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GSMA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산업 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이 화려한 막을 내렸다. 2013년 MWC는 ‘새로운 모바일의 지평(New Mobile Horizon)’을, 2015년 MWC는 ‘혁신의 최전선(Edge of Innovation)’을 내세웠다. 그리고 올해는 ‘모바일, 그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였다. 지평을 열고 혁신의 최전선에 모바일 경쟁력을 올렸다면, 이제는 모바일 이후의 시대를 통신사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야심이 드러난다.

매츠 그랜린드(Mats Granryd) GSMA 사무총장은 “5G 시대는 더욱 풍요롭고 스마트하며 편리한 생활과 업무 환경을 가능케 하는 혁신을 몰고 올 것”이라며 “센서로 작동되는 스마트 주차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화상 회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G가 성공적으로 표준화돼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200여개 국에서 2200여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참석자 수는 10만여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신사, 제조사, 규제기관 등 ICT 업계 인사 38명이 총 11개의 키노트에 참가했다.

기조연설 키워드 ‘슈퍼인텔리전스·싱귤래리티·콘텐츠 골드러시’

개막 첫날 2월 27일(현지시각)에 기조연설을 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를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슈퍼인텔리전스는 로봇에 탑재될 만큼 우수한 성능을 지닌 인공지능이다. 손 회장은 30년 후 IQ 1만의 슈퍼인텔리전스 컴퓨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출처=위키미디어

그는 “슈퍼인텔리전스가 로봇과 같은 이동형 디바이스에 탑재되면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라며 “2040년에는 IoT(사물인터넷) 칩이 내장된 스마트 로봇이 세계 인구수를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비전펀드를 통해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려는 그는 초연결의 핵심 인프라의 기본인 통신과의 극적인 만남을 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도 강조했다. 싱귤래리티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순간을 말한다. 이 역시 그가 추구하는 지론 중 하나다.

같은 날 기조연설에 나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MWC2017에서 ‘모바일 사용 환경 발전에 따른 인터넷 TV의 미래’에 관해 토론했다. 연설은 BBC의 프랜신 스톡(Francine Stock)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훌륭한 콘텐츠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준다”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넷플리스는 세계가 보지 못한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업계에서 리드 헤이팅스 CEO의 등장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했다. OTT 사업자의 입장에서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업계와는 망 중립성 화두를 매개로 치열한 신경전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MWC 2017에서 확인된 리드 헤이팅스 CEO의 등장은, 어느덧 높아진 미디어 사업의 위상을 잘 증명하는 사례로 꼽힌다.

개막 둘째 날 연설에 나선 아르노 드 퓌퐁텐느 프랑스 미디어그룹 비방디(Vivendi) CEO는 “미디어와 통신이 결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며 “모바일을 위한 콘텐츠가 많지 않은 만큼 여러 파트너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19세기는 황금, 20세기는 오일러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콘텐츠를 향한 골드러시가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통 3사 행보 ‘SKT 단독부스, KT 키노트 연설, LGU+ 참관단 파견’

5G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이통 3사 수장 모두 MWC 2017에 참석했다. SK텔레콤과 KT는 MWC 현장에 전시 부스를 차리며 공세적으로 나왔고 황창규 KT 회장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 출처=SKT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8년째 단독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퀄컴, 노키아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함께 제3 전시홀에 부스를 차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 될 5G와 AI 영역 등에서 신개념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5G의 혁신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로 VR 서비스와 커넥티드 카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5G 기반 커넥티드카 T5는 20Gbps 이상 속도로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지국과 통신할 수 있다. 지난 2월 7일에는 세계 최초로 시속 170㎞ 초고속 주행 환경에서 3.68Gbps 속도 시연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올해 SK텔레콤은 총 8개 스타트업과 동반전시를 통해 해당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시관 외벽은 SK텔레콤 자사 벤처 육성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온 기업 레온사의 투명 LED 디스플레이로 구축했다.

