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 매장 내부. 출처: CJ올리브네트웍스

최근 몇 년 사이 2030대 젊은 여성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 중 하나로 ‘드러그스토어’가 꼽힌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비력이 강화되고, 1인 가구 증가세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유통채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이미 지난해부터 1조원 시장에 진입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2000억원에서 2011년 3300억원, 2012년 4000억 원, 2013년 6000억원, 2014년 7000억 원, 2015년 1조원으로 점차 증가해 지난해 1조 2000억원을 찍었다. 6년 사이 6배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시장은 해외와는 조금 다른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개념이 강하다. 해외에서는 약을 판매하지만, 국내의 경우 일반 소매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약 대신 헬스, 식음료품과 뷰티 아이템 등이 주를 이루는 ‘H&B(Health & Beauty)’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다. 

현재까지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올리브영’이 지난해 기준 790개로 가장 많은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GS리테일의 ‘왓슨스코리아’가 올해 2월 기준 126개로 2위, 롯데쇼핑의 ‘롭스’는 올해 2월 기준 90개로 업계 3위다.

업계에서는 전망이 밝은 사업으로 불리는 드러그스토어 ‘공 들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GS리테일은 왓슨스코리아를 온전히 품으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왓슨스코리아의 지분 50%를 119억 원에 인수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은 올 상반기중 스타필드 하남에 글로벌 드러그스토어 브랜드인 '부츠(Boots)' 국내 1호점을 열고 7~8월쯤 서울 명동에 2호점을 내는 등 연내 10여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러그스토어가 1조원대 시장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매장 수도 1000여개를 이제 넘어서는 등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유통채널”이라면서 “특히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종합형 매장 형태로 진화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드러그스토어, 리테일 구조의 변화∙PB 강화 전략 

드러그스토어의 인기에 리테일 구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백화점이나 해외 직구로만 살 수 있던 화장품 브랜드가 드러그스토어에 단독으로 입점해 소비자가 구입 전 테스트를 해볼 수 있게 되었고, PB 제품 개발을 통해 브랜드화 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먼저 올리브영은 2011년부터 라이선스 코스메틱 브랜드 ‘엘르걸’을 시작으로 PB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뒤이어 ‘웨이크메이크’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스킨케어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 ‘보타닉힐 보’ 등을 전개하면서 자사만의 브랜드화에도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견과제품 ‘너트 한줌’ 등 먹거리는 물론 뷰티 소도구 등 다양한 분야의 PB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라운드어라운드’를 통해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등 보디케어 제품을 선보여 열흘만에 완판을 한 사례도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 PB제품은 스킨케어, 메이크업, 남성 화장품, 뷰티 소품 등 다양한 라인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체에서 한자리 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비율”이라면서 “앞으로도 PB 라인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리브영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접근성이 좋고,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서 “건강기능, 패션잡화, 리빙 소품 등의 라인을 확대하면서 203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판매해 지속적으로 고객 접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왓슨스코리아는 화장솜, 티슈, 뷰티 애플리케이터 등 저렴한 생활용품 위주로 PB 상품을 개발해 왔다. PB 브랜드로는 ‘핑크에디션 바이 퓨어뷰티’ 40여 품목을 판매 중이며, OL브랜드(Own label)로 화장솜, 면봉, 핸드워시 등 40여 품목을 갖추고 있다.

왓슨스코리아는 PB와 더불어 독점 브랜드 유치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단독 입점 브랜드는 총 50여개, 1100여 품목으로 ‘아토팜 리얼베리어’, ‘구달’, ‘에센스’, ‘데메테르’, ‘부케가르니’, ‘바디콜로지’, ‘마크앤써니’ 등이 대표적이다.

왓슨스코리아 관계자는 “아시아 유통업체인 ‘A.S. Watson Group’ 왓슨스 글로벌 독점 상품과 히트 상품들을 소싱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다양한 PB상품과 독점상품을 통해 왓슨스만의 차별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LG생활건강과 공동으로 개발한 헤어케어 브랜드 ‘트리콜로지스트리’와 같이 GS리테일의 다양한 유통채널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롭스는 시트, 캡슐, 코팩 등 마스크팩류와 브러시 둥의 PB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 도구에서 다양한 PB 제품을 선보였으며, 메이크업 브러시 류가 SNS를 통해 이슈가 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단독브랜드의 경우 더모코스메틱(dermo-cosmetics) 브랜드가 인기인데, 대표적으로 ‘셀라피’, ‘센텔리안24’ 등이 있으며 3월 기준 34개의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롭스 관계자는 “단독브랜드의 경우 작년 12월 대비 올해 3월 기준 약 24% 증가했다”면서 “올해는 PB제품은 물론 더모코스메틱 한국산 단독브랜드 유치에 힘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1호점 개점을 앞둔 이마트의 부츠 역시 뷰티와 헬스케어, 식음료 등 뷰츠의 주력 상품과 이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을 함께 갖춘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매장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마트의 유통망과 이곳에서 나오던 PB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왓슨스 매장. 출처: GS리테일

제약업계도 주목하는 드러그스토어 시장

제약업체들도 드러그스토어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드러그스토어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동국제약은 최근 자체 생산 화장품 ‘센텔리안24’를 전국 롭스 매장에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 쎌바이오텍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듀오락’의 경우에는 올리브영에서 판매가 확정됐다.

