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비즈협회는 전국 1만8000여 이노비즈기업을 이끄는 한편,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협회의 대표인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중요한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른 인물이 있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를 만나보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온기의 결합, 세상을 바꾼다”

성명기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6대 회장을 역임했음에도 왜 협회사들은 굳이 8대 회장에 그를 다시 불러낸 것일까. 성명기 회장은 자신을 ‘자유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학창시절 공부는 뒷전이고 라디오와 무전기를 조립하는 일에 푹 빠져 살았다”며 “고3 당시 마음 독하게 먹고 공부에 매진해 대학에 갔지만, 그때는 또 산에 빠져 살았다”고 웃었다. 실제로 성명기 회장은 암벽등반도 척척 해내는 준프로급 산악인이라고. 현재 그의 사무실은 기업인의 공간이면서, 자랑스러운 등산의 역사가 새겨진 삶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자유인은 곧 ‘얽매이지 않음’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어떻게 협회장을, 그것도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노비즈협회의 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게 된 것일까. 성명기 회장은 “사실 기업하는 입장에서 협회의 중요도를 잘 알지만, 마냥 그곳에 열정을 쏟을 수 없었다”며 “처음 6대 회장을 맡으라는 권유를 받고 이노비즈협회를 탈퇴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협회를 이끌어 갈 회장을 찾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협회 자체의 중요도를 통감한 성명기 회장은 결국 6대 회장에 오르게 됐다고 한다.

6대 회장을 역임할 당시 그는 임기 동안 이노비즈 법적 기반 구축 및 이노비즈기업 대상의 코스닥 상장특혜와 인수합병 특례규정 등의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이후 7대를 지나 다시 8대 회장을 맡게 된 상황에서, 성명기 회장이 꿈꾸는 이노비즈협회의 미래는 무엇일까. 성명기 회장은 “기업인들도 융복합 비즈니스를 추구해야 한다”며 “따뜻한 온기의 결합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성명기 회장은 “6대 회장을 할 당시에도 따뜻한 이노비즈가 슬로건이었다”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서로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협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회사들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협회를 조성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친목도모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성명기 회장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는 “대학교 기업인 동문 모임이 있는데, 함께 운동도 하고 자리를 가지며 친해진 후 각자의 기업체를 방문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줬던 경험이 있다”며 “산업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사람을 중심으로 따스한 온기를 나누는 한편 이를 계기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협업의 틀을 만드는 것이 이노비즈협회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필요하다면 강공모드도 불사”

성명기 회장은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사람이다. 장난도 자주 치고 임원들과 스킨십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비상시국이 닥치면 누구보다 저돌적인 투사가 된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성명기 회장은 “한때 정부에서 기술혁신기업에서 이노비즈기업을 제외한다고 통보한 적이 있는데, 누구보다 혁신에 가까운 이노비즈기업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내가 직접 나서 탄원서를 쓰고 직접 정치인들을 만나겠다고 나서자 결국 정부의 방침이 철회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MOU(투자 양해각서)로 몸집을 키우는 것에서 벗어나, 형식적이고 외형적인 부분을 걷어내는 한편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것도 성명기 회장의 방식이다. 베트남과 이란 등 다양한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영 교두보를 확보하는 방법론으로 실제 협회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성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6대 회장으로 있던 시기, 베트남에서의 성과가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보고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이노비즈협회 소속 협회사 29개 기업이 매년 4, 5회 방문하고 있으며 기술교류센터를 열어 점점 그 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이란에도 마련한 상태이며 조만간 인도와 페루 등 8개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성명기 회장은 “내수시장은 작아지고 있다”며 “글로벌이 답이다”라고 단언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것 하나는 남기겠다”

성명기 회장의 이노비즈협회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화합과 온기를 바탕으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해 융복합, 글로벌 시대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자신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성명기 회장은 “여의시스템의 경우 불과 4년 전만 봐도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주로 거래했지만, 지금은 말레이시아 교통카드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글로벌 보폭이 커진 상태”라며 “최근에는 외신에 소개되어 큰 화제가 되었던 주문형 키오스크도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협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회의 전반적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성명기 회장은 “이노비즈기업은 기술적 진보에 항상 메말라 있는 기업들”이라며 “정부가 인력을 파견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노력을 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위 데스벨리를 지나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갖춘 상태에서, 기술에 방점을 찍은 지원이 이뤄지면 더욱 강력한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8대 회장으로 재임하며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마지막으로 성명기 회장은 “이노비즈협회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며, 글로벌과 융합으로 시대를 개척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화합의 연장선상에서 “여성 기업인들의 협회 참여를 독려해 진짜 화합의 장을 만드는 것도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