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COUNTER, 24×19㎝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each)

 

오: 옻칠은 대게 장롱이나 나무그릇 위에 칠하는 일종의 도료역할을 하는 것으로 부식이나 벌레 등의 침입을 막지요. 또 한 천연 도료로서 화학도료보다 오랫동안 그 색채와 선명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옻을 잘 타는 사람은 옻의 독성에 의해 근처에만 가도 살갗이 헐어 부스럼이 생기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작품의 표현 매체로서 사용하고 계시는지요.

이: 옻칠은 제가 어릴 때부터 눈에 익었던 색과 재료였습니다. 죽은 사람을 담는 관위에 칠하여 나무의 부식을 막기도 하였고, 장롱, 상 등에 칠한 것을 볼 수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나이 익었고 친숙한 색감이었으며 오랫동안 보존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73×91㎝, 1998

 

그러던 중 원주에서 이 재료를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게다가 원주에서 나는 옻의 질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재료의 특성상 잘 번지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다른 화학재료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있는데 우리 단일 민족성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러한 옻을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제가 옻을 타지 않는 까닭인 것 같습니다.

 

▲ 76×57㎝, 1999(each)

 

오: 옻을 붓으로서 표현하기에는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인데요. 어떻습니까. 이정연(Rhee Jeong Yoen)작가는 표현에 있어 무리가 없이 쉽게 되던가요.

이: 저의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붓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작품에는 붓질을 이용한 표현도 있지만 사실 맨손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이: 우리의 옛 그림에 손가락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지두화’라는 것이 있었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옻을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묻혀 직접삼베가 바탕재료로 되어 있는 캔버스 위에 마치 붓을 문지르듯 몇 차례에 걸쳐 손으로 문질러 색칠을 하는 것입니다. 곧 간접적인 표현의 붓질이 아니라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통하여 그리는 것인데 캔버스의 삼베 질감이 손에 그대로 느껴져요.

 

▲ ENCOUNTER, 57×77㎝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

 

오: 그러면 손가락이나 손바닥이 삼베의 질감에 의해 상처가 나지 않나요.

이: 물론 상처가 날 때도 있지요. 다행히 옻을 타지 않아 온몸으로 번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온 몸을 사용하여 작품을 그대로 그려내고 완성시키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을 편안하게 그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온몸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또 그렇게 제작한 작품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 다른 재료들도 사용하고 있습니까.

이: 삼베나 옻칠 이외에도 흙, 숯가루, 돌가루, 뼛가루, 등 주로 이 땅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대담=오세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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