면서 엔진이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있다. 따라서 자동차 수요 외에 다른 쪽 수요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리튬이나 코발트 같은 산업금속에 밀리는 감이 있다.

금, 산업 수요증가 제한적일 듯▶금은 투자수요가 가장 많다. 산업적 수요로는 치과 치료와 반도체, 도금 정도를 제외하면 수요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귀금속 투자 포인트, 트럼프‧미국 경기▶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경기가 언제 둔화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귀금속 투자 포인트다. 지금까지는 미국 경기가 좋았고 그에 따라 주식시장이 수혜를 입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귀금속 시장이 소외돼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트럼프 정책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둔화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미국 경기가 활황임에도 트럼프가 적자재정을 실시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다는 자체가 자산시장의 버블을 만들고 인플레이션 확률을 키우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자산버블이 생긴다는 것은 추후 경기둔화와 함께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을 예고한다. 거기에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할 경우 귀금속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호경기 플래티늄‧팔라듐, 불경기 금, 무난한 은▶금‧은과 플래티늄‧팔라듐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안전자산으로서는 단연 금과 은이 가치가 높다. 플래티늄과 팔라듐은 투자용도보다는 산업용도가 많기 때문에 경기호황에 따른 자동차 시장의 확대로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가 급증할 때 혜택을 볼 귀금속이다.

반면 경기도 좋아지는데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한다면 금도 좋고 플래티늄, 팔라듐도 좋지만 최우선 순위는 은이다. 은은 플래티늄‧팔라듐보다 인플레이션 헷지효과에서 앞서고, 산업 수요에서는 금을 앞서기 때문이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상무

 

단기 금값 전망▶현재 금값이 2009년 수준 저점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서 금 투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투자상품으로서 부동산, 주식, 금 중 투자 환급성 메리트는 금이 최상이다. 한편 현재는 미국의 달러강세, 금리인상, 미국 경제의 낙관론 등에 따른 시세하락 압박가중으로 하락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반면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 글로벌 증시 급락,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에는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장기 금값 전망▶장기적으로 금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금은 인류가 다른 행성을 개척하지 않는 이상 무한자원이 아닌 유한자원이기 때문에 가치가 지속 상승할 전망이다. 금의 주요 생산국들의 전력부족으로 공급 정체가 전망되며 국가 간 영토분쟁 위기고조, 독립 요구(민족주의 표출) 국가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미국 정부가 채권매입 등의 양적완화를 축소하게 되면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이 초래되고 양적완화 지속 시 달러가치가 급락해 어느 쪽이든 금의 가치는 상승할 수 있다. 수년 내에 금본위제 복귀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또한 확대돼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고 비중이 1965년 수준을 넘어 현재 3.1만톤에서 6.5만톤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반발 심화로 BRICs를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욕구도 커질 것이다.

은 전망▶2004년 말 온스당 7달러에서 현재 17달러~18달러로 약 3배 상승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실버는 산업용 수요로 활용돼 나중에 보존되는 골드보다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공급 측면에서 은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은 매장량은 23만6000톤이며 매년 평균 2만5000톤이 소비되면 10~20년 후에는 고갈될 수 있다. 반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귀금속 중 산업용 수요가 가장 높아 경기 회복 시 금값 변동 대비 상승여력이 크다. 또한 금 최대 수요국인 인도의 금 거래 규제강화도 은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래티늄 & 팔라듐 전망▶금값 대비 낮은 가격으로 인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6년 초 온스당 891달러로 출발한 가격이 현재 1000달러 수준까지 회복했고 950달러에서 1100달러 사이에서 변동을 보이고 있다. 향후 자동차용 수요가 증가되고, 경기 회복세가 예상됨에 따라 산업용, 주얼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목적의 투자 상품으로서 충분한 메리트를 내포하고 있다.

플래티늄의 빡빡한 수급 또한 가격 회복을 점치는 요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업체의 간헐적 파업사태가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되어 왔으며, 특히 2020년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