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야만 흔들리는 나의 붓꽃은 허물을 벗어버리고 그토록 바라던 나비가 되었다. 나붓거리며 하늘을 날아올라 이리저리 바람을 타고 흙 내음, 풀 내음을 맡으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가장 화려한 시절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리박스 속에 고정되어버리고 만다.
박물관 유리박스 속의 나비를 보는 순간 내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하였다. 지금껏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했던 그 모든 원인을 남들에게 돌리는 어리석은 시절을 보냈다. 이젠, 처절한 날개 짓만이 진정한 자유를 다시 얻게 할 것이다.
호흡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붓 길을 나비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한 오라기의 붓끝과 시선만 남고 중간의 나의 육신은 사라진다. 운명처럼 다가온 화업의 길…. 유행처럼 뒤따르는 쉬운 길은 가지 않으리라. △문수만(洋画家 ムン・スマン, 文水萬)작가 메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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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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