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 S / 출처 = 테슬라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주력 모델들의 국내 판매를 앞두고 ‘눈 가리고 아웅’ 형태의 가격 정책을 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차량 주문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연료비 절감 수치’를 반영한 가격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도마에 올랐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준 중 일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탓에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앞서 국내에서 벌어졌던 동해의 일본해 표기 논란에도 성의 없는 대처를 보여 실망을 준 바 있다.

테슬라 국내 판매 ‘초읽기’···일반 고객 주문 접수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올 6월부터 국내 고객들에게 차량을 인도한다는 목표 아래 전날부터 홈페이지 내에 구매 페이지(디자인 스튜디오)를 새롭게 열었다.

앞서 지난달 23일 사전계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페이지를 공개한 가운데 이날부터 일반 고객들도 차량을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곳에서는 색상, 인테리어 구성, 휠 사이즈, 옵션 사양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가 가격으로 ‘착시효과’를 일으켜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첫 화면에 가격 정보를 표시하며 ‘연료비 절감 반영 후’ 금액을 가장 상위에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테슬라 한국 홈페이지의 모델 S 구매 화면. 일반 가격보다 상단에 ‘연료비 절감 반영 후 금액’을 표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모델 S 90D의 현금 판매 가격은 1억2535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테슬라 측은 해당 가격보다 상단에 연료비 절감액을 반영한 금액이라며 1억1346만9000원을 크게 내걸었다. 1189만원이 차이나는 셈이다.

할부료 안내 역시 예상 할부 결제액(월 257만1300원)보다 위쪽에 연료비 절감 반영 후 할부액(237만3133원)을 표시했다.

연료비 ‘착시효과’···소비자 혼란 우려

그러나 테슬라가 앞세운 기준중 일부에 구멍이 있다.

테슬라측 계산법의 근거가 되는 조건은 ▲연간 평균 주행거리 1만5000km ▲가솔린 차량 평균연비 11.7km/ℓ ▲휘발유(고급) 가격 리터당 2000원 ▲전기료 1kWh 당 83.78원 등이다. 이에 따라 모델 S의 연료비가 가솔린차 대비 1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간 주행거리의 경우 이견을 달기 힘들지만, 다른 조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 테슬라 한국 홈페이지의 모델 S 구매 화면. 일반 가격보다 상단에 ‘연료비 절감 반영 후 금액’을 표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특히 내연기관차의 연료비를 2000원으로 계산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기준으로 삼은 것이 고급휘발유이기 때문이다.

고급차(특히 수입차)의 경우 고급휘발유 주유를 권장하는 모델이 많긴 하지만, 이를 절대 기준으로 삼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일반휘발유의 옥탄가도 91 이상으로 해외보다 높은 편이라 고급차에 일반유를 넣는 소비자도 많다는 게 정유업계의 중론이다.

2017년 3월8일 기준 전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1513.25원이다. 경유는 1303.45원에 거래된다. 고급휘발유 평균 가격도 3월7일 기준 1839.56원에 불과하다. 연료비가 훨씬 저렴한 경유가 비교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료를 1kWh 당 83.78원으로 설정한 것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초창기 자사 고객들에게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공언했었지만, 경영난이 지속되자 최근 이를 유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내 슈퍼차저 충전금액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진 않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1kWh 당 약 0.2달러(약 229.08원)를 받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측이 내세운 83.78원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 테슬라는 오는 15일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최초의 전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산업부가 최근 전기차 특례요금제를 도입해 가정용 완속충전기에 대한 요금 부담을 크게 완화하긴 했지만, 90KWh급 배터리가 장착된 모델 S 90D를 가정용 충전기로 대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5년간 1189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테슬라 측의 주장은 ‘허언’이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보험금 부담도 경쟁 차종 대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돼 ‘유지비가 적다’는 말에 속는 소비자 피해 사례도 우려된다.

한편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일어난 논란에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한글 홈페이지 개설 초기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했다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 테슬라 미국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에 전시장 표시가 새로 생긴 점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논란이 커지자 테슬라는 국내 홈페이지 내 지명을 ‘동해’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 등 주요국 홈페이지에는 ‘일본해’ 표기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