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약 4년 만에 대규모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동안은 지도체제를 흔들지 않고 상황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 최소한의 임원인사를 했다.  올해 상반기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경영 조기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CJ그룹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3세 경영 참여의 본격화와 글로벌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 아울러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도 감지된다.   

CJ그룹은 부사장대우 7명, 상무 25명, 상무대우 38명 등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는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6일 밝혔다.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를 이루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 달성을 지난 2010년에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를 승진시키는 한편 우수한 경영진을 글로벌에 전진 배치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인재제일’, ‘젊고 능력있는 인재 발탁’, ‘철저한 성과주의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3세 경영 닻 올랐다

▲ 이경후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 상무대우. 출처: CJ그룹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33)이 상무대우로 승진한 것. 상반기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전 미리 3세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임 이경후 상무대우는 미국 콜럼비아대 석사 졸업후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주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임원 승진은 입사 후 6년 만이며, 지난 2015년 3월 부장 승진 이후로는 2년 만이다.

아울러 이경후 상무대우의 남편 정종환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상무대우로 동반 승진됐다.

정종환 신임 상무대우는 미국 컬럼비아대 학사(기술경영)와 석사(경영과학),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하다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했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에 만나 지난 2008년 8월 결혼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경후 상무대우 부부의 임원 승진으로 CJ그룹의 3세 경영 참여와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장 3세 경영이 시작되지는 않겠지만, 이 회장의 두 자녀가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28)는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는 제외됐다.

아울러 신임여성임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이선정 올리브영 H&B사업부장(39), CJ제일제당 윤효정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장(48), CJ E&M 김철연 미디어 사업전략담당(46) 등 모두 4명이 탄생했다.

글로벌 사업 부문 확장

CJ그룹은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목표로 하는 그룹의 비전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 확장이 필수다.

그동안 이 회장의 부재로 관련 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왔다. 총수의 복귀로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를 앞두고 글로벌 사업을 위한 임원진 배치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CJ대한통운 윤도선 중국본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으며, CJ E&M 서현동 글로벌 사업담당, CJ푸드빌 곽규도 중국법인장, CJ오쇼핑 엄주환 SCJ법인장 등이 각각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하는 등 상무 이상 승진자 32명 가운데 12명이 해외지역본부 등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배출됐다.

앞서 CJ는 2013년 이후 회장부재 위기를 겪으며 최소한의 신규 임원 위주 인사를 해오다 지난해 9월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CJ대한통운 박근태 대표이사를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등 CEO급 포함 50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재현 회장 복귀, 4월?

2013년 7월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 및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CJ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 투자규모의 경우 2012년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에서 매년 감소해 2015년에는 1조7000억원에 그쳤다.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5년에는 1조 3500억원의 APL로지스틱스와 3조원의 코웨이 인수는 조건 등이 맞지않아 포기했다. 지난해도 동부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동양매직, 한국맥도날드 등 굵직한 M&A들이 불발됐다.

이 회장 복귀하면 CJ그룹이 오너 공백에 따른 그룹경영위원회 체제를 깨고 대형 투자와 해외사업 관련 M&A 등 공격적인 경영체제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없는 동안 그룹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그룹경영위원회만으로는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회장의 건강 호전과 함께 그룹의 대형 투자와 해외사업 관련 M&A에 이 회장이 직접 나설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 맞물리면서 위기감이 팽창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지만 유전병 치료 등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룹에서는 이 회장의 부재로 지난 3년여간 각종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성장판이 가로막혀왔기 때문에 우려가 깊다. 그러나 이 회장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정확한 경영 복귀 시기는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주에 치료차 미국 LA로 출국했다.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크게 문제가 없다면 빠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 내에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총수가 복귀하면 지난 수년간 정체되어 온 그룹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경영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