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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新당구시대 ①] 아재들의 ‘핫코어 취미’로 다시 부활하다퇴근 후 몇몇 아재들이 집에 늦게오는 진짜 이유
장영성 기자  |  runforrest@econovill.com  |  승인 2017.03.20  10:30:53

지난해 말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에 관한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애연가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당구장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한데 막상 다가가보니 변화는 이미 시전 됐다.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말이다. 과거에 친구들과 내기를 하며 돈을 올려두던 당구대는 최고급 국제식 대대로 변신했고, 볼이 잘 맞지 않는다며 탓하던 큐(Que)는 프리미엄 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가며 고가의 당구용품으로 돌아왔다. 물론 과거에 비해 당구는 스포츠 선택지로서 지위를 많이 잃었다. 그런데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경엔 아직 베이비붐세대(Baby Boom Generation, 혹은 베이비부머)가 그 끈을 놓지 않았을 뿐더러, 각각의 사람들에게 개별적인 상징으로서 자리매김해온 역사가 여전히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츠산업 잡페어 2016'을 찾은 시민들이 당구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新당구가 있기 이전

벨기에 국기(國技)로 인정되는 당구는 구한말 때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한국사의 마지막 군주인 순종은 당구를 자주 즐겼다고 한다. 순종은 옥돌로 만든 포켓 당구대 2개를 두고 하루에 2시간씩 당구를 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서의 대중이 접할 수 있었던 현대적인 당구장 형태는 1923년 지금 충무로 2가에 생긴 ‘파주정’이 최초다. 당시는 일본인이 운영했다. 이때 당구가 일본인으로부터 전파되면서 당구 용어도 일본 용어를 많이 사용하게 됐다. 지금도 많은 당구인이 ‘히끼(당겨치기)’나 ‘오시(밀어치기)’같은 일본 용어를 사용하지만, 당구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당구협회 노력 및 꾸준한 케이블 당구 중계를 통해 용어 현지화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학구 마오시 제각돌리기’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은 그리 없지 않은가.

예전에는 당구장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담배를 자주 피워서 너구리 소굴로 만드는가 하면, 소위 ‘내기당구’를치는 사람들의 잦은 다툼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형사들도 범죄가 일어났다 하면 당구장을 먼저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중·고등학교 특기 스포츠로 보급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게다가 88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선수’라는 개념의 당구인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이상천이라는 국내 당구계 전설이 우리나라 당구 선봉에서 당구를 이끌어가며 점차 스포츠로서 발전해 나갔다. 발전해온 당구는 2013년 WPBA 마스터즈대회 챔피언 김가영 선수와 얼마 전 안타깝게 사망한 故 김경률 선수 같은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내며, 당구라는 스포츠가 과거 왕이 즐기던 ‘황제 스포츠’로서 다시 인정받기 시작했다.

 

   
▲ '김치빌리아드'에 전시된 여러 당구 큐. 중단에 보이는 롱고니 당구 큐 '마사이 실버'는 하박(손잡이)만 시가 760만원에 이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영성 기자>

아재들의 조세 피난처, 큐와 당구장

그때 그 시절 당구를 즐기던 사람들은 현재 ‘新’ 당구 열풍이 불어오면서 점차 구장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모 건설회사의 C 팀장은 학창시절부터 당구를 즐겨온 골수 당구 유저다. 그는 학창시절 당구를 즐기는 한 사람에서, 현재는 당구용품 애호가로서 당구를 즐긴다. 그가 사용하는 큐는 일본 당구용품 제작사 아담의 ‘무사시’다. 탄성과 힘이 좋기로 유명한 아담 큐는 하나에 가격이 400만원에 이른다. 큐의 손잡이라 불리는 ‘하대’와 큐를 손으로 고정하는 부분인 ‘상대’ 중 하대 부분만 보았을 때 개당 150~200만원이다. 일반 당구장에 비치되는 큐가 3~5만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다.

C 팀장은 “당구인 사이에서 개인 큐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며 “이들 가운데는 손잡이만 500~700만원에 이르는 용품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 여러 당구 큐 가격이다. 회사마다 출시되는 제품라인이 가지각색인 점을 고려하여, 평균 값으로 분류했다. (단위 만원)

당구 큐가 마냥 비싼 편은 아니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명품이라 불리는 몰리나리, 롱고니, 한밭, 아담은 200만~400만원대에 달한다. 다음으로 유니버설, 빌킹, 라야니, 메쯔, 퓨리가 100만~200만원 정도. JBS, 레오파드, 클루망 제품이 100만원 이하, 머큐리, 브리지, 듀프린, 드라칸 등이 50만원 이하로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고가의 큐들도 저가형 큐(5~20만원)를 생산해내며, 개인 큐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당구 큐는 롱고니와 아담, 한밭 제품이 유명하다. 이들은 3쿠션 전용 큐를 두고 보았을 때 ‘개인 당구 큐 BIG 3’로 동호인 사이에서 일컬어지고 있다. 가격은 하박(손잡이) 기준 200만원부터 400만원까지 다양하다. 물론 훌륭한 제품도 단점이 있듯,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스레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제작 기간이 길다.

