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기대했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봤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통신비는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이유가 단통법이 아닌 ‘알뜰폰 급성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통계 결과와 실제 소비자 체감수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 “지난해 가계통신비 전년대비 2.5% 감소”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작년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계 통신비는 월평균 14만4000원으로 전년 14만7725원보다 2.5%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4년 15만350원, 2015년 14만7725원, 2016년 14만4000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은 ‘통신서비스, 통신장비, 우편서비스’ 3개 항목을 합해 가계 통신비를 산출한다. 통신서비스에는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등 각종 통신요금이, 통신장비에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 등 통신에 사용되는 장비 비용이 포함된다.

단말 구입비를 뺀 통신서비스 비용은 2012년까지 증가하다가 2013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통신서비스 비용은 12만 4496원으로 전년 12만 4741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통신장비 비용은 고가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2014년 2만3766원까지 늘었다가 2015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통신장비 비용은 전년보다 3452원 줄어든 1만9224원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 “가계통신비 하락 진짜 원인은 알뜰폰”

녹색소비자연대는 가계통신비 감소의 주원인은 알뜰폰의 급속 성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5년간 이동통산 3사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은 지속적인 증가세다. ARPU는 이동통신 분야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 중 하나다. 3사를 종합하면 2012년 3만1295원에서 3만5791원으로 약 14.3% 상승했다. 반면 알뜰폰의 경우 2013년 대비 ARPU가 큰 폭으로 하락해 2016년 3분기 ARPU는 1만5329원이다. 이는 이통3사 대비 42.8% 수준에 불과하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소비자 정책국장은 “가계통신비가 하락하고 있는 건 맞는데 그 이유는 알뜰폰 성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미래부

최근 3년간 이동통신 가입자 현황 자료를 보면, 알뜰폰의 경우 2014년 1월 기준 260만명에서 2016년 11월 677만명으로 약 417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통3사 가입자 증가분은 약 213만명 정도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분인 약 630만명 중 약 60%가 알뜰폰 가입자 증가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통계청이 발표한 월평균 가계통신비 감소 통계를 근거로 단통법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생기면서 통신서비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통신서비스 요금을 줄이는 건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통신 3사가 2014년부터 가입비를 점진적으로 줄이다가 지난해 폐지했으며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며 “통신비를 산출할 때 통신 서비스 비용과 단말기 비용을 합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통계 결과와 실제 소비자 체감수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문용 정책국장은 “통계청은 실제 조사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자체 기준에 따라 가중치를 사용한다”며 “통계청의 조사결과는 지수로 표현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 체감과 괴리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휴대폰 사용자 대부분이 가계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박홍근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1월 30일~2월 3일까지 휴대폰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3%가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통신비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56.4%가 ‘비싼 요금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비싼 단말기 가격’이 37.5%로 뒤를 이었다. 통신서비스 가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요금제 가격’이 41.3%, ‘단말기 가격’이 20.2%를 차지하며 가격 관련 요소에 대한 응답이 총 61.5%에 달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멤버십·고객센터 등 서비스 부족’이 4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낮은 브랜드 신뢰도’ 20.2%, ‘통화품질 저하우려’ 14.7%, ‘가입경로 등 정보부족’ 12.7% 순이다. 

윤 정책국장은 “과점 상태에 빠진 통신시장에 경쟁을 촉진시켜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알뜰폰 지원책을 펴야 한다”며 “국내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되면 월평균 가계통신비가 12만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