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존망을 위해서라도 먹을 것, 즉 식품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절대적 공급 부족은 전 세계가 나서서 빠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식품 산업이 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만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선 상황과 다른 각도로 식품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이 잠재된 경제적 가치에 있다.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이 단순한 전제만으로도 식품산업의 중요성은 설명된다. 식품 산업의 경제적 가치, 그리고 식품 선진국들의 성공적인 산업 발전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업계가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본다.

▲ 식품산업의 규모는 자동차와 IT 산업을 합친 규모보다 크다. 출처= 픽사베이

식품산업 경제규모 > IT + 자동차 

글로벌 규모의 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산업은 무엇일까? 일단은 스마트 기술 혁신으로 초(超)연결 사회 ‘4차 산업혁명’을 이끈 IT 시장을 떠올릴 수 있고, 대규모 공장이 연상되는 자동차 산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는 한참 잘못 짚은 생각이다.

OECD가 파악한 2014년 글로벌 산업규모 자료에 따르면, 식품산업의 규모는 약 5.5조달러(약 6152조원)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IT 시장 2.9조달러(약 3243조원), 자동차 시장 1.7조달러(약 1901조원)의 경제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심지어 그 규모는 일정 수준에서 정체된 것이 아닌, 매년 약 4%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는 세계 식품 트렌드가 음식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유기농 등 안전식품, 기능성 건강식품 등으로 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반영돼 있다. 아울러 식품 원재료를 공급하는 농업‧축산업‧수산업 등 1차 산업뿐 아니라 가공 제품을 운송 및 판매하는 유통산업 등 3차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산업의 속성은 시장 참여자들의 동기부여가 되는 경제적 유인(Economic Incentive)으로 충분하다.

식품 선진국의 산업 개발 모델

미국 ‘농기업・협동조합의 육성’ ▶ 미국 식품시장은 글로벌 식품시장의 약 20%(6366억달러, 201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 10대 식품‧농산물 기업 중 6개, 20대 기업으로 확대 시 8개를 보유하고 있어 곡물, 음료, 유제품, 과자 등 식품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식품산업 경쟁력이 높은 요인으로 일관된 품질관리, 농기업(또는 기업형 협동조합)의 육성에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주(州) 정부의 주도로 품목별로 난립한 농식품 브랜드들의 통합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인지도 상승시킴과 동시에 선키스트(Sunkist), CHS와 같은 글로벌 대형 브랜드를 육성해냈다.

▲ 선키스트 조합의 농장주가 오렌지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 선키스트 페이스북

1893년 설립된 선키스트는 애리조나 지역의 오렌지 농장주 6000여명이 모인 비상장 협동조합이다. 조합의 결성은 각 농장이 경쟁관계에 있었다면 이뤄지지 않을 시너지들을 이끌어냈다. 이후 1908년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선키스트(Sun-Kissed, 태양이 입 맞춘)’라는 통합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선키스트는 2010년 이후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CHS도 같은 방법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곡물 생산, 농자재 공급 등 다양한 농업 관련 조합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해 기업의 영향력을 키웠고 이를 통해 식품제조, 유통, 에너지 등으로 기업의 영역을 확대해 현재는 세계적인 농업‧에너지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CHS는 생산자 7만5000여명, 1100개의 조합, 2만명의 주주로 구성된 기업형 협동조합 형태로 캐나다 호주 중국 한국 등 총 23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R&D 통한 식품 고부가가치화’ ▶ 네덜란드는 농식품 R&D로 경제성장을 견인한 대표적인 국가다. 네덜란드의 식품 연구단지 푸드밸리(Food Valley)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은 약 630억달러(약 72조원)로 이는 국가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네덜란드의 식품 R&D는 TNO 연구소, NIZO 식품 연구소 등 시장 친화적 식품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소 예산의 대부분을 식품 기업들의 수탁과제에서 조달(NIZO 연구소는 예산의 70%, TNO식품연구소는 51%를 민간으로부터 수탁)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 연구소들은 네덜란드 구내 지사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NIZO 연구소의 경우 수입의 60%를 외국 업체와의 연구로부터, TNO 연구소 역시 해외로부터의 수입이 전체 수입의 약 30%를 차지한다.

덴마크‧스웨덴 ‘식품클러스터로 일자리 창출’ ▶ 1980년대 후반 경제위기에 직면한 덴마크와 스웨덴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레순(Oresund) 지역을 식품산업의 클러스터(산업 집약지)로 조성했다. 외레순 식품클러스터 조성 이후 양 국가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학‧연구기관‧식품 기업들을 모았다.

특히 코펜하겐대학, 룬트대학, 덴마크 공대, 말뫼대학, 스웨덴 농과대, 코펜하겐 IT대학 등 14개의 덴마크‧스웨덴 소재 대학을 하나로 묶은 외레순 연합대학은 클러스터의 식품 R&D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 집단 역할을 했다. 여기서 생산된 자일리톨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음료는 전 세계로 수출되는 고부가가치 품목이 됐다. 아울러 클러스터에 종사하는 약 25만명의 고용 인력들은 연간 680억달러 매출을 발생시키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 일본은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으로 일식 세계화를 추진해왔다. 출처= 픽사베이

일본 ‘일식 세계화 전략의 성공’ ▶ 일본 음식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유럽, 아시아, 북미 등지에 약 8만9000개(2015 7월 기준)의 일본식 식당을 퍼뜨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식의 세계화는 일본산 식재료, 음료, 식기 등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전략과 함께 ‘고시히카리’ 쌀, ‘기꼬망’ 간장 등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성공적으로 브랜딩한 것이 주효했다.

일본 정부는 총괄 조직 신설 및 종합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등으로 일식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전략은 2006년 6억명의 일식 인구(1년에 일식을 최소한 1번 이상 먹는 사람)를 2010년까지 12억명으로 늘리는 ‘일식인구배증계획’으로 가시화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