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을 휘감고 도는 서울역 고가도로 전경. 출처=서울시

# 지방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서울 출장 건으로 2년여 만에 상경 길에 올랐다. 서울역에 도착한 A 씨는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에게 ‘첫 얼굴’인 서울역 고가도로에 차량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서울역을 휘감고 도는 고가도로가 산뜻한 그림 옷을 입은 채 사람들의 발걸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로 재탄생하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오는 5월 20일 개장 예정으로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차량이 통행하던 서울역 고가도로는 단절돼 있던 서울시 내의 길을 회복하기 위해 위치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보행자 동선이 연결된다. 또 17개의 보행길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특색 있는 길로 조성된다.

시민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길로 새롭게 태어나는 서울역 고가도로는 총 17개의 보행길로 구성된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폭 10.3m, 연장 938m, 높이 17m의 규모로 17개의 보행길의 중심체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크게는 ▲퇴계로 주변 ▲한강대로 주변 ▲서울역 광장 ▲중림동 방향 ▲만리동 방향 ▲청파동 램프 구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 서울로7017 프로젝트로 재구성되는 17개의 보행길. 출처=서울시

◆ 서울역 고가도로 인근 ‘사람’과 더 가까워진다

퇴계로 주변부는 남대문 시장을 비롯해 회현동, 숭례문, 한양도성으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발길이 뜸해졌던 상권으로의 진입이 수월해지면서 상권 활성화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강대로 주변에는 세종대로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대우재단, 호텔마누 등으로 이어지는데 특히 대우재단빌딩과 호텔마누 2층으로 바로 이동이 가능한 연결통로가 생긴다.

고가도로와 인접해 있는 서울역 광장으로도 보행길이 이어져 옛 고가도로가 처음 상경한 사람들에게 보였던 모습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중림동 방면으로는 서소문 공원과 손기정 공원으로 발걸음을 할 수 있다. 서소문공원은 1973년 11월 22일 지정된 공원으로 넓이 1만7340㎡로 본래는 서문 밖 순교지로 불리는 ‘천주교 성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기리기 위한 손기정 공원은 중구 만리동에 위치하고 현재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역사적 의미와 공간적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 만리동 부근 만리재로 도로공간 재편과 보행환경 개선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예정돼 있으며 만리재로 고가 접속부 공사는 서울역 고가보행길 개방에 맞춰 완료될 예정이다.

▲ 서울역 고가도로에 조성되는 편의시설과 조경. 출처=서울시

◆ 자연과 함께 어우르는 매력적인 ‘사람길’

사람길로 재탄생하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다양한 서울시가지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시민들이 쉬고 거닐며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게 재편된다. 관광안내소와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원형화분 총 50과, 228종, 2만4085주의 다양한 수목식재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가득 채운다. 특히 식물‘과(종)’의 한국명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치하고 만리동과 퇴계로 자연지반(인공적으로 손이 가해지지 않은 지반) 구간을 키 큰 나무 도시 숲을 조성한다.

서울역고가도로 만리동 광장 부근에는 정원 관리 체험관이 자리 잡아 시민들이 직접 관련 도서를 보고 정원 관리에 대한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게 된다. 만리동에서 중림동 쪽으로 걸어 이동하면 카페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작나무어린이 인형극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고가도로 중심부 쪽에는 분수가 설치되며 꽃을 구매할 수 있는 꽃집이 들어선다. 이어 한양도성길이 연결되는 고가도로 퇴계로 방향으로는 관광안내소와 7017기념관이 세워져 시민들이 직접 서울역 고가도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역 일대는 국제적 관광 및 문화 허브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17개의 사람길을 통해 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유입되고 단절된 녹지와 보행네트워크를 입체적으로 연결해 활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1960년대 급증한 인구와 교통난 해결을 위해 서울역 동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1970년에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지난 2006년 12월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았다. 2015년 12월 서울역 고가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사람이 통행하는 ‘사람길’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 변화를 모색해왔다.

‘보행길’로 용도가 바뀜과 동시에 자연의 옷을 입고 서울역 일대로 더 뻗어나가게 되면서 파생되는 기대효과는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중림동 일대는 청소차량 차고지 이전으로 보행의 시발점이 되고 역사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중심시장, 중림로, 카페거리가 활성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600년 역사의 서울 최대 전통시장 ‘남대문시장’ 상권 역시 다시 활기를 찾고 청파‧서계‧공덕동 역시 발걸음이 이어져 도심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서울로7017 프로젝트의 일환인 ‘서울역 고가 만화전시’ 현장을 찾은 시민 B 씨는 “서울의 상징인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 대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보행길로 재탄생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오는 5월 개통 날짜에 맞춰 다시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