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대부분인 요즘, 일을 하는 시간 동안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황혼육아’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육아는 할머니와 엄마를 합친 ‘할마’, 할아버지와 아빠를 합친 ‘할빠’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제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 중 하나가 되었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 510만 가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 가구 가량이 조부모가 육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2016년에는 10% 이상 증가한 64% 즉, 맞벌이 부부 10쌍 중 6명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육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증가하고 있는 황혼육아는 중년 건강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손주 돌봄에 있어 대부분의 역할을 차지하는 중년 여성의 건강이 위험하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흔히 발생한다는 ‘손주병’이란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일컫는 말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척추, 손목, 어깨 등의 근골격계 통증이 있다.

이 중에서도 육아와 함께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과도하게 손목을 사용하면 손목 건초염이라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 건초염 환자 수는 2008년 101만명에서 2012년 136만명으로 5년 동안 35%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손목 건초염의 전체인원 가운데 40~50대가 46%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황혼육아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손목 건초염의 중년 여성 환자 수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손목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지나가는 힘줄과 신경, 혈관들이 손목의 좁은 부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대체로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과 손바닥의 저림, 감각 둔화의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와 다르게 드퀘르벵이라고도 불리는 손목 건초염은 손목의 힘줄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얇게 감싸고 있는 막(건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엄지손가락 아래쪽 손목에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엄지손가락이나 손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질 수 있고 손잡이를 돌리거나 손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에서부터 팔까지 서서히 통증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손목의 과도한 사용이 원인이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보다는 손목의 무리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에서 손목 사용을 자제하라는 예방법은 너무나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손목 질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육아를 할 때 아기를 올바르게 안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기를 몸 쪽으로 최대한 밀착해 아기의 무게중심이 가운데 오게 하여 손목 관절에 부담을 줄여준다. 한손으로 아기를 안는 자세는 손목뿐 아니라 허리에도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절대 피해야 하고 아기띠나 힙시트 등을 이용해 무게를 분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목보호대 사용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과도하게 손목이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손목의 근력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집안일을 병행할 때는 무거운 조리기구 사용을 피하고 빨래를 손목에 힘을 주어 쥐어짜는 동작 등은 삼가도록 한다. 손목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찜질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 같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만성화되는 것을 막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조부모의 황혼육아가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자녀 양육이 중노년 여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에 의하면 손자녀와의 관계로부터 오는 친밀한 유대감과 이로 인한 행복감이 여성의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도 육아 시간이 짧은 때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하루 종일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신체적인 고단함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황혼육아. 하루빨리 육아에 대한 사회적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어 내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겨야만 하는 가슴 아픈 부모들과 손주병을 앓아가며 황혼육아에 동참해야 하는 할마, 할빠가 줄어들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