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디자이너 업계, 테크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2일, 디자인 컨설팅 전문업체 P사의 대표인 변 모 씨가 시작이다.

당시 변 대표는 자사가 디자인한 앱을 비난하는 유 모씨의 페이스북 글을 발견한 후 이를 캡쳐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했다. 이유는 '지적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업로드 글은 변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파만파로 번졌으며 이 과정에서 유 씨의 신상정보가 알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유 씨가 작성하지 않았던 글도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받게 만들었다.

졸업을 앞둔 평범한 학생이 특정 디자인을 비평했다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꽤 알려진 변 대표의 손에 일종의 조리돌림을 당한 셈이다.

더 놀라운 점은, 변 대표가 한동안 자신이 업로드 글에 호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즐기는' 분위기도 연출됐다는 점이다.

이에 피해자인 유 씨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알려진 한편, 무조건적인 비판을 받게 만든 변 대표에게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변 대표는 잘못된 상황임을 인정하고 사과의 글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으나 회사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물을 올려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달라는 유 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다.

2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변 대표가 있는 P사 명의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는 어떠한 사과문도 올라오지 않았다.

업계는 분노하는 분위기다. 변 대표가 자신의 디자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일반학생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사이버 폭력을 휘둘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디자인 업계 특유의 수직적 문화와 맞물리며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당장 테크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의 반발이 거세다. 테크페미는 '사이버불링 사건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P사 사건은 명백하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사이버불링"이라며 "이 문제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님을 인지하고 사내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변 대표를 겨냥해 "개인 페이스북 게시글에 게시한 사과문의 미흡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기록하라"고 강조했다.

변 대표의 입장은 어떨까. 개인계정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대충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변 대표는 당시 사과문에서 "미숙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프로젝트는 몇 개월 동안 엄청난 고민을 통해 만든 것"이라며 "너무 쉽게 평가절하하는 건 아쉬었다"는 말도 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피해자인 유 씨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유 씨는 "상황은 알려진 그대로"라며 "공식 사과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사건은 디자인 및 테크업계에 어려운 숙제를 다수 안겨준다. 당장 P사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해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 일종의 CEO 리스크다. 나아가 업계 특유의 수직적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줬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서는 유 씨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