당구 큐가 다양한 가격대 제품이 나오면서 구매자 수요도 다방면으로 늘었다. 프리미엄 큐가 나오면서 베이비부머의 소장욕구를 충족시켰다. 국제식 대대를 설치하는 구장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점도 수요에 기여했다.

한 당구용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은 “최근 큐롬(3쿠션) 시합을 겨루는 국제규격 당구 대대인 국제식 대대가 보급되었다”면서 “이를 즐기는 수요가 함께 증가해 당구용품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당구 큐만이 아니다. 당구장도 변하고 있다

만약 당구 프리미엄 당구 큐를 다뤄보고 싶다면 ‘김치빌리아드’를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김치빌리아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도 찾는 당구장이다. 위치상 법조인들이 많이 찾아와 당구 실력을 겨루며, 법 관련 지식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김치빌리아드는 프레드릭 쿠드롱, 에디 먹스, 장 폴 드 브루인 등 해외 정상급 선수 7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 중 쿠드롱 선수는 토브욘 브롬달, 다니엘 산체스, 딕 야스퍼스와 더불어 ‘3쿠션 4대 천왕’ 중 한 명이다. 그가 이곳에 방문해서 당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축구선수 호날두가 한국에 와서 조기축구 한 번 하고 갔다’라고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도 김재근, 황형범 등 선수 30여명을 지원한다. 지난 1월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맨즈쇼’에 참가해 다양한 당구 행사를 진행하며 국내 당구 문화 확산에 일조하기도 했다.

다른 당구장과 다른 점은 구장을 운영하며 당구용품을 같이 팔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탈리아 당구 큐인 롱고니 제품을 유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박(손잡이)만 시가 760만원인 ‘마사이 실버’라는 제품과 20만원의 저가 롱고니 시리즈까지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취급한다. 방문한다면 여러 가지 큐를 테스트할 수 있어 ‘당구계 낙원상가’라고도 불린다.

개인 큐를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지면 직접 구장에 가서 묻고 듣는 것은 어떨까. 개인 큐를 가진 여러 당구인은 자신의 실력과 큐를 뽐내기 위해 클럽을 자처해서 드나든다. 일산 라페스타에 위치한 ‘DS당구클럽’은 정오가 다가오는 늦은 시간에도 여러 당구인이 실력을 겨루기 위해 북적인다.

하루 방문객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당구인이 찾는 이곳은 다니엘 산체스라는 3쿠션계 명인과 계약하여 만든 프랜차이즈 구장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우리나라에 축구장을 몇 개 차렸다’고 보면 된다. 이곳 역시 김치빌리아드처럼 국제식 대대로만 이루어져 있다. 인테리어와 자그마한 소품까지 신경을 쓴 클럽은 그 흔한 당구 달력 하나 보이지 않는다. 특히 DS클럽은 여성 유저가 많다. 당구장 회원으로 등록된 12명의 여성 당구인이 상시 드나든다. 실력은 남성 못지않게 뛰어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창무 DS클럽 사장이자 (사)대한당구연맹 이사는 “과거에 비해 세련된 구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구는 이제 하나의 놀이에서 스포츠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당구장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컬러오브머니>

DS클럽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컬러오브머니’는 기존 당구장과 색다른 전략을 선보였다. 당구장이 오로지 포켓볼 대대로만 이루어졌다. 전국에 몇 곳 없는 포켓볼 전용 당구장 중 하나인 이곳은 9년 동안 라페스타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컬러오브머니는 최근 변화하는 세련된 당구장의 모습에서 한층 진화했다. 당구장에 스낵바와 카페를 운영하는 등 가족과 연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곽동준 컬러오브머니 사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점점 당구장으로 회귀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은 퓨전 전략이 9년 동안 구장을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전했다. 세 곳 모두 금연 당구 클럽이며 국제식 대대 혹은 고가의 프리미엄 당구대를 갖추었다. 선수들 역시 국제식 대대로 이루어진 구장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김병섭 김치빌리아드소속 당구 선수는 “최근 국제식 대대를 설치하는 당구장이 증가하고 있다”며 “더불어 흡연 부스를 운영하고, 세련된 당구장을 형성하기 위한 인테리어와 소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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