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친화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주거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아 허울뿐인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고령사회 유망산업 육성 분야에서 59개의 과제를 발표했다. 주거, 고령친화용품 인프라 마련, 재가서비스 활성화, 재활로봇산업 육성, 장사서비스 개선 등이 주요 골자다. 

정윤태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한정된 재원으로 복지 정책을 진행할 때는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며 "다른 사업들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의식주에 관련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제시한 고령친화 정책 중에서는 고령친화주택 서비스 부문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고령친화주택은 크게 공공실버주택, 시니어 뉴스테이 단지, 노인복지주택으로 나뉜다. 공공실버주택은 공공부문으로 정부가 주도하지만 시니어 뉴스테이 단지와 노인복지주택은 민간에서 주도하는 형태다.

국토교통부는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한 공공실버주택을 2018년부터 5년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실버주택은 1~2층에 복지관을 설치하고, 건강관리·생활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거 형태로, 65세이상 저소득 고령자에게 공급하되 국가유공자, 독거노인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된다.

민간 부문에서는 '시니어 뉴스테이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민간임대(뉴스테이) 사업이 일반가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고령자 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 서비스로 유도할 계획이다. 

민간 자금으로 설립되는 노인복지주택의 경우는 재산세·취득세(25%) 감면 등으로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은 은퇴 자금이 넉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복지주택은 일종의 실버타운으로 1억~3억5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월 100만~16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편의 제공 시설이다. 60세 이상의 노인, 배우자 19세 미만의 자녀·손자녀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며 노인 활동에 편리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노인 복지를 위한 주택, 중요하지만 실효성은?

노인 복지를 위한 주거 정책은 중요한 것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전체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것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계획을 이렇게 가지고 있다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부분이 없다"며 "주택과 복지관 설립을 위한 재원 부분은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조율 중이다"라고 밝혔다. 

뉴스테이 부문에서도 "조성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부지나 주택기금 인센티브 지원 부문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책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 환경이 안좋아진 상황에서 투자를 촉진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부가 투자 대책만 마련해서 나열하는 식 보다는 정책 방향성을 잡고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해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다양한 대책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복지 정책은 민간 보다 공공 부문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중 공공부문은 공공실버주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8월 성남 위례신도시에서 첫 입주가 이뤄졌는데 이후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다. 주택에 만들어진 복지관 프로그램 중 실제 노인을 위한 것이 많지 않고, 또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노인복지주택과 같은 시설이 확대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고령자를 위해 고민하고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간만 마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 노인들의 '정보접근성' 문제 등 실효성에 대한 부분은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복지 주택의 경우 고가의 서비스가 많아 다양한 사람이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자산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한 주거 복지가 공공 형태로 제공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는 노인의 경제 의존성을 줄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주거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이 질적으로 선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