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기능의 장애만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전자검사 없이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성분인 도네페질(Donepezil)을 처방할 경우 오히려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대학교(UCLA)의 연구팀은 경도인지기능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네페질을 처방했을 때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인지기능에 저하가 왔다고 24일(현지시간) 유렉알러트(EurekAlert)가 보도했다.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줄어들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콜린분해효소 억제제 도네페질을 처방한다.

연구진은 2005년 임상 시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분해효소인 부티릴콜리네스테라아제(butyrylcholinesterase, BChE)의 K변이형(K-variant)과 인지기능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도네페질을 처방한 군과 위약을 처방한 군을 대상으로 치매검사인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와 CDR(Clinical Dementia Rating Sum of Boxes)를 시행했다.

그 결과 도네페질을 처방받은 BChE의 K변이형이 있는 사람이 위약을 처방받은 BChE의 K변이형이 있는 사람보다 검사 점수 변화폭이 컸다. 연구팀은 도네페질을 처방받은 군이 위약 복용군보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됐으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H)의 지원을 받았다.

도네페질은 지난 2005년 발표된 미국 연방기금의 지원을 받은 대규모 연구에서 가벼운 인지 손상에 대한 치료법으로 테스트됐지만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의사들은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오프라벨(off-label, 적응증 외 처방)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도네페질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화이자 제약회사가 공동개발한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의 성분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중 가장 많이 처방되며 알츠하이머 형태의 경등도, 중등도 치매증상의 치료 및 혈관성치매(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치매)증상의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다른 형태의 치매 또는 다른 형태의 기억력 장애(나이와 연관된 인지기능 저하)에 도네페질을 사용하는 것은 연구되지 않았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는 “도네페질을 적응증 외 오프라벨로 처방해서는 절대 안 된다”이라며 “예상 밖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경도인지장애에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연구결과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이 2010년~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에서 ‘경도인지장애(F06.7)’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2010년 2만4천명에서 2014년 10만5천명으로 약 4.3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