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엔 특별한 기업문화가 있다. 신뢰와 의리다. 회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의리로 똘똘 뭉쳤다. 실적을 중심으로 직원을 하나의 부품으로 여기는 작금의 기업문화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창립 이후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는 한화. 그 중심엔 김승연 회장이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김승연 회장처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취임 30년 동안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혹자는 김 회장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먼저 할지 모른다. 그저 잘나가는 대기업 총수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그는 한국 경제와 경제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끼쳐왔다. 유명세에 비해 오해와 편견에 가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사업가적 면모는 재벌가라는 온실 속에서 길러진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총수에 올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직접 체득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좋은 일이라고 해도 CEO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취임 30주년도 조용히 맞았다. 대내외적으로 이벤트나 행사를 아무 것도 개최하지 않았다. 자료 배포도 하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회장 취임 30주년은 뜻 깊은 날이지만 자신보다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회사 발전 과정을 돌이켜 보고 재도약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잘 되면 무조건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CEO와 다른 면모. 젊은 총수의 속 깊은 뜻이 읽힌다.

Magic1 모든 직원은 한가족이다
김 회장은 1952년생이다. 59세로 젊은 총수 축에 속한다. 그런데 경력만 떼 놓고 봤을 때 국내 최고령이다. 1981년 30세의 나이로 총수에 올랐으니 정확히 30년이 흘렀다. 일반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을 무렵부터 실무를 책임졌다.


석유파동, IMF, 금융위기 등을 온몸으로 버텼던 그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말이다. 수치로 보면 이해가 쉽다. 김 회장의 취임 당시 그룹 총 매출액은 1조원 남짓. 2010년 한화의 매출은 41조를 넘어섰다. 30년 만에 40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연평균 금액으로 따졌을 때 1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승이다 (표 참조).

김승연식 매직경영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승연식 매직경영이란 과연 뭘까. 바로 소통과 감성경영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소통과 감성경영을 수십 년 전부터 해왔다. 또 직원을 자기 가족처럼 대한다. 대신 철저한 상명하복 구조를 통해 빠른 의사전달을 가능하도록 했다. 외부 경제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상명하복 구조에 문제를 삼는 일부에선 한화의 경영을 독불장군식 경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닌 자발적 구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종의 가족이란 개념을 바탕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튼튼한 기업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살 줄 아는 폭 넓은 아량은 총수이기 이전에 직원들의 인간미 넘치는 형이었고, 동생이었고, 가족이었다.

Magic2 젊은 인재와 소통한다
그래서일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직원들도 그를 만나면 날개를 달았고, 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올 초 신년 하례식에서 14일 ㈜한화 무역부문, 한화금융네트워크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1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혁신적인 경영진 구축을 위해 이전보다 평균 4~5세 젊은 인재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및 그룹경영기획실장으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 김승연식 매직경영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젊은 인재 등용을 통해 상하간 소통의 폭을 끊임없이 넓혀나가기 위해서다.

김승연식 매직경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직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경영이다. 실무진과 교감하며 업무의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다. 업무에 집중을 하도록 하기 위해 먼저 직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다. 사례는 많다. 김 회장은 매년 직원과 함께 사랑의 행진에 나선다. 뇌경색 등 병마와 싸우는 임직원 가족을 돕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직접 나선다.

참가자 1명이 1km를 걸을 때마다 해당 소속사가 1만원씩 후원금을 내고 이렇게 모인 돈은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 임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5일 한화 인턴사원과 임직원 300명이 참석해 김 회장과 함께 문경새재에서 수안보리조트까지 20km를 걸었다.

문경새재는 김 회장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선친인 김종희 창업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1981년 29세 나이로 회장에 오른 뒤, 이듬해 여름 그룹 발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이 바로 문경새재 길이다. 단순히 직원과 함께 하는 행사가 아닌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장으로 활용했다.

시계추를 1999년으로 돌려보자. 당시는 IMF 직후로 어려운 상황에 한화에너지 매각을 앞두고 있던 때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로 회사 매각을 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했다. 당시 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는 “회사를 팔아야 하는 상황보다 직원들의 앞날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기업 간 매각협상 완료 후 최종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인력 전원승계의 원칙을 문서에 담았다.

