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이유는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소비자나 국민에게 자신의 상품, 서비스, 정책 등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스토리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죠. 홍보, 광고, 마케팅에서는 이 ‘쉽게’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받았습니다. 10여년 정도 홍보팀에 근무하면서 겪은 홍보인의 이야기를 담은 <홍보인의 사(社)생활>이란 책이었습니다. 저자 자신이 10년간 홍보 일을 하면서 겪고 느꼈던 홍보 이야기를 시시콜콜히 스토리로 풀어 놓은 책이었습니다. 가만 보니, 홍보 마케팅에서뿐만 아니라, 이 책처럼 실무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책도 꽤 있더군요. 특히 <홍보인의 사(社)생활>와 같은 홍보 분야에서도 몇 권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 다양한 홍보인을 엿본 옴니버스 드라마 <홍보인의 사(社)생활>
‘대학 시절만 해도 ‘홍보’와 ‘광고’를 구분하지 못했던 민규는 홍보팀에 와서 두 가지를 알게 됐다. 이 나라에 신문사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 그리고 국어가 엄청 어렵다는 것, 띄어쓰기나 외래어 표기법을 한두 개 틀리는 것쯤은 애교로 넘어간다 해도, 단어의 용례부터 문장의 뉘앙스, 문맥의 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쓰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홍보인 송민규가 보도자료를 처음 쓸 때의 심정입니다. 이 책은 저자 정태일이 10여년간 겪은 홍보 일을 소재로 쓴 옴니버스 직장드라마로 <미생>의 홍보 버전으로 보면 됩니다. 취준생이 홍보인으로 데뷔하는 과정, 홍보팀의 중심에서 언론홍보,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업문화 등 업무를 진행했던 스토리, 또 홍보인으로서의 고민거리들을 이제훈, 송민규, 김준호, 장조안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홍보인의 기쁨과 애환을 톡톡 튀는 글로 표현했습니다.
# 기업이 닥친 위기와 해결을 스토리로 푼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일주일이 평탄하게 지나가나 했다. 금요일 오후, 갑자기 모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의 한 소비자가 정 팀장 회사의 주스를 마시다가 날카로운 유리 가루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 중이라는 것이었다. 왜 주스에 그런 이물질이 들어갔을까? 정 팀장은 일단 이전 미디어 트레이닝받았던 내용을 순간적으로 기억했다.’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의 저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정용민입니다. 저자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홍보팀과 그 업무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쓴 책입니다. 이 에피소드처럼 식품업체 이물질 사고는 꼭 금요일 오후에 터지거나 대형 사고는 연휴 전날 발생합니다. 이렇게 홍보팀에서 위기를 체험한 홍보인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위기 상황과 그 해결책이 꾸밈없이 담겼습니다.
# 팀원, 팀장, 실무, 이론을 버무린 홍보팀 실무서 <똑똑한 홍보팀을 만드는 실전 홍보 세미나>
‘오늘은 최 부장이 내게 사보기자가 체질이라고 했다. 홍보팀에 들어와 석 달 정도 사보를 맡아 진행했는데, 벌써 몸에 익었는지 제법 재미가 붙었다. 홍보를 하고 싶었지 사보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사보를 담당하고 30일을 한 주기로 사보를 세 권쯤 발행을 해보니 나름대로 사보가 어떤 것인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필자가 2007년에 집필하여 2011년과 2015년 두 번의 개정판을 발행한 홍보팀 실무서적으로 처음 홍보팀에서 사보를 맡았을 때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 외에 구매팀과 CI가 잘못되어 싸운 이야기, 기자와의 당혹스러웠던 첫 만남, 에이전시 시절 고객사와의 에피소드, 엄격한 CEO와의 PI 스토리 등 애끓고 절절한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이 책이 앞의 두 서적과 차이는 스토리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스토리는 각 파트의 앞부분에 배치했고요. 필자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하여, 스토리가 주제로 쉽게 연결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