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세 번째 이야기.

사무실 테이블에 헤드폰이 하나 놓여 있었다. ‘소리나 한번 들어볼까?’ 무심코 집어들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아무 곡이나 들어볼 생각이었다. 헤드폰을 폰에 연결하려는 순간 당황했다. 연결 케이블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들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신지

MDR-1000X: 고해상도 오디오 무선 스테레오 헤드폰입니다. 케이블을 찾나본데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고요. 꼬이고 엉키는 선이 더 이상 필요없어요. 브랜드요? 소니 제품입니다. 소니는 지난해 한국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기록했죠. 업계 선두주자란 얘깁니다. 소니 무선 헤드폰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게 접니다.

왜 주목받는 거죠?

MDR-1000X: 여러 혁신 기능이 있으니까요. 일단은 ‘노이즈캔슬링’을 아십니까? 외부소음을 차단해 음악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죠.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소음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가 있어요. 이어캡이 귀를 꽉 막아줘서 소음이 안 들리는 거냐고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무슨 원리죠?

MDR-1000X: 양쪽 하우징엔 마이크 센서가 있어요. 이 센서가 일단 외부소음을 인식하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음과 반대되는 파장을 만들어냅니다. 소음을 상쇄하는 거죠. 이게 노이즈캔슬링이라고 하는 기술입니다. 저는 사용자의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착용여부 등에 맞춰 맞춤 노이즈캔슬링을 제공하기도 해요.

외부소음이 하나도 안 들리면 위험할 것 같은데

MDR-1000X: 인정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기능이 ‘노이즈컨트롤’입니다. 소음을 차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어해주는 거죠. ‘주변음’ 기능을 이용하면 필요에 따라 외부소리를 골라서 들을 수가 있어요. 소음차단 기능의 이점은 취하면서도 안전문제 같은 걸 해결해줍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골라서 듣는다? 잘 이해되지 않네요

MDR-1000X: 주변음 모드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일반’과 ‘목소리’ 모드로요. 일반 모드를 택하면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을 모두 들려줍니다. 음악이 마치 영화 OST처럼 배경에 깔리는 느낌을 주죠. 목소리 모드는 말 그대로 외부소음 중에서 사람 목소리만 들리게 해주는 겁니다. 다른 소음은 차단해버리죠.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이 모드를 이용하면 음악을 들으며 안내방송만 골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대화하면서 음악도 들으면 편하겠네요.

MDR-1000X: 끝이 아닙니다. ‘퀵어텐션’이라는 신기한 기능도 있어요. 제 오른쪽 하우징에 손을 얹으면 음악 소리가 확 죽어버립니다. 대신 외부소리가 생생하게 들리죠. 예를 들어 누가 말을 걸어온다고 합시다. 다른 헤드폰이라면 일단 벗어야겠죠. 저를 사용하면 오른쪽 하우징에 손만 대고 이야길 나누면 되는 겁니다. 혁신적이지 않나요?

손만 대는 게 신기하군요

MDR-1000X: 조작방법도 신기해요. 방금 손을 댄 부분 있죠? 거길 손으로 쓸어올리면 음량을 키울 수 있어요. 반대로 쓸어내리면 소리가 작아집니다. 좌우로 쓸어밀면 다음곡이나 이전곡으로 넘기는 게 가능하죠. 전화가 걸려오면 톡톡 두 번 터치해보세요. 통화가 시작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무선이면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건 아닌지

MDR-1000X: 맞습니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면 최대 20시간까지 연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이 기능을 끄면 최대 22시간까지 버티고요. 다른 무선 헤드폰 대비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방전될 경우 완전 충전까지는 4시간이 걸립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운드 품질인 것 같은데

MDR-1000X: 당연하죠! 전 HRA를 지원해요! 40mm 대구경 HD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했고요. 여기에 풀 디지털 앰프 기능인 S마스터 HX, 음원을 업스케일링해 음질을 높이는 DSEE HX 기술, 고음질 LDAC 코덱 역시 지원합니다!

뭔 말이죠? 직접 들어보는 게 낫겠네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POINT 첫 만남 이후 일주일 남짓 그와 함께했다. 출퇴근길 아름다운 동행이 이어졌다. 일단 의심할 여지없는 소릴 들려줬다. 외부 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차단해주니 음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소음이 섞이지 않으니 음질도 더욱 뛰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막귀’인 기자가 듣기엔 흠잡을 데 없었다.

주변음 모드는 조금 아쉽긴 했다. 목소리 기능을 켜니 음악과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다만 설명처럼 대화를 하며 음악을 듣거나 안내방송을 정확히 듣기는 쉽지가 않았다. 음악에 목소리가 묻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퀵어텐션은 충분히 신기하고 유용했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음악 듣는 척 몰래 남의 말 엿들을 때.

가지고 다니기도 편했다. 일단 접을 수 있는 폴딩 구조다. 전용 케이스까지 함께 준다. 거기에 담아 가방에 넣으면 끝이다.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데일리 헤드폰으로서 중요한 덕목이다. 출퇴근길 정장을 입고 착용해도 이질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색상은 블랙과 크림 두 가지다.

확실히 이어폰보다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건 분명했다. 더 크고 무겁지만 기회비용 아니겠나. 무선이냐 유선이냐를 두곤 좀더 생각해보길 권한다. 선이 없는 편리함도 있지만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니까. 가격은 그 비싸다는 에어팟 2세트 값이다. 50만원 정도란 얘기다. 문턱이 낮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