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걸 LF 회장.

구본걸 회장이 이끄는 LF가 패션에 이어 ‘다른 옷’ 입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국내 패션시장이 저상장 기조로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LF는 본업인 ‘패션’뿐 만 아니라 신사업 진출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이랜드처럼 유통기업으로 탈바꿈 하려는 의도도 보인다는 시각이다.  

구본걸 회장은 2006년 11월부터 LG상사에서 분리된 LF(당시 LF패션) 대표이사로 지난 10년 간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그러나 2010년 매출 1조1212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이후 5년간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이 없었다.

LF의 2014년부터 최근 3년 간 매출을 보면 각각 1조4602억원, 1조5710억원, 1조5291억원으로 성장정체에 빠져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957억원, 741억원, 792억원을 올렸다.

성장 정체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 회장은 최근 2년간 패션 브랜드별 유통채널을 재정비하고 온라인을 강화했으며 신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생활 기업으로 새롭게 출구전략을 세워 화장품 사업부터 크래프트 맥주 사업, 스포츠 의류 브랜드 론칭까지 사업 다각화가 눈에 띈다.

먼저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프랑스 화장품 ‘불리 1803’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자사 편집숍인 어라운드 더 코너에서는 네덜란드 화장품 ‘그린랜드’를 판매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에는 프랑스 힐링 뷰티 브랜드 ‘그라네파스텔’을 국내 선보인다. 그라네파스텔은 프랑스 남서지방인 툴루즈에서 자라는 ‘치유의 식물’로 잘 알려진 파스텔에서부터 시작된 프랑스 내추럴 뷰티 브랜드이다.

▲ 그라네파스텔. 출처: LF

지난 1월에는 주류 유통업체인 인덜지(INDULGE) 지분을 50% 이상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덜지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Patron)’,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루독(Brew Dog)’ 등을 수입해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다.

올해 하반기에 강원도 속초에 맥주 증류소 공장을 설립하고 소규모 맥주(크래프트비어, Craft beer) 공급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최근 3년 간 수입맥주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30%를 넘고, 수제맥주 시장은 매년 10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관련 시장 진출에 대한 전망은 밝다는 평가다.

LF 측은 “인덜지의 주류 사업 노하우와 LF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운영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좀 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달 24일에는 LF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호텔업과 관광숙박업, 관광객 이용시설과 오락, 문화와 운동 관련 서비스업(테마파크 운영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LF가 지난해 11월 강원도 양양군 지경 관광지 조성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이곳에 숙박시설과 프리미엄 아웃렛을 건립하기 위해 사업 목적 추가를 결정한 것이다. 사업 대상자인 LF컨소시엄은 2021년까지 756억 원을 투자해, 부띠끄 호텔 등 숙박시설과 프리미엄 아울렛, 휴양문화시설 등을 준공하게 된다.

LF가 패션 이외에 다른 사업군을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당시 LF푸드를 설립해 뷔페 레스토랑 ‘마키노차야’, 일본 생라멘 전문점 ‘하코야’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해럴드동아TV를 운영하는 ‘헤럴드동아’를 인수하는 등 종합유통회사의 모습을 갖추려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패션을 주 사업으로 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고, 유통채널 역시 PB화장품을 출시하고 가구 사업에 뛰어드는 등 불황에 기존 것 이외에 새로운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본업의 강점이 퇴색되는 건 아닌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