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사 수 AMD CEO, 출처=AMD

인텔 독점을 끝낼 기대작이라는 AMD(Advanced Micro Devices) 새로운 CPU ‘라이젠’이 2일(현지시간) 공식 출시됐다. 기대보다 낮은 게이밍 성능을 보여줬다는 비난도 있지만,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이라는 관련 업계의 평이다.

IT 전문 매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라이젠7 1800X가 인텔 경쟁제품에 뒤떨어지는 게이밍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충분히 빠르지 못한 IPC(클럭당 명령 처리 수)를 보였으며, 멀티 코어의 이점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고사양 게이머들이 당장 라이젠 CPU를 구매하기엔 실망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사양 게임에선 실망스러웠어도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PC 성능을 향상하려는 사람에게 인텔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게 됐다고 부연했다. 워크스테이션은 특수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성능의 컴퓨터다.

IT 전문매체 PC월드는 라이젠이 1080 해상도 이상의 게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리사 수 AMD CEO는 “우리는 1080 해상도 게임 퍼포먼스 성능 향상에 대한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며 “추후 패치를 통해 게이밍 성능을 올리겠다”고 얘기했다.

실망스러운 게이밍 성능을 보여줬다는 비난 때문에 AMD 주가는 라이젠 출시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존 테일러(John Taylor) AMD 대변인이자 부사장은 “라이젠이 몇 사이트의 저해상도 게임에서 실망스러운 게이밍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서 “칩 자체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최적화 문제”라고 설명했다. CPU 성능은 여러 테스터 평론가가 증명했듯 최고라고 덧붙였다.

출시된 제품은 데스크톱용 CPU인 라이젠7 1800X, 1700X, 1700 3종류다. 1800X는 8코어, 16스레드, 기본 작동속도 3.5GHz(기가헤르츠), 부스트 작동속도 4GHz의 성능이다. 1700X는 8코어 16스레드, 기본 작동속도 3.4GHz, 부스트 작동속도 3.8GHz를 지원하며 1700은 8코어 16스레드, 기본 작동속도 3GHz, 부스트 작동속도 3.5GH다. 기존 28나노 공정에서 14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1800X는 국내가 64만원, 1700X는 54만원, 1700은 45만원 선으로 출시됐다.

라이젠71700X의 경쟁상품인 인텔 코어i7-6900K는 인터넷 최저가로 130만원선이다. i7-6900K는 8코어 16스레드에 기본 작동속도 3.2GHz, 부스트 작동속도 3.7GHz다. 코어가 물리적으로 나뉜 것이라면 스레드는 논리적으로 나뉜 가상 칩이다. 물리적 코어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라이젠7을 오버클럭하기 위해선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사용해야한다. B350이상의 중상위급 메인보드를 이용해야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다. B350은 오버클럭은 지원하지만 SLI와 CF를 지원하지 않아 단일 그래픽카드만 이용해야 한다. 최상급 메인보드인 X370을 이용해야 오버클럭과 SLI와 CF를 지원받을 수 있다. SLI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2~4개이상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래픽카드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선호한다. CF(CrossFire)도 그래픽카드를 2개이상 사용하도록 돕는다는 얘기다. 오버클럭은 제조업체에 의해 설계된 것보다 강제로 더 높은 클럭 속도로 동작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인텔의 독주를 멈출 기대주

AMD는 인텔이 독점한 CPU 시장 상황을 바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스테크니카는 인텔이 고사양 컴퓨팅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

IT 전문매체 디지털트렌드는 최근 몇년간 메인스트림급에 속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이 계속 향상됐지만, 최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평했다. 메인스트림은 중간급에 해당하는 주력제품이다. 인텔 코어i7 2세대 혹은 3세대 이용자들이 비용적 문제로 최신 인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힘들었다는 평이다. 현재 코어 i7은 7세대까지 나왔다.

인텔 CPU는 세대마다 호환되는 메인보드가 있다.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다시 구매해야 할수도 있다는 말이다. AMD는 기본 소켓을 AM4 소켓으로 통일했다. 최상위 제품인 8코어 16스레드 제품인 1800X나 4코어 4스레드 제품 모두 한가지 메인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트렌드는 “AMD가 최소 2020년까지 AM4 소켓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전했다.

PC월드에 따르면 메인스트림 시장을 겨냥한 라이젠5 1500X와 1600X는 올해 2분기 내 출시될 예정이다. 로우엔드급인 라이젠3는 2분기와 3분기 사이 선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젠5 1600X는 6코어 12스레드, 기본 작동속도 3.6GHz, 부스터 작동속도 4GHz를 지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이젠5의 판매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AMD 측은 라이젠5 1600X가 모든 스레드를 다 사용했을 때 인텔 고급 제품군인 코어i5 7600K보다 69% 이상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싱글 스레드 성능은 인텔 제품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캐빈 렌싱(Kevin Lensing) AMD 부회장은 “우리는 인텔보다 싱글스레드 퍼포먼스에서 뒤진다”면서 “라이젠이 멀티스레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싱글스레드 성능은 인텔의 강점”이라고 했다. 모든 코어를 이용한 상태의 테스트에서도 라이젠 성능이 우수했으나 코어 한개만 이용한 테스트에선 인텔 제품이 우위를 보였다.

인텔, 라이젠 등장에 가격 인하 시작?

라이젠 출시 직전 인텔 CPU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미국 마이크로센터(Microcenter)는 인텔 코어 i7-7700K의 가격을 80달러(약 9만원) 인하했다. 아마존은 인텔코어 i5-7600K 가격을 239달러(약 28만원)으로 낮췄다. 라이젠7 1700X의 경쟁상품으로 직접 거론되는 인텔 i7-6900K의 가격은 아마존과 마이크론센터에서 999.99달러(약 116만원)로 인하됐다.

포브스는 아마존이 지난 1월보다 20~30달러 인하해 할인폭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라이젠 때문에 가격을 인하할지 두고 봐야 하지만, 경쟁이 생긴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현상이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