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시작은 LG전자의 LG G6다. MWC 2017 현장에서 공개된 LG G6는 올해 펼쳐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첫 불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MWC 2017 현장을 놓친 가운데, LG G6는 초반 기선제압에 나서며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은 갤럭시S8만 있는 것이 아니다. LG G6 입장에서는 샤오미와 화웨이, 비보 및 오포의 라인업을 비롯해 자사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LG V 시리즈와의 내전도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아이폰8도 경쟁상대지만 그때가 되면 하반기 라인업이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LG G6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 출처=LG전자

혁신 버렸다고 당당히 말하는 LG G6

일반적으로 신형 스마트폰이 공개되면 제조사들은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아끼지 않는다. 특별하고, 또 강력한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26일(현지시간) LG G6 공개행사에서 "혁신을 버렸다"는 말을 주저없이 했다. 아이폰의 등장과 더불어 모바일 혁명의 최전선에 선 스마트폰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혁신'이라는 공수표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이 표현을 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와 LG G5의 쓰라린 추억이 있다. 하여튼 먼저 트렌드를 살피면,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기본기에 충실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차피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을 원하는 타깃층이 나눠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지양하고 '품격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LG G6는 프리미엄의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 분위기다. 잡다한 스펙들을 제거한 상태에서 높은 성능이라는 기초체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LG G5의 실패를 떠올릴 수 있다. 모듈식 방법론의 LG G5는 그 자체로 혁신이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LG전자는 LG G3와 LG G4를 관통하던 아날로그 감성까지 버리고 메탈 프레임을 장착하며 LG G6를 완성했다. 어깨의 힘을 최대한 빼고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표현이 가능한 이유다.

조준호 사장이 "혁신을 버렸지만, 기본에 충실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 출처=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흐름을 충실히 잡았다는 LG G6의 기본적인 스펙은 어떨까?

풀스크린이 중심이다. LG G6는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18대9 화면비를 채택해 눈길을 끈다. 5.7인치 QHD+ (2880X1440) 해상도 풀비전 디스플레이는 1인치당 화소수(Pixel Per Inch, PPI)가 564개다. 이는 지금까지 출시된 LG 스마트폰 가운데 화소의 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DR(High Dynamic Range) 규격인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HDR 10을 모두 지원하는 것도 강점이다.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LG G6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LG디스플레이의 인터치(in-Touch) 기술을 적용하고 터치 커버 글라스까지 없애 화면속 아이콘을 직접 만지는 듯한 터치감을 느끼게 해준다. 풀비전 디스플레이는 전작과 같은 최대 밝기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전력은 30%를 줄였다.

카메라 기능은 여전하다. LG G6는 후면 광각과 일반각 듀얼 카메라 모두 동일하게 13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다. 전면 광각 카메라의 화각은 100도며, 전후면 광각 카메라 모두 화면 가장자리에 발생하는 왜곡을 줄였다.

▲ 출처=LG전자

카메라 사용자 경험도 추가됐다. 촬영과 동시에 최근 촬영한 사진들이 화면 한 켠에 필름처럼 표시돼 사진 확인을 위해 갤러리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스퀘어 카메라’ 기능은 촬영된 사진들을 합성하거나 편집해 새로운 사진을 만들고 SNS에 업로드까지 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사용자가 사진을 찍다가 촬영 버튼을 길게 누르면 연속 100장까지 사진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GIF 형식의 동영상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립감도 키포인트다. LG G6의 가로, 세로, 두께는 각각 71.9mm, 148.9mm, 7.9mm이며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위한 물리적 폼팩터 기술의 정수로 여겨진다. 또 안정성도 눈길을 끈다. 특히 배터리, 발열 등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기술에는 업계 기준의 충족을 넘어 배터리 안전성 관련 테스트 항목만 20여 가지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히트파이프를 적용해 기기 내부의 열을 밖으로 배출할 수 있게 했으며 열이 많이 나는 부품끼리는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배치해 열이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최고 등급(IP68) 방수방진 기능도 시선을 끈다. 또 구글 어시스턴트, 원격 AS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용자 맞춤형 편의기능도 대거 탑재했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원격 AS는 한층 빠르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IT에 익숙한 정도에 따라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쿼드 DAC도 업그레이드 했다. 신형 쿼드 DAC은 좌우 음향을 각각 세밀하게 제어해 사운드 균형감을 높이고 잡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쿼드 DAC을 내장한 LG V20를 출시한 데 이어, LG G6로 명품 스마트폰 사운드 시장을 지속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 출처=LG전자

자, 한 번 따져볼까?

