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에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계속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를 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도 들고, 비판 여론도 좀 줄어들더군요. 사과를 잘해야 위기가 관리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과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고 사람이고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는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과가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대방의 실수나 문제에 대해 사과를 받으면 어느 정도 화가 풀리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그러나 요즘 우리 기업들의 문제는 그 사과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과해야 할 일을 반복적으로 만든다는 것이죠. 가장 좋은 위기관리는 사과할 일을 미연에 방지해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문제를 일으켜 놓고 사과하는 대응을 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이 일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미리 따져보고, 문제가 생길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사과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기업이 한두 번은 문제를 만들 수 있어 사과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그 사과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에 대한 수용성은 대폭 감소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사과에 대해 ‘이 회사는 왜 문제를 찾아 고치지 않고, 사과만 반복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죠. 진정한 사과에는 ‘개선에 대한 의지 표현’이 필수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반복되는 사과란 앞선 사과에서 개선의 의지를 거짓으로 표현했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동일한 문제에 대해 사과가 반복되면 문제겠지만, 각기 다른 문제에 대해 각각 사과하는 것은 다른 의미 아닐까요?”라고 질문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같은 실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도 계속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사과 또한 반복하는 것처럼 나쁜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각기 다른 실수들을 여기저기에서 발생시키는 것도 그리 좋은 조직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건 경영의 품질에 관한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표가 횡령이나 배임의 논란에 휘말린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회사는 주주와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임원들의 집단적인 사내 성희롱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비정상적인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여성 직원들의 고발이 이어졌죠. 그래서 그 회사는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해당 임원들을 인사조치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몇 주 후 인턴으로 출근한 직원 하나가 회사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인턴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이 이유였죠. 회사는 이 또한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합니다. 이런 회사를 한 번 상상해보세요.

이 회사는 계속 각기 다른 논란과 문제들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각각에 대한 개선이나 재발 방지책도 일부 실행하고 약속했습니다. 하나하나를 보면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공중들이 해당 회사를 바라볼 때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요? 이 회사는 참 문제가 많은 회사구나. 그러니까 저런 부정적인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구나.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이 회사 내에 잠재해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나쁜 이미지가 각인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과가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기보다는, 사과를 통한 개선과 총체적인 돌아봄이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사과라는 실행이 ‘다시는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 더 조직을 민감하게 운영하고, 사전에 여러 문제 소지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를 갖추어야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됩니다.

“사람이라서 실수를 하는 것이죠. 저희도 사람이라서 실수를 합니다. 어떻게 실수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그렇게 실수를 하니까요. 하지만 실수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자, 실수를 최대한 방지하자, 동일한 실수는 절대 저지르지 말자고 생각을 다잡는 기업은 위와 같이 실수에 관대한 기업과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실수는 없앨 수 없으니 사과라도 반복하자 생각하는 기업도 사과할 일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 생각하는 기업과 크게 다름이 있을 것입니다. 실수 후 사과를 하는 진정성에 따라 성패를 가르는 다름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