제약 회사에서 출시된 제품들의 경우 약국에서 대부분 판매되고, 홈쇼핑이나 온라인 등 비교적 보수적인 유통망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접근성이 뛰어난 드러그스토어로 채널 확장에 나선 것이다.

동국제약은 재구매율이 높은 ‘마데카크림’, ‘마데카크림 브라이트닝 포뮬러’, ‘마데카 토닝에센스 트리트먼트’ 등의 제품군을 선별해 롭스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쎌바이오텍은 올리브영을 통해 새 제품라인을 선보인다. 고함량 비타민과 세계 특허를 받은 쎌바이오텍의 유산균을 결합시킨 듀얼기능 복합제품이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을 눈여겨보고 일찌감치 유통망을 넓혀온 제약회사도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2년부터 피부보습 제품 ‘바이오오일’을 해외에서 수입해 드러그스토어에 유통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의 경우 유통망이 좁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드러그스토어에서 헬스&뷰티 제품을 구입하는 트렌드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관련 유통망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이미 드러그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적극적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롭스. 출처: 롯데쇼핑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미래 전략은

아시아에서 영업중인 드러그스토어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본과 홍콩의 경우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드러그스토어가 처음 생겨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편의점의 5분의1에서 절반 수준까지 점차 발전했다.

일본체인 드러그스토어 협회에 따르면 2014년 일본 드러그스토어 총 매출은 6조679억엔(약 65조원)에 달한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판매가 제한적인 의약품 판매액 1조9479억엔을 제외해도, 4조엔(42조9000억원)대 시장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편의점이 5만개를 돌파하면서 포화상태를 맞고 있으며, 신유통 업태인 드러그스토어 형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편의점 역시 3만 시대에 진입했는데 일본처럼 과포화가 시작되면서, 현재 1000개 수준의 드러그스토어가 5배 이상 성장하는 비슷한 형태의 유통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성장을 위해 드러그스토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현재 드러그스토어의 매장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위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점포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충성도에 한계가 있다. 이에 편의점처럼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난 다점포 전략을 통해 소비자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아울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 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PB 제품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주요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뷰티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에 힘써 전문유통사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드러그스토어의 성장은 먹거리를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은 물론, 아리따움과 같은 화장품 전문 매장과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과 같은 저가형 로드숍 브랜드, 아울러 약국과 동네 슈퍼마켓, 그리고 대형마트까지도 경쟁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드러그스토어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역세권 중심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주요 타겟인 2030 여성에게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아울러 고객이 편하게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뷰티, 생활용품,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구비됐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드러그스토어의 성공 요소로는 국내 소비자 특성에 가장 알맞도록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재 주요 거점지 위주로 분포되어 있는 매장에서 다출점 전략을 통해 어떤 브랜드가 고객 인지도 확보를 선점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다양한 품목 구비로 화장품, 미용용품, 건강식품, 생활용품, 의약품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유통 컨버전스’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그스토어의 주목도는 편의점 만큼이나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니 박스] 100년 역사 미국과 유럽의 드러그스토어

미국과 유럽의 드러그스토어는 100여 년에 걸쳐 장기간 발전해 왔다.

미국의 드러그스토어 발달은 1879년 미국 켄터키주에 등장한 ‘테라 드러그토어(Tera Drug Store)’가 시초이며, 현재와 같은 형태의 드러그스토어는 1901년 시카고에 개설된 월그린(Walgreen) 1 호점이 최초다.

미국의 초창기 드러그스토어는 ‘약국‘, ’편의점’, ‘패스트푸드’, ‘다방’, ‘만남의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발전해왔다. 1930년 이후에는 미용실을 드러그스토어 안에 설치한 경우도 있었으며, 점차 다른 업태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현재의 기능을 하게 된다.

특이점은 초기의 미국 내 드러그스토어는 체인점과 독립점이 공존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체인점 형태의 점포들이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독립점 쇠퇴의 이유로는 ‘바잉 파워(buying power)’, 기술과 매장투자가 가능한 자금, 인적자원, 브랜드 인지도 측면의 약점이 주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대의 드럭스토어 체인인 ‘월그린(Walgreen)’이 대표적이며, 영국의 ‘부츠(Boots)’, 대만 및 홍콩의 ‘왓슨스(Watsons)’, 일본의 ‘마츠모토 기요시(Matsumoto Kiyosi)’ 등이 각국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