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GM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4일(현지시간) GM의 독일사업부 ‘오펠’과 ‘폭스홀’ 브랜드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그룹과 매각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은 “오펠 독일 사업부가 유럽에서 성과를 못내고 있고, GM의 절대적인 영업이익이 미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협상으로 오펠의 매각이 확정된다면 한국GM의 수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GM이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면 한국GM의 해외법인도 정리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GM의 해외법인 대부분이 유럽시장에 집중돼 있어 이번 결정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GM, 해외종속법인 무더기 적자…돌파구 보이지 않아
현재 한국GM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법인은 총 16개다. 이 가운데 베트남을 제외한 15개 법인이 유럽 사업부다. 한국GM의 해외법인은 쉐보레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시점인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났다. 특히 한국GM은 지난 2015년 러시아의 경기 부진으로 러시아 사업부(General Motors Daewoo Auto and Technology CIS LLC)와 네덜란드 법인(Chevrolet Euro Parts Center B.V)을 매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기록된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3년간 해외법인 실적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전반적인 유럽 시장의 수요 감소로 121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가운데 네덜란드, 폴란드, 이탈리아, 영국, 베트남 법인을 제외하고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적자를 면한 법인들도 전년 대비 실적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한국GM의 연결 손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위스(Chevrolet Europe GmbH) ▲오스트리아(Chevrolet Austria GmbH) ▲포르투갈(Chevrolet Portugal Lda) ▲프랑스(Chevrolet France SASU) ▲스페인(Chevrolet Espana,S.A) ▲이탈리아(Chevrolet Italia S.P.A) ▲터키(Chevrolet Turkiye Ticaret Ltd.Sti) ▲베트남(GM Vietnam Company Ltd) 해외법인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러시아법인에 이어 단계적인 철수가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 해외법인 실적 부진과 수출 급감…한국GM 성장 발목 잡아
해외법인의 연이은 적자로 한국GM의 지분법손실도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약 311억원에 불과했던 지분법손실이 2015년 2253억원으로 5년 사이 7배 가량 급증했다. 이로 인해 당기순손실도 98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
당시 한국GM의 영업손실은 5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이는 수출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GM의 2015년 수출 매출액은 전년 대비 9.87% 감소했다. 내수 판매보다 수출 비중이 더 큰 한국GM 입장에서 뼈아픈 손실인 셈이다. 당시 한국GM의 국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9% 증가함에 그쳐 영업손실을 상쇄하기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한국GM은 대외적인 악조건으로 지난 2015년 6628억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이밖에 한국GM은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했으며 올해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했다. 쉐보레 유럽시장 철수 이후 한국GM은 오펠에 수출을 주력해왔기 때문에 매각이 확정된다면 수출 매출액이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GM, 재무적 압박도 가중돼 ‘첩첩산중’…신흥국가 물량도 적어
전문가들은 한국GM이 유럽시장에서 단계적인 철수가 이어진다면 신흥시장 모색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결손이 난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와 신흥국가에 수출하고 있지만 물량은 많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부터 재무적인 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GM은 지주회사인 GM Holdings LLC로부터 1조887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차입했다. 이 가운데 7220억원은 올해안으로 상환해야 한다. 지주회사를 포함해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액의 총합은 8414억원에 달한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17.02%) 입장에서도 해외법인의 연이은 적자와 수출감소가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러시아 등 해외 법인들이 상당수 철수했고 GM도 호주시장에서 철수해 전반적으로 해외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그러한 불확실한 요소에서 벗어나 실익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 내수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측은 “올해는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