박 사장은 MWC 개막 전날인 2월 26일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열리는 GSMA 이사회에 참석해 개방과 협력을 통한 글로벌 ICT 생태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 MWC 기간 주요 글로벌 ICT기업은 물론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경영진과도 잇따라 만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 출처=KT

KT는 GSMA 이노베이션 시티(Innovation City)에 공동 전시 부스를 차렸다. 장소는 4홀이다. 이노베이션 시티에는 KT와 함께 AT&T, 화웨이, 시스코재스퍼, 시에라 와이어리스 등이 5G, IoT, 보안 등을 주제로 최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황창규 KT 회장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MWC 2017 첫날 기조연설에 나섰다. ‘5G 너머 새로운 세상(New World Beyond 5G)’을 주제로 ‘지능화(Intelligence)’란 키워드를 강조했다. 황 회장은 “2년 전 5G의 중요한 요소로 높은 속도, 연결성, 용량을 꼽았다”며 “5G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지능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창 5G 규격을 마련해 다가오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ICT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5G 퍼스트 콜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 5G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공언은 그 자체로 업계에 울림을 주기 충분했다.

KT 주요 테마는 5G 기반 VR 체험관이었다. 지난해 VR 스키점프를 전시한 데 이어 올해는 VR 루지 체험관을 선보였다. KT는 2014년 7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마트에너지, 통합 보안 등 신사업도 소개했다. 스마트에너지 관제 플랫폼 KT-MEG(Micro Energy Grid)과 인텔리전트 시큐리티 플랫폼을 연동한 위즈스틱 2.0을 선보였다. 위즈스틱은 다중요소인증(MFA) 방식으로 단일요소인증보다 보안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음성기반 AI비서 ‘기가지니’는 이번 행사에 전시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MWC 2017에 참관단을 파견해 글로벌 통신기업과 제휴 방안 등을 논의하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1·2위 업체 빠진 2인자 경쟁

스마트폰 업체들의 대결도 뜨거웠다. 다만 글로벌 1·2위 사업자가 모두 자리를 비워 2인자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애플은 MWC에 참석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의 공개는 3월로 미룬 상태다.

▲ LG G6. 출처=LG전자

LG전자는 LG G6를 내세웠다. 18대 9 화면비에 5.7인치 QHD+ (2880X1440) 해상도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HDR(High Dynamic Range) 규격인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HDR 10을 모두 지원하며 최고 등급(IP68) 방수방진 기능도 시선을 끈다. 카메라도 후면 광각과 일반각 듀얼 카메라 모두 동일하게 13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었다. LG페이는 6월 서비스된다. 스냅드래곤821을 지원해 모바일AP 경쟁에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지만 LG G5에서 학습한 ‘과도한 혁신의 함정’을 제대로 피하는 분위기다. 일체형 배터리도 채용해 프리미엄 본연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 화웨이 P10. 출처=화웨이

화웨이는 P10과 P10 플러스를 공개했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독일 카메라 라이카, 미국 색상전문업체 팬톤과 협력했다. P10 시리즈의 색상은 그리너리, 대즐링 블루, 그래파이트 블랙, 로즈 골드, 대즐링 골드, 프레스티지 골드, 세라믹 화이트, 미스틱 실버 등이다.

카메라 성능이 한층 강화됐다. P9과 같이 후면에는 듀얼카메라를 채용했다. 흑백 센서 카메라는 2000만화소, RGB 카메라는 1200만화소다. 전면에는 800만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 모바일AP는 자체 제작한 기린960이며 P10은 5.1인치 풀HD 디스플레이(1920×1080)를 갖췄고, P10 플러스는 이보다 큰 5.5인치에 QHD 화면(2560×1140)을 지원한다. 홍채인식기술은 없다.

