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정식 개원한 서울회생법원 건물 앞에서 주요 인사들이 개원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회생·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회생법원이 정식 출범했다.

서울회생법원(법원장 이경춘)은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 권성동 국회법제사법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현 대한변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개최했다. ★관련기사 <이코노믹리뷰> 852호 커버스토리 ‘회생법원, 채무자 편에 서라’

이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해 회생법원의 기초가 됐다”며 “가계부채가 1344조원이 넘는 경제상황에서 효과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개인 채무 정리를 통해 기업과 개인이 효과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회생법원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법원장은 이어 “그동안의 업무성과를 기반으로 한 차원 높은 회생, 파산절차를 세우겠다"면서 “절차의 악용과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과도한 가계부채를 신속 정리하는 방안을 1차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나아가 회생법원을 통해 채무를 재조정받은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재건돼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치유적 대책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원장은 이 밖에도 대상 채무자의 특성에 따라 회생법원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연쇄도산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중견 기업의 회생절차과 관련, 이 법원장은 “채무 회사도 제출할 수 있는 사전계획안이 적극 활용되도록 하겠다”며 “회생절차에서 도산전문가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을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신규자금을 수혈받아 재기하는 한편 취약 산업이 재편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상 기업의 물적, 인적여건을 감안해 회생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사전에 회생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의 연계사업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밖에도 개인회생, 파산에 관한 통합연구관을 구성해 업무기준을 재정립하는 한편, 채무자가 관련절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편의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생법원 내에 ‘뉴스타트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회생법원을 찾는 개인채무자들에 대해 채무상담을 시작했다. 이 법원장은 기업들의 국제도산에 대해서도 “국제도산신청에 대해 신속히 결정하고 우리의 절차를 국외법원에 안내하는 데 힘을 기울여 국제적 협력을 이루어가겠다”고 말했다.

▲ <양승태 대법원장(왼쪽)이 이경춘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에게 법원기를 수여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파산부 판사 시절 파산하는 기업과 개인의 아픔 느껴”

이 자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회생법원이 역사적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제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양 대법원장은 “IMF 시기에 파산부의 법관으로서 다양한 파산, 회생업무를 취급하면서 국민과 기업의 아픈 사정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됐다”며 “이와 같은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헌법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도산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두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고, 도산사건의 수가 늘어나는 이때에 서울회생법원의 역할이 실로 크다”고 말했다.

이창재 법무부장관 직무대행도 축사에서 “도산은 병리현상이 아니고 자본주의에서 생로병사와 같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4차산업이 도래하는 이때 회생법원이 기업의 구조조정에 민첩성을 기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회생법원과 연계하여 효율적 구조조정 이룰 것”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임 위원장은 “채권자 중심의 구조조정은 기업의 비금융 부채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시점에서 한계점이 있었다”며 “이런 기업은 구조조정에 있어 사회적 합의와 구속력을 갖기 어려웠다. 이런 어려움을 회생법원이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원회가 프리패키지를 도입해서 신속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앞으로 법원과 연계하여 효율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범한 회생전문법원은 종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판사 29명에서 확대, 34명의 진용으로 출발한다. 이들 판사들에 대해 임기를 장기로 보장,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법원 예산도 분리, 독립성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채무재조정 법률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도 있다. 법원이 강력한 법률의 효력으로 절차를 주도해나가는 것보다 회생절차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대화의 장을 주선해주고 원만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