특히 기업문화 차이로 퇴사 할 수 있는 점에 주목, 한화로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가족을 버릴 수는 없다는 뜻에 따른 결정이다. 한화는 현재까지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고용승계를 최우선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Magic3 직원들 가족도 가족이다
2007년에는 설을 맞아 그룹 내 기러기아빠를 대상으로 5일간의 특별휴가와 왕복 항공경비를 지원했다. “돈과 시간이 없어 명절에도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펭귄 아빠’는 대한민국 내 수많은 샐러리맨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룹 차원에서라도 배려가 있어야겠다.” 김 회장은 기러기 아빠의 애환을 보고 받은 직후 그룹 인사팀에 펭귄아빠의 숫자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명 한 명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와 같은 김 회장의 경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에서 극도로 경계하는 노조일지라도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이 경향신문을 경영할 당시 김 회장은 노조 지도자였던 이모 부장의 빈소를 직접 찾아 8시간 동안 머물렀다. 특히 고인의 장남을 불러 “아버지가 해야만 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라”며 당부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고통을 누구 보다 잘 아는 김 회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이모 부장의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사실을 알고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매년 수능시험 때가 되면 김 회장이 임직원 수험생 자녀들에게 엿과 떡 등을 선물을 하는 김 회장. 직원 뿐 아니라 직원의 가족까지도 자신의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야 말로 업무 동기부여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취지는 가족들이 만족해야 비로소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 자신도 행복할 수 있고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회사와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프로그램 중 ‘아빠가 쏜다’의 인기가 가장 좋다. 매달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 사보팀을 통해 매달 한 번씩 직원이 자녀의 학교를 찾아 피자를 선물한다.

한화케미칼은 ‘재충전 휴가’ 제도를 통해 연간 10일의 휴가를 무조건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팀원들의 휴가사용 실적이 팀장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특정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야근을 금지하는 계열사도 있다. 대한생명은 격주로 특정요일을 지정, 6시가 되면 칼퇴근이 가능하다. 한화L&C도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 사무실을 소등하고 직원들을 퇴근시킨다.

부부동반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한화는 20년 이상 장기근속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임직원이 장기근속을 할 수 있던 배경에 가족들의 뒷바라지가 큰 힘이 됐다는 판단에 도입, 운영 중이다. 20년 근속의 경우 4박5일 일정의 중국, 동남아 여행, 30년 근속은 5박6일 일정의 일본, 호주, 태평양 여행기회를 준다.

회사와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다. 한화그룹은 또 매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 임직원과 가족 3000여명을 초대한다. 직원에 대한 배려의 통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직원에게 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 회장의 경우 더 그럴게다. 그는 실제 그렇게 했다.

지난해 서울 시청 앞의 플라자호텔의 리모델링을 시간 동안 전 직원에게 유급 휴가를 내린 것. 5월부터 11월까지 총 7개월 간 긴 시간동안 급여를 지급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이 리모델링에 앞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직원들의 거취였다. 호텔을 폐쇄하는 동안 직원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일반적으로 CEO란 영업 중단에 따른 매출 상승을 우려해야 맞다.

Magic4 신뢰와 의리 전통을 지킨다
CEO는 장사꾼이다. 적은 돈으로 최대한 이윤을 끄집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룹 경영이념인 신용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공사기간 중 600여 명의 임직원들은 교대로 유급 휴직에 들어갔고 전체 인원의 80%인 본관 근무자들은 6~9월, 서소문 사무실 직원은 이보다 짧은 2개월가량 휴식을 취했다. 직장인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유급휴가를 지시했고 직원이 쉬는 동안 나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실시했다 ”고 말했다. 프라자호텔은 유급휴가 기간 동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 과정을 운영했고, 주방 직원은 외국으로 요리 연수를 보냈다.

김 회장의 경영전략은 직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도 가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독특한 한화만의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덕분에 언제나 화기애애한 기업 분위기는 위기에도 꿋꿋하게 버티닌 기업경쟁력으로 탄생했다. 잘 되는 집은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의 한화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본사 스카이라운지 사내식당 내준 배려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에 위치한 28층의 스카이라운지는 사내식당이다. 최고급 중식당 ‘도원’이 있었지만 IMF 이후 갑자기 바뀌었다.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은 마땅한 사원식당이 없어 불편한 점을 토로하자 김 회장이 사내식당으로 변경을 지시했다. 남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마음 편히 점심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기업의 사내식당은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다. 돈이나 격식 보다는 직원을 위한 김 회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