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에 발맞춰 정부와 기업들이 여러 가지 대응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조금씩 다르지만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그 변화를 정리해보면 1차는 기계화, 2차는 대량생산, 3차는 지식정보, 그리고 4차는 지능정보기술로 요약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정보기술은 빅데이터,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과 같이 IT 중심의 기술적 요소들로 정의된다. 이들 각각의 기능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종착점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 및 분석해 고객들에게 과거보다 좀 더 신속하고 개별적인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밑바탕에는 개인화(Personalization), 맞춤화(Customization),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등이 있고 이는 결국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과 일맥상통한다. 경영학의 대표 구루 중 한 명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가 최근에 출간한 마켓 4.0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요구되는 마케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연결성(Connectivity)으로 고객들의 자발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소셜(Social) CRM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여러 가지 지능정보기술들을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CRM 전략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수집과 분석의 과정을 거친 유의미한 정보들을 활용해 어떠한 방식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켜 충성도와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성공적 CRM을 위한 핵심요소로 관리(Management)의 차원이 아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적극적 캠페인 활동이 동반된 마케팅 시각에서의 접근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공감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실제로 부서명이나 교육과정 제목들이 CRM에서 CRM 마케팅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CRM과 CRM 마케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간략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 마케팅은 주로 2013년 미국마케팅협회(AMA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서 발표한 ‘고객, 클라이언트, 파트너, 그리고 사회 전반에 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커뮤니케이션 또는 전달하거나, 교환되도록 하는 활동 또는 과정’으로 명명되고 있다. 결국 CRM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기존 CRM의 개념을 확장해, 이를 기반으로 기업에 적합한 세부적인 캠페인을 실행함으로써 충성도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정의된다.

마케팅 개념이 반영된 CRM은 용어를 구성하는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면 기업이 이를 통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CRM에서 C는 Customer 즉 고객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전자는 기업과 단 한 번이라도 접촉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지칭하고 후자는 아직 기업과의 거래가 없는 잠재적 대상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결국 CRM은 기본적으로 타깃이 되는 대상의 정보에 기반하므로 소비자(Consumer)가 아닌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는 관련된 전략수립과 활동에 뚜렷한 목표를 제시한다.

그 다음으로 R은 Relationship으로 관계를 말하는데, 이는 단순하게 기업과 고객이 연결됨을 뜻하기보다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M은 Management, 관리의 개념으로서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갱신된 고객 정보들을 기반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기존 고객의 재구매 유도를 위해 과거 구매이력이나 이벤트 참여정보를 분석해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있다.

필자가 다양한 기업의 CRM 업무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CRM 중R(Relationship 관계)이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할지라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면 결코 다음의 M(management)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CRM 마케팅에서 가장 정교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활동은 고객과 기업, 고객과 고객 간의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서두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요소인 연결성(Connectivity)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는 고객들의 정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CRM 마케팅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