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8일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공식 결정 발표 이후 계속돼 왔던 중국의 보복 조치가 최근 도를 넘고 있다.

한국 정부가 THAAD 배치와 관련된 이슈를 발표하거나 실제 배치에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곧바로 보다 높은 강도의 보복조치를 단행해 온 중국은, 최근 롯데가 상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할 것을 확정 발표하고 한민구 국방장관이 4~5월 중 한반도 사드 배치 완료를 미국과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복 조치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은 여전히 당국의 지시나 개입은 없다고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의 제재를 타개해 나갈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언제, 어떤 산업에, 어떻게 제재조치를 가할지 가늠하기 어렵고, 공식적인 규제보다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조치를 강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같은 보복 제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자신의 안보적 핵심 이해와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강경한 대응을 상당기간 지속했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드 이슈도 단기 이벤트는 아니다. 특히, 상반기 동안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관한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그 어느 나라도 이 이슈를 관심 가지고 보도하는 나라도 없다. 게다가 한국은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여있다. 총리겸 대통령 권한 대행과 경제부총리, 외교장관은 한결 같이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대선 주자는 중국과의 교류를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매우 쉽게 이야기한다.

이 와중에 중국은 양회가 열리고 있고, 여기에서 중국의 글로벌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은 대국으로서 옹졸한 짓이라는 한국의 소리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기자는 독자들이 이번 사태를 전체적으로 보는데 도움이 되도록, 중국의 최근 대응을 전후한 중국과 외신 보도를 첨삭 없이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우선 중국의 관점. 중국 신화통신은 3일자로 “한·미 전쟁 게임,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킨다”와 5일자로 ”한국 주민들, ‘사드 반대’ 촛불 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타전했다.

“한국이 미국과 두 달 동안에 걸친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 훈련을 1일 시작했다. 이 작전에서 한국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고고도 미사일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하는 훈련이다. 이것은 이 지역의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한·미의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이 지역을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중략).

이번 한·미 훈련이 북한을 더 자극시켜, 사드의 타켓이 된 북한으로 하여금 ‘가장 거친 반격’을 하게 만들었다(중략).

한·미 당국은 사드 배터리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인접 국가 영토까지 깊숙이 들어와 관찰할 수 있다(중략).

한 중국 외교관은 ‘마치 친구에게 로부터 등을 찔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했으며, 러시아와 협력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신화 통신은 또 (정부 당국의 개입과 관계 없이) 중국 내에 퍼지고 있는 반한 감정과 한국에서의 사드 반대 시위도 언급했다.

“반한 감정이 이미 중국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상품, 특히 회사 보유의 땅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 롯데 상품을 보이콧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중략).

사드에서 X밴드 레이더라는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극초단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중략).

150명의 성주 주민들은 한·미 당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합의한 이후로 매일 밤 촛불 시위를 해 왔으며, 5일 저녁으로 235회를 맞았다(중략).”

이번 사태에 관한 중국의 주장과 명분은 다음 두 줄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무기 경쟁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며, 북한과의 평화적 노력은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너무 늦기 전에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를 바란다.”

다음은 로이터 발 3월 5일자 “한국, 중국의 차별 조치에 항의”와 블룸버그의 5일자 “한국, 중국압력으로부터 자국 회사 보호할 것”이라는 제하의 동일 기사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장관은 5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중국의 최근 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하고, 한국 회사들에 대한 중국의 차별 조치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또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 회사들이 중국의 불공정한 거래 제한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중국 내 지점 수는 이미 15개로 알려졌고, 중국 관광업체들의 한국 상품이 무더기로 취소되고 있는데, 구체적 조치 없는 장관의 원론적 발언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주 장관은 ‘WTO 정책과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불공정한 처우를 받으면 즉시 조치하기 위해 또 대중국 수출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에게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한국의 당국자들이 내심 안도하는 이유는 이 기사의 다음 내용 때문일지 모르겠다.  

”경제 전문가들은,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단기간에는 크게 영향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 중 대부분은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외국에 수출하기 위한 중간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중국발 기사. 중국의 관영 매체 차이나 데일리는 6일 “글로벌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라는 기사를 타전했다.

이 기사는 텍사스 휴스톤에 있는 세인트토마스 대학교의 존 테일러 교수의 말을 인용해 시작한다.

“세계는 중국이 경제 글로벌화를 위한 역할을 주도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테일러 교수는, 중국의 시주석이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를 경제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리더로서의 중국의 역할의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하며, 중국은 강력한 글로벌 책임감을 갖고 있어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극찬했다.

“글로벌화로 인해 중국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유치에서 중국의 해외 투자로, 노동 집약 제품에서하이테크 기술 집약 제품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중국의 이러한 발전은 또 경제의 글로벌화에 크게 기여했다. 가난을 획기적으로 줄인 중국의 놀라운 성과가 세계 경제 개방에 커다란 모멘텀이 될 것이며, 글로벌 경제에서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테일러 교수의 이런 극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적어도 한국에게는 그저 보복이나 일삼는, 뒤로는 지시하고 겉으로는 부인하는 치졸한 경제 대국이다. 우리도 중국 관광을 줄이고 중국 상품을 사지 말자는 게 지금까지 고작 들리는 소리다.

센카구 열도로 인한 중·일 긴장 고조 시기에 일본이 보여준 현명한 대처 – 결국 중국 의존도를 줄여가는 - 를 배워야 한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그것도 민간에서 띄엄띄엄 들리는 소리다. 지도력 부재에 빠진 한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는데, 정작 시험대에 올라 있는 리더십들은 침묵이다. 이럴 때 침묵은 금이 아니다. 정서적 호소를 뛰어넘는 이성적 대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