노키아도 돌아왔다. 지난해 5월 노키아 전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인 HMD글로벌오이가 노키아의 이름으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노키아3310의 리디자인 버전과 노키아3, 노키아5다. 블랙베리는 키원을 공개했다. 2월 25일(현지시각) 일찌감치 베일을 벗은 키원은 ‘허브플러스’(Hub+)를 포함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뉘앙스가 강하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4종을 모두 공개했다. 엑스페리아 X 시리즈를 강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및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 4종을 새롭게 공개했다.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Xperia XZ Premium)은 세계 최초 4K HDR 디스플레이(5.5형)가 적용됐으며 루미너스 크롬 및 딥씨 블랙(Deepsea Black)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엑스페리아 XZs는 5.2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모델이며 색상은 아이스 블루, 웜 실버, 블랙으로 세 가지다. 두 모델 모두 모션아이 기능을 지원한다. 엑스페리아 XA의 후속작인 엑스페리아 XA1과 6형 대형 스크린을 탑재한 XA1 울트라(XA1 Ultra)도 출격했다. 저조도 촬영 기능 및 2300만 화소 센서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7.0이 들어갔다. 엑스페리아 XA1 및 XA1 울트라는 올 봄 출시 예정이며 색상은 화이트, 블랙, 핑크, 골드로 4가지다.

ZTE는 스피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Gbps에 달하는 기가비트다. 5G를 선도하기 위해 다운로드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스냅드래곤 X16 LTE 모뎀이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TM) 835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동되며 CA 기술, 4x4 MIMO 안테나 기술, 256-QAM 변조 등을 모두 합쳤다.

MWC 2017,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해 MWC 2017은 모바일의 발전을 넘어 실제적인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스마트워치 경쟁을 살필 필요가 있다. LG전자와 화웨이가 이를 주도한 가운데 LG전자는 LG 워치 스포츠(LG Watch Sport)와 LG 워치 스타일(LG Watch Style)이 눈길을 끈다. 화웨이 스마트워치인 화웨이워치2는 자체적인 모바일 연결성 및 내장된 GPS 칩이 내장되어 있으며 VoLTE 지원 및 듀얼 마이크 잡음 제거 기능도 제공했다. 피트니스 및 간편결제 영역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5G의 발전을 기정사실로 정한 상태에서 그 결과물에 대한 경쟁도 치열했다. 5G가 깔리면 커넥티드카 및 가상과 증강현실 등 다양한 ICT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완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드론 시장을 석권한 DJI가 MWC 2017에서 새로운 기업용 드론을 선보이며 5G의 미래에 찬사를 보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벤츠와의 협력사례를 밝히며 커넥티드카의 비전을 정조준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 출처=GSMA

자동차 전장업체들이 다수 MWC 2017에 들어선 지점도 이러한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폭스바겐 및 포드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전장업체를 비롯해 지도업체들도 스페인에 나타난 이유다.

가상 및 증강현실은 연결의 플랫폼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역시 대용량 정보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5G의 발전과 보폭을 맞출 수밖에 없다. MWC 2017에서 삼성전자 및 KT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가상현실 중심의 체험부스를 차린 이유다. 다만 가상현실의 가능성이 부스로 인파를 끌어오려는 미끼로 이용되는 상황도 연출된 부분은, 다소 우려스럽다.

인공지능도 뜨거운 감자였다. LG전자는 LG G6와 자사의 스마트워치 2종에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상태다. 아직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매끄러운 서비스 이용은 불가능하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을 공개하며 음성과 영상의 컬래버레이션을 메인으로 세웠으며 네이버와 라인도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통해 자사의 존재감을 알렸다.

중국의 황색돌풍은 여전했다. 특히 화웨이의 존재감이 눈에 들어왔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 발화에 의한 단종의 여파로 갤럭시 S8이 없는 빈자리를 확실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P10 시리즈의 공개와 동시에 기기를 바르셀로나 곳곳에 뿌린 지점도 화웨이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ZTE를 중심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사업 및 통신 사업자들이 연합전선을 편 대목과 5G 표준 규약과 관련된 전선에서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는 후문이다.

올드보이의 귀환도 반갑다. 블랙베리는 키원을 공개했고 HMD글로벌오이는 노키아의 이름으로 피처폰의 감성을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노키아3310의 리디자인 버전과 노키아3, 노키아5이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