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를 고민하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인한 진료인원은 2007년 16만6천명에서 2011년 19만4천명으로 17%가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4%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치유산균이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탈모치료에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도 유산균이 탈모를 고쳐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관리차원에서 소비하려는 경우가 많다. 약이나 수술은 가격과 부작용이 걱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고 접근성도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게 된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탈모치료제는 미녹시딜(minoxidil, 경피도포제)과 피나스

테리드(finasteride, 경구복용제)뿐이다. 탈모치료에 효과를 보이지만 각각 미녹시딜(체중증가, 부종, 심강박동 증가, 협심증, 피부염 등)과 피나스테리드(남성 성기능 장애, 기형아 출산 등)이 보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치유산균이 탈모치료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른다. 김치유산균과 탈모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입증한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탈모의 종류와 원인

탈모란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매일 머리카락이 약 50개~70개 정도로 일정량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자고 난 뒤나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100개가 넘으면 병적인 원인에 의한 탈모일 가능성이 높다.

탈모는 크게 원형탈모증, 안드로젠탈모증, 기타 비흉터성 모발손실, 흉터 탈모증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한국인의 약 75% 이상은 원형탈모증이다. 이어 흉터탈모증(9.8%), 안드로젠탈모증(8.4%), 기타비흉터성 모발손실(6.6%) 순이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흔히 ‘대머리’라고 일컫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젠이 중요한 인자가 된다.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이다. 그 외에 영양결핍, 특정 약물 사용, 출산, 발열, 수술 등의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후가 원인일 수 있다.

끈질긴 생명력 가진 ‘김치유산균’

유산균은 미생물 중 유산을 대사산물로 많이 생성하는 세균들을 총칭하는 개념적인 명칭이다. 이 중 프로바이오틱스는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이득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뜻하는데 최근 면역기능 조절을 통해 염증성 장질환, 아토피 피부염 등 마우스 모델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광범위하게 제품에 사용된다.

김치 유래 유산균으로 알려진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은 위산과 담즙산에 대해 높은 생존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육류보단 채소와 곡식을 많이 섭취해 서양인보다 장이 길기 때문에 장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높은 식물성 유산균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유산균식품학회지에 따르면 식물성 유산균의 인공위액 내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동물성 유산균의 생존율인 20~30%보다 월등하게 높다.

국내에서 김치유산균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는 CJ제일제당, 한국야쿠르트가 유명하다. CJ제일제당의 '피부유산균 CJLP-133‘은 면역물질의 과분비를 조절함으로써 가려운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수백여 개 김치에서 분리한 3500개의 유산균 분석을 통해 이 중 133번째 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CJLP133’을 제품으로 개발했다. 한국야쿠르트도 ‘얼려먹는 야쿠르트’에 자사 중앙연구소에서 4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개발한 김치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2’을 첨가했다.

▲ 탈모증 진료인원 및 진료비 추이(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치유산균으로 발효시킨 생약초, 발모촉진 효과

탈모를 치료한 것은 아니지만 한 연구에서는 김치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으로 발효시킨 생약초 물질이 발모촉진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수 강릉원주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생물의약신소재교실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민간요법으로 두피건강 및 발모에 유용한 소재로 알려진 검은콩, 검은깨, 박하, 지모, 시호, 지장수, 창포, 측백나무잎, 쓴풀 등 생약초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으로 발효시킨 물질을 자발적 탈모가 진행되는 특징을 가진 C57BL/6 마우스 모델에 바른 결과 도포용 탈모치료제 미녹시딜(minoxidil, 경피도포제)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발모촉진 효과를 보였다.

주성수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발모효과의 70%~80%는 발모촉진 물질 때문이라고 보지만 발효하면서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이 새로운 물질을 생성해내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컷 쥐는 제모 후 7일째부터 피부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해 9일째부터는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피부 밖으로 털이 자라났다.

발모의 속도와 분포도는 미녹시딜에서 우세했으나 연구물질 처리군 모두에서 모근이 미녹시딜 처리군에 비해 매우 튼튼하게 형성되는 것이 관찰됐다.

주성수 교수는 “연구를 통해 김치균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특정 탈모에 치료효과가 있다기보다는 10일 걸릴 수 있는 발모시기를 5일 정도로 앞당기는 발모촉진효과만을 확인했다”며 “남성호르몬에 의한 탈모나 원형탈모 등에 대한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또다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모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김치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생약초 물질이 모발성장인자를 자극하고 혈관신생을 도와 발모에 유익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