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로에 위치한 이지무브 본사. 6~7명의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은 보통 회사와 다를 게 없었다. 시선을 줄 만한 특별한 물건이 없이, 말끔하고 쾌적한 공간. 평범했다.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기업 사무실은 어둡고 퀴퀴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간 방문했던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그랬다. 편협한 경험에 기반을 둔 선입견이었다.

이지무브는 장애인 보조기기 전문업체다. 복지차,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등에 주력하고 있다. 보조기기 전문업체 최초로 사회적 기업 인정을 받았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귀족기업’, ‘사회적 기업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등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사진)는 다양한 편견과 맞서고 있다. 그간 순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지무브 안양 본사를 찾아가 그를 만나봤다.

 

오랜 적자 끝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2015년은 흑자전환기였다. 앞서 몇 차례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반짝 실적이었다. 지난해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에 못 미쳤다. 복지차 부문이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제품이 수익을 만들어 만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복지차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전체 지표가 건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 라인업에 최근 추가된 복지차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인지.

이지무브는 사회적 가치(소셜밸류)를 앞세운 기업이다. 일정 고용비율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 직원 중에는 취약계층도 있는 까닭에 인력감축은 쉽지 않았다. 운영비용을 유지하고 수익을 내는 방법은 규모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해 매출은 2010년 설립 당시 대비 4.5배 성장했다. 그만큼 성장하니 손익분기점도 넘길 수 있고, 사업 규모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지무브 매출액은 △지난 2011년 24억6304만원 △2013년 27억5259만원 △2015년 45억2194억원이다. 

 

경쟁률은 낮고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게 상식이다. 이지무브는 특정 기업이 과점하고 있거나 규모가 작은 시장만 골라서 공략하고 있다. 복지차 부문만 따져보자. 시장 규모가 어느 수준인가.

우리나라 복지차 시장은 10여년 전 형성됐지만 여전히 협소하다. 복지정책 인프라가 부족하고, 소비층 대부분은 구매력이 미미하다. (기업이나 기관을 제외한) 일반소비자 시장만 따져보면 (잠시 생각에 잠긴다) 300억원 정도다. 더군다나 시장의 70%가량은 한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물론 시장 규모는 확대되는 중이다.

이지무브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소셜밸류를 고려해 총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태생부터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다. 이동약자를 위한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게 우리 회사의 존재가치인 셈이다. 수익 창출에만 무게 중심을 둘 수 없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모빌리티(이동성)를 개선시키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 제품이 독점하고 있거나 과점현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 시장에 관심이 간다. 경쟁사 대비 값싸고 고품질 제품이 늘어나면 소비자 선택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활공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재활공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문 경영인으로 IT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이지무브 입사 전 오 대표는 △2001년 주식회사 투립스 대표 △2005년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경영전략이 다를 거라 생각된다. 난관은 없었나.

난관은 설립과 동시에 시작됐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 않는 까닭에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떨어진다. 어떤 제품이 있는지도 모르고 팔려봤자 다른 제조부문과 비교했을 때 얼마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지무브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지자 신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소비자 청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애아동용 유모차가 대표적이다.

이지무브가 장애아동용 유모차를 출시하기 전에는 100% 수입품이었다. 싼 게 250만원, 보통 400만~500만원 수준이었다. 일반 유모차 가격을 고려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시장조사 결과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수요가 적은 만큼 가격을 떨어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170만~180만원으로 출시가 결정됐다. 매년 약 300대 정도 판매된다. 처음에는 절망했다. 가격 하락폭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기존 제품보다 약 100만원 저렴한 상품의 등장을 반겼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 제품에 쏠리면서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출시 6개월 시장 평균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1년 후 25%가 떨어졌다. 해외 제조사들이 가격을 하향 조정한 것. 현재도 매년 조금씩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대기업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까닭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이 만든 사회적 기업은 크게 두 가지 나뉜다. 자회사나 계열사 혹은 단기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이지무브는 대기업이 출자했지만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다. 국내외 어디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차그룹 지원 덕분에 다양한 도전을 시도할 수 있었다. 동시에 지속가능성도 보장받았다.

다만 공공분야에서 발생하는 자금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매번 심사에서 탈락한다. ‘대기업 수혜를 받는 귀족기업이 무슨 사회적 기업이냐’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이런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반대로 이 같은 모델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결국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앞으로의 이지무브가 궁금하다.

당분간 제품군 다이어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흑자전환기를 이뤄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제품별 시장 규모가 작고 경쟁도 치열하다. 주력 아이템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한 뒤 안정궤도에 오르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다.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지만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한 제품을 고심하고 있다. 레버형 문고리처럼 말이다. 이 제품은 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고안됐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 ‘이동’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디자인 포 올’(Design for All)을 실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