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외근이 잦은 30대 A 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활발한 성격 탓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업무가 성격에 잘 맞는 듯하지만 매년 이맘때쯤 A 씨는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진다. 다른 사람에 비해 겨드랑이에 유난히 땀이 많이 나 불쾌한 냄새까지 풍기기 때문이다. A 씨는 땀에 젖은 부분만 색이 짙어진 와이셔츠가 못내 부끄럽기도 하고 고약한 암내가 나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과다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상태를 말한다. 필자는 실제 환자들의 다한증을 진단할 때 땀 배출량을 체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느냐에 따라 진단과 치료 여부를 달리 한다. 보통 건강한 성인의 1% 정도가 가지고 있는 다한증은 부분적으로만 땀이 많이 생기는 ‘국소 다한증’과 온몸에서 땀이 증가하는 ‘전신 다한증’으로 나눌 수 있다. 국소 다한증은 주로 손·발바닥, 겨드랑이, 안면부 등에 잘 나타나며, 전신 다한증은 당뇨나 갑상선 질환 등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평소 과도하게 땀이 흘린다면 대사성 질환이 동반되는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면 필연적으로 불쾌한 냄새가 동반되는 액취증 또한 골칫거리다. 땀이 분비될 때 냄새도 함께 나는 이유는 겨드랑이 밑에 위치한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이 가진 특징 때문이다. 아포크린샘에서 발생하는 땀은 단백질, 지방과 같은 유기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이 유기물이 피부 표면에서 그람 양성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불쾌한 냄새를 분출한다.

다한증·액취증을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은 보톡스가 있다. 땀샘 부위에 주사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고 땀 분비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약물을 1.5㎝ 간격으로 주사하는데, 시술 시간이 5~10분 정도로 짧고 부작용이 없다. 시술 후 3일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효과는 한 달까지가 가장 좋으며 이후부터 조금씩 땀이 다시 나기 시작해 평균 5~6개월 후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만약 조금 더 장기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원한다면 최근 도입된 극초단파(혹은 미라드라이) 치료법을 추천한다. 이 치료법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보톡스 주사와 달리 시술한 부위의 땀샘이 영구적으로 파괴되는 것이 특징으로, 환자들은 1주일 후에 겨드랑이가 보송보송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간편하게 땀샘을 파괴시켜 땀과 냄새를 동시에 치료하는 방법으로 피부 표면에 손상을 주지 않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받은 안전한 시술이다. 수술적 방법에 비해 회복이 매우 빨라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고 흉터, 혈종 형성, 감염, 영구적인 신경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게 장점이다.

 

생활 속에서 땀과 냄새를 예방하려면 평소 땀 흡수와 땀 배출이 잘되는 기능성 의류를 입고, 잦은 샤워와 건조로 해당 부위의 피부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겨드랑이처럼 털이 많은 부위라면 제모를 하고 파우더 등을 사용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또 평소 땀을 흘리게 만드는 뜨거운 음료나 술, 매운 음식,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고, 자율신경 조절에 도움 되는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과도한 땀과 불쾌한 냄새는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때문에 땀 흘리는 계절이 오기 전 집중적인 치료를 통해 좀 더 보송보송한 계절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