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이번 리뷰60분에서 다룰 게임은 래피드스튜디오(Rappid Studios)의 ‘에픽배틀 시뮬레이터(Epic Battle Simulator)’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레벨30에 도전할 차례다. 10단위 레벨엔 적군 에픽영웅이 등장한다. 강력한 놈 하나가 끼어있어 이기기 쉽지 않단 얘기다. 일단 화면 왼쪽 바둑판 같은 곳에 우리편 유닛을 배치해야 한다.

레벨별로 한정된 자원이 주어진다. 레벨30에선 금화 4000개를 사용할 수 있다. 유닛은 35개까지 전투에 참가시키는 게 가능하다. 유닛 종류마다 비용이 다른데 대개 강할수록 비싸다.

유닛 종류가 다양하다. 맨주먹 파이터부터 거대도끼를 든 전사가 등장한다. 기병이랑 거대골렘도 나온다. 어떤 유닛을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먹이사슬을 고려해 바둑판에 배치해야 한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 출처=게임화면 캡처

모두 배치하면 게임이 시작된다. 전장 왼편이 우리편, 오른편이 적군 진영이다. 화려한 컨트롤? 그런 거 없다. 우리편과 적군이 알아서 전투에 임한다. 100% 오토플레이다. 유저는 그냥 카메라 시점이나 돌려가며 우리편이 이기길 응원하면 된다.

옛날옛적에 즐기던 ‘쇼군 토탈워’가 떠오르는 전투장면이다. ‘삼국군영전’ 같은 게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그 게임들은 유저가 최소한의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 에픽배틀 시뮬레이터는 말 그대로 시뮬레이터다.

이게 뭔 재미인가 싶을 수 있겠다. 다만 악마의 게임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떠올리면 납득이 간다.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유저는 선수를 직접 조종할 순 없지만 선수를 영입하고 전술을 짜며 언론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에픽배틀 시뮬레이터 역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적군에 궁수가 바글바글하다면? 앞에서 방패로 막아주는 유닛을 배치하는 걸로 대응하는 식이다. 먹이사슬은 전투경험이 쌓이면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심지어 온라인 멀티플레이도 지원한다. 이름모를 유저들과 승부를 벌일 수 있다. 주어진 자원은 같다. 승패는 전략에 좌우된다. 변수도 존재한다. 보석을 잔뜩 모으면 에픽영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마법사나 드래곤 같은 강력한 영웅이 기다린다.

오토플레이는 모바일게임 빅트렌드다. 조작부담을 줄여 유저가 피로하지 않게 해준다. 오토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너무 많아 정교한 컨트롤의 묘미를 그리워하는 유저들도 많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 출처=게임화면 캡처

그런 까닭일까. 100% 오토플레이 게임이 흔하진 않다. 오토플레이를 돌릴지, 직접 컨트롤을 할지 유저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에픽배틀 시뮬레이터는 100% 오토플레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생기진 않는다. 괜히 ‘시뮬레이터’가 아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인 카메라뷰 조작이 편리하지만은 않다. 매번 유닛 배치를 하는 작업도 너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든다. 에픽영웅이 몇가지 없고, 너무 비싸다는 점도 애석하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뛰어난 보급형 에픽영웅이 추가되면 좋을 듯싶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수요가 분명 있을 게임이다. 피파나 위닝일레븐만큼이나 풋볼매니저 팬도 많지 않은가. 게임 자체는 단순하지만 오기를 자극하며 유저를 붙잡을 걸로 보인다. ‘언젠간 에픽영웅을 사고 말 테야!’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유욕 자극 측면도 있다.

게임 디자인은 조금 비루하다. 100% 완성단계가 아닌 프로토타입 느낌을 준다. 이게 콘셉트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같은 콘셉트에 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입힌 게임이 등장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