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중고 시계가 있었다. 모 명품 시계 브랜드의 1970년대 모델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계를 사는 데 실패, 아니 (사기를) 포기했다. 발품을 팔 시간은 없고, 1백만원이 훌쩍 넘는 시계를 중고나라나 헬로마켓, 번개장터에서 알아보자니 영 불안했다. 국내 유명 시계 커뮤니티에도 접속해봤지만 ‘등업’의 벽에 막혀 중고 시계 거래 게시판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혹시 이 말에 공감한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누구든지 손쉽게 중고 시계를 팔고 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생겼다. 그 이름도 독특한 ‘와치마피아’는 국내 1호 중고시계 장터 앱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에 시계 전문 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이 이응창 와치마피아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와치마피아 이응창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와치마피아는 어떤 앱인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와서 중고 시계를 사고팔 수 있는 시계 전문 장터 플랫폼이다. 개인간 직거래는 물론 여러 딜러들의 매물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오직 시계 거래에만 특화되어 있어 브랜드 별, 모델 별, 옵션 별 족집게 검색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만큼 기존의 웹 사이트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푸시 알림 기능이 있어 한층 더 편리하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와치마피아는 당장 판매하는 시계가 아니라도 미리 개인 컬렉션을 등록해 놓을 수 있다. 앱 사용자들은 서로의 개인 컬렉션 중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찜할 수 있고, 찜한 시계가 판매로 전환될 시 바로 푸시 알림을 받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개인 컬렉션으로 올려놓은 론진 콘퀘스트는 이미 서너 명이 찜을 해놓은 상태다. 또한 앱 상에 찾는 시계가 없더라도 검색 저장을 해놓으면 매물이 등록되는 순간 자동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또한 제공한다. 

 

기능이 흥미롭다. 이토록 참신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 배경과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와치마피아의 기획은 시계를 좋아하고 중고시계 거래를 종종 하던 개인적인 필요에서 출발했다. 과거에는 주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중고시계 거래가 이뤄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커뮤니티 두 곳만 예를 들어도 가입 후 바로 매물을 올릴 수 없다. 활동을 하지 않거나 ‘눈팅족’이라면 직거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커뮤니티 장터들은 웹 게시판 형태로 되어 있어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더불어 딜러 매물 검색 시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숍에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점 역시도 개선하고 싶었다. 여러 분야의 명품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중고 마켓 플랫폼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이 또한 시계 검색에 있어서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처럼 유독 시계 분야엔 부동산이나 중고차 앱과 같이 한 곳에서 편하게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고, 이런 이유들이 모여 와치마피아 론칭의 모티브가 되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름은 왜 와치마피아로 지었나. 혹시 시계 말고 다른 것도 거래하는 건 아닌가(농담)

그냥 쿨하지 않나?(하하) 알다시피 국내에서 명품 시계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 수는 전체 인구에 비해 매우 적다. 그래서 뭔가 우리끼리 즐기는 듯한, 특별한 집단에 속한 것 같은 느낌의 단어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떠오른 이름이다. 

 

국내 첫 시도인 만큼 애플리케이션을 론칭 하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을 듯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어려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기술력과 자금. 나는 IT 전문가가 아닌 데다가 뜻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패기와 열정만으로 앱을 개발하기엔 나이가 많다. (쓴웃음) 따라서 앱은 100% 외주로 개발된 만큼 만만치 않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됐다. 게다가 트래픽을 늘려야 하니 지금도 매달 수백만원 이상의 홍보비가 투입되고 있는데, 현재 모든 비용은 개인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와치마피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파텍필립을 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다행히 주얼리 사업이라는 본업을 유지하고 있어 와치마피아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개인 자금으로 홍보 비용을 충당한다니, 수익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현재는 홍보와 트래픽 유치에만 신경 쓰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만큼 섣불리 투자를 받거나 서비스 유료화 같은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판매불관여의 철학에 따라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 영원히 수익이 없을 것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딜러의 기간별 회원제, 광고, 공동구매 등 몇 가지 가능성 있는 수익 모델을 검토 중에 있다. 

 

그래도 수익이 없다니 썩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돈을 벌고 싶은 것보다 개인적인 만족감이 더 큰 상태다. 시계 애호가로서 중고시계 거래를 하면서 느낀 불편했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다는 성취감에 취해 있다고나 할까. (웃음) 물론 앞으로 많은 조언과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 적절한 수익 모델을 도입해야 함에는 공감한다.

 

▲ 와치마피아는 국내 1호 중고 시계 거래 애플리케이션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현재 반응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호기심에 들어와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간혹 주위에서 와치마피아를 통한 직거래 성사 소식과 후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묻겠다. 가입된 회원 수와 등록된 딜러 수, 한 달 평균 거래량을 알려달라

오늘부로 누적 회원이 13000명을 넘겼다. 국내 명품 시계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론칭 5개월차 스타트업 앱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15개 업체가 딜러로 활동하고 있고 딜러 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오늘까지 누적 등록된 시계의 수는 677점이고, 이중 현재 남아 있는 시계는 423점이다. (개인 컬렉션 105점, 판매 중인 시계 318점) 즉 254점의 시계는 판매 완료 또는 판매 취소로 삭제된 것인데, 와치마이파는 결제 대행이나 수수료 등을 통해 판매에 관여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실질적으로 앱을 통해 판매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매뉴팩처 브랜드의 시계가 대부분인 점, 중복 매물이 전혀 없고 가품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장터 플랫폼으로는 제법 많은 숫자의 시계가 거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가품이 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나?

중고시계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시계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함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에 와치마피아는 가품이나 도용된 사진들이 난무하는 일부 장터와 차별화하기 위해 시계 전문가들이 철저히 매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매물 등록 시 휴대폰 인증과 랜덤 인증 촬영을 요청하는 안전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한 매물이 발견되면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 절차를 밟는다. 앱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와치마피아는 개인 판매자와 딜러를 투명하게 구별하고 있고, 중복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앞으로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쾌적하고 깐깐한 명품 시계 전문 중고 장터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새롭게 추가될 서비스가 있는지?

올해가 가기 전에 앱과 연동이 되는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족집게 검색이 가능한 와치마피아 앱의 로직을 웹에도 그대로 적용해 PC에서도 시원하게 거래 중인 시계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시계 애호가들에겐 물망에 올릴 만한 시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눈요기 거리가 되니까. 장기적으로는 해외 론칭도 욕심내고 있다. 이미 앱 자체는 다국어 서비스와 다양한 화폐가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끝으로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독자들을 위해 중고 시계 거래 팁을 조언한다면?

시계를 팔고 싶다면 박스와 여분 링크, 보증서 등 구성품을 잘 보관해야 한다. 사진은 여러 각도로 예쁘게 찍어야 하고 흥정의 여지가 있는 가격보단 분명한 가격을 제시하는 게 좋다. 설명도 자세할수록 좋다. 시계의 스펙은 물론이고, 구매처, 구매일, 모델명, 레퍼런스 넘버, 관리 내역, 판매 이유 등 설명이 상세할수록 매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중고 시계를 살 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시세보다 싸면 한 번쯤은 의심해보는 게 안전하다. 판매자와 연락할 땐 문자보단 통화를 추천한다. 상대방과 통화만 해도 판매자에 대해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국이 1일 생활권이니 고가의 시계는 무조건 만나서 거래하는 게 좋다. 택배나 퀵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는 직거래에 비해 사기를 당할 위험이 높다. 직거래는 밝고 안전한 곳에서 하는 게 좋고, 돈은 계좌로 입금하는 편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