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해라. 아직 겨울이다. 2월이다. 영하의 날씨가 익숙하고 외투를 입어야 안심이 되는 계절이다. 벚꽃엔딩 들으며 연인의 손을 잡고 윤중로를 거닐려는 당신. 벌써 이러면 곤란하다. 천만 솔로부대의 분노가 무섭지 않은가.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이 치열하다. 맞다. 아직은 겨울이다.

그런데 26일 오늘, 전국의 오후 기온이 최대 10도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자. 이불밖은 위험하지만 우리는 모험심 가득한 대한민국의 개척자들이 아닌가.

차라리 가족과 함께 하는 이른 봄나들이는 어떤가. 혼자서 겨울의 마지막 끝자락을 더듬으며 우수에 젖는 것도 좋다. 뭐라고? 아직 겨울이라면서 갑자기 왠 봄나들이냐고? 봄이 오고 커플들이 득실거리는 거리를 걷느니, 지금 걸어버리고 말겠다. 갈 때 가더라도 봄나들이 정도는 괜찮잖아? 내 마음대로 5개 테마를 잡아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찾았다. 만약 이곳 어딘가에서 큰 키에 캔커피 홀짝이며 서성이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면 말을 걸어보라. 그거 나다.

"꽃은 없어도...분위기 느끼자" 서울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며 이른 봄기운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명동역과 회현역, 동대입구역 등을 통하면 남산공원에 오를 수 있다. 혼자 궁상맞게 가는것 보다 오랜만에 효도할 겸 부모님 손을 이끌어 수줍게 걸어보자. 남산공원에 가서 전망대도 가보고, 약간 쌀쌀하겠지만 산택로를 걷는 걷도 충분한 리프레시다. 맞은편에 오는 커플들을 강렬한 눈빛으로 위협(?)하다가 눈 마주치면 수줍게 웃어주는 미국식 예절(?)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남산 정상에 올라 서울시내를 한 눈에 바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은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전장의 안개를 닮았다.

시청역, 종로3가역, 광화문역을 통해 청계천을 걸어도 좋다. 도심지라 기념사진 찍기 불편하다면 외계어를 중얼거리며 외국인 관광객 흉내를 내면 좋다. 그렇다고 사진 찍어달라며 스마트폰 주지마라. 한국 스마트폰이니까. 치밀해야 한다.

합정역과 당산역을 지나 선유도 공원도 추천하지만...아니다. 선유도 공원은 무서운 곳이다. 이유는 당신도 잘 알것이다. 신사역의 가로수길도 있는...여기도 무서운 곳이다. 한성대입구역을 통해 북악하늘길을 오르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이촌역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장을 돌아보는 것도 좋고 광나루역을 통해 워커힐길을 걷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워커힐길을 걸으면서 출장온 부자인척 하는 것도 좋다. 그냥 기분만 좋다. 이 외에도 잠실역과 석촌역을 통해 송파나루공원을 가는 것....아니다. 위험하다.

"아예 중심지를 공략하라" 광화문 일대는 나들이하기 좋다. 청계천도 있고, 광장을 거닐며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라. 소비하라. 당신이 한국경제의 주인공이다.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보는 것도 좋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간간히 아이들을 위한 마케팅도 한다. 만약 당신이 결혼을 했다면, 의외로 교보문고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마음이 더 내킨다면 북촌까지 진출해도 좋고, 서촌의 통인시장에도 들러보라. 헌법재판소 일대를 돌며 시대의 충돌(?)을 느끼는 것도 좋다. 안보관광 이상의 효과를 기대한다.

인사동은 핫플레이스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편이다. 다만 종로로 이어지는 곳은 청춘의 열기로 후끈하니 혹 체험하고 싶다면 가보라. 아,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도 좋다. 경복궁 행사의 경우 수문장 교대의식 괜찮다. 실제로 보면 김이 빠질 수 있으나 나름 느낌이 있는 행사다. 그대로 서울시청도 가보라. 운 좋으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여름을 느끼고 싶어!" 성급한 당신, 봄도 좋지만 여름을 느끼고 싶다고? 워터파크로 가라.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등포에는 '씨랄라'라는 워터파크가 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찜질방도 함께 운영하니 강추한다. 다만 아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또 웨딩홀과 함께 주차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순식간에 만차가 되니 주의할 것. 만약 만차라면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충격적 소비를 체감할 수 있다. 좋은 경험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혹시 당신, 서울에 계곡이 있다는 것 아는가? 백사실 말고, 또 있다. 수성동 계곡이다. 통인시장에서 버스타고 바로 계곡 초입까지 갈 수 있다. 함정은 물이 없다는 것. 여름에도 물이 거의 없어 계곡이라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계곡은 계곡이다. 게다가 경치는 상당히 수려한 편이다. 통인시장에서 맛있는 군것질을 하고 수성동 계곡을 오르는 것도 여름으로 타임리프하는 좋은 방법이다. 길을 올라가면 예쁜 가게와 상점들도 많으니 사진을 찍을 곳도 많다.

서울 인근으로 갈 수 있다면 한화아쿠리아리움 일산점도 좋다. 바다친구들을 만나며 오랜만에 동심에 빠져라.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있어서 한적함도 느낄 수 있다. 포천으로 방향을 잡아 채석장을 가는 것도 좋다. 양평 일대로 가는 것도 좋지만 주말이라 차가 막히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바다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바다는 로망이 아닌가. 동해안도 좋고 남해안도 좋지만 서울이라면 강화도가 제일 좋다. 석모도 인근으로 가면 좋다. 다만 배를 타려면 이것저것 알아봐야 한다.

한화아쿠아리움과 파주 출판단지, 헤이리 예술마을, 프로방스 등은 지나치게 멀리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도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로 들어오는 길에 김포 롯데 아울렛을 거치면 딱이다. 뭐가 딱이냐고? 돈 쓰기에 딱이다. 소비하라. 당신이 한국경제의 주인...

"따뜻한 온천도 좋다" 이른 봄나들이, 그래도 심신이 지쳐있다면 온천여행을 통해 그냥 겨울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 서울에는 의외로 많은 온천이 있다. 광진구의 강변 스파랜드, 용산구의 드래곤힐스파, 송파구의 스파 인 가든파이브가 그 대상이다. 경기도로 눈을 돌리면 화성의 발안 식염온천 율암온천, 수원의 북수원온천, 광주시의 스파라스파, 이천의 스파플러스 등등이 있다.

스파플러스의 경우 아이와 함께가는 것도 좋다. 인기 만화 캐릭터를 테마로 키즈카페를 꾸렸다. 아, 온천에 간다면 보양식도 필수다.

"나들이? 피식" 전우들은 모두 쓰러졌다. 내 손에 쥐어진 나이트브링어의 서늘한 감촉이 온 몸을 달구기 시작한다. 몬스터의 괴성이 울리고, 캐스팅을 마친 놈은 공포의 화살을 쏘며 돌진하기 시작한다. "아, 나의 사랑 아잔느" 나는 혼신의 힘을 담아 나이트브링어를 휘둘렀다. 그 순간 아득한 의식의 끈이 끊어지며, 모든 것이 사라진다. 빠른 부활이 필요합니다? "용사여, 일어나세요"

이불밖은 위험하다. 그냥 집에서 게임하는 것도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만. 나들이?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