LG G6 공개의 포인트를 찾아볼 시간이다. 먼저 풀비전을 보면, 18:9라는 수치는 패블릿의 기조를 따라가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길어 그립감 자체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젤리스에 가까운 디자인은 HDR10과 돌비비전 모두를 체화하며 더욱 강력한 몰입감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HDR 기능은 TV 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능이다. 물론 아이폰8 일부가 OLED로 꾸며지는 등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LG G6의 행보는 다소 빠르다고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빠르게 체화해 경쟁자보다 반 발 더 앞서가는 분위기다.

또 18대9는 대단한 사용자 경험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제조사들도 18:9의 디스플레이를 구연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LG전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적 포인트를 짚어낸 것으로 보인다.

일체형 배터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다. 최근 트렌드가 일체형 배터리이기 때문에 LG G6도 이를 차용했지만, LG G 시리즈의 탈착식 배터리에 대한 니즈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는 LG G6에 일체형을 시도했고, 결국 디자인적 심미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양호한 평가다. 메탈 프레임도 훌륭하고 미니멀한 이미지도 잘 살렸다. 하지만 이 역시 호불호가 있다. LG G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 LG G6를 보고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출처=LG전자

흥미로운 점은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64GB 메모리로 출시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쿼드 DAC를 채택한다. 어떤 의미일까?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은, 중국에 64GB 메모리 갤럭시노트7 출시를 고려하며 역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전자의 행보와 묘하게 대비된다.

말 그대로 국내시장 중심 정책으로 보여지지만 그 내면에는 마케팅적 효과가 다분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64GB 메모리 출시와 쿼드 DAC 국내 적용을 두고 내수시장에서 소위 본전을 뽑으려는 시도라고 보기도 한다. 추가 기능을 덕지덕지 올려 비싼가격에 LG G6를 살 사람들은 국내밖에 없다는 상황판단이 배어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근거가 없지만, 추후 살펴볼 포인트는 된다. LG페이 6월 적용도 국내에서 시작된다.

부연하자면 미국에서는 무선충전이 지원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고속충전에 대한 니즈가 더 높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스냅드래곤821을 사용한 것은 큰 모험이다. 출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함이지만 추후 스냅드래곤835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경우 모바일AP 경쟁에서 뒤지게 되며, 자연스럽게 '소멸'단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지만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이는 불안요소다.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협력은 다소 애매하다. 한국 이용자의 경우 영어만 사용하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필요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추후 한국어 지원이 가능해지면 더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구글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LG전자가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 등의 전방위적 영역에서 인공지능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사실이라면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지원은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 무리한 마케팅이라 지적받는 히트 파이프 및 안정성을 크게 강조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갤럭시노트7을 의식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안정성이 트렌드로 부상한 지점을 정확하게 노렸다.

▲ 출처=LG전자

성공할까?

LG전자는 LG G6를 통해 힘을 뺀 상태에서 말 그대로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를 들고 나왔다. IP68 수준의 방수 및 방진 기능을 확보한 것도 이러한 '충실한 추적자'의 행보를 잘 보여준다.

쿼드DAC를 국내에만 적용한 것은 멀티미디어 기능의 강조적 측면에서 일견 고무적이다. 하지만 LG전자 전체 라인업의 내적인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이기도 하다. V 시리즈와의 정체성 구분이 흐릿해졌다는 뜻이다. 나아가 음성을 강조하는 LG G6의 목소리도 추후 시장에서의 평가를 잘 들어볼 필요가 있다. 64GB 메모리 국내 탑재도 마찬가지다.

스냅드래곤821 사용에 대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도 빠른 출시에 나선 배경으로 조준호 사장은 LG G5의 실패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LG전자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MC사업본부의 흑자를 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