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이번 리뷰60분에서 다룰 게임은 래피드스튜디오(Rappid Studios)의 ‘에픽배틀 시뮬레이터(Epic Battle Simulator)’다.
레벨30에 도전할 차례다. 10단위 레벨엔 적군 에픽영웅이 등장한다. 강력한 놈 하나가 끼어있어 이기기 쉽지 않단 얘기다. 일단 화면 왼쪽 바둑판 같은 곳에 우리편 유닛을 배치해야 한다.
레벨별로 한정된 자원이 주어진다. 레벨30에선 금화 4000개를 사용할 수 있다. 유닛은 35개까지 전투에 참가시키는 게 가능하다. 유닛 종류마다 비용이 다른데 대개 강할수록 비싸다.
유닛 종류가 다양하다. 맨주먹 파이터부터 거대도끼를 든 전사가 등장한다. 기병이랑 거대골렘도 나온다. 어떤 유닛을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먹이사슬을 고려해 바둑판에 배치해야 한다.
모두 배치하면 게임이 시작된다. 전장 왼편이 우리편, 오른편이 적군 진영이다. 화려한 컨트롤? 그런 거 없다. 우리편과 적군이 알아서 전투에 임한다. 100% 오토플레이다. 유저는 그냥 카메라 시점이나 돌려가며 우리편이 이기길 응원하면 된다.
옛날옛적에 즐기던 ‘쇼군 토탈워’가 떠오르는 전투장면이다. ‘삼국군영전’ 같은 게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그 게임들은 유저가 최소한의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 에픽배틀 시뮬레이터는 말 그대로 시뮬레이터다.
이게 뭔 재미인가 싶을 수 있겠다. 다만 악마의 게임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떠올리면 납득이 간다.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유저는 선수를 직접 조종할 순 없지만 선수를 영입하고 전술을 짜며 언론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에픽배틀 시뮬레이터 역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적군에 궁수가 바글바글하다면? 앞에서 방패로 막아주는 유닛을 배치하는 걸로 대응하는 식이다. 먹이사슬은 전투경험이 쌓이면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심지어 온라인 멀티플레이도 지원한다. 이름모를 유저들과 승부를 벌일 수 있다. 주어진 자원은 같다. 승패는 전략에 좌우된다. 변수도 존재한다. 보석을 잔뜩 모으면 에픽영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마법사나 드래곤 같은 강력한 영웅이 기다린다.
오토플레이는 모바일게임 빅트렌드다. 조작부담을 줄여 유저가 피로하지 않게 해준다. 오토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너무 많아 정교한 컨트롤의 묘미를 그리워하는 유저들도 많다.
그런 까닭일까. 100% 오토플레이 게임이 흔하진 않다. 오토플레이를 돌릴지, 직접 컨트롤을 할지 유저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에픽배틀 시뮬레이터는 100% 오토플레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생기진 않는다. 괜히 ‘시뮬레이터’가 아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인 카메라뷰 조작이 편리하지만은 않다. 매번 유닛 배치를 하는 작업도 너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든다. 에픽영웅이 몇가지 없고, 너무 비싸다는 점도 애석하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뛰어난 보급형 에픽영웅이 추가되면 좋을 듯싶다.
수요가 분명 있을 게임이다. 피파나 위닝일레븐만큼이나 풋볼매니저 팬도 많지 않은가. 게임 자체는 단순하지만 오기를 자극하며 유저를 붙잡을 걸로 보인다. ‘언젠간 에픽영웅을 사고 말 테야!’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유욕 자극 측면도 있다.
게임 디자인은 조금 비루하다. 100% 완성단계가 아닌 프로토타입 느낌을 준다. 이게 콘셉트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같은 콘셉트에 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입힌 게임이 등장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