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보호제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주요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의 대표 작물보호제 제품에 독성, 저항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안으로 바이오 작물보호제가 대두되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초제 개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초제가 암 유발한다고?

국제암연구소가 '글리포세이트'라는 물질이 발암성 물질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성 물질로 분류했다. 글리포세이트는 식물 종류에 상관없이 제초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글로벌 종자 기업인 몬산토가 '라운드업'이라고 출시한 제초제의 성분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WHO는 또 '2,4-D' 제초제 성분도 발암성 물질로 분류했다. 이 성분은 특정 식물에 선택적으로 제초 효과를 내는 것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파라쿼트 성분의 모든 제초제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는 지난 2007년에 유럽연합 법원이 신젠타의 대표 제초제인 '파라쿼트'에 독성 문제가 있다며 사용 승인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제초제 사용의 반복으로 인해 내성이 생긴 '슈퍼잡초'의 급격한 확산도 문제다. 바이엘은 미국에만 156개의 제초제 내성 개체군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한 제초제 개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아무리 농약으로 효과가 좋아도 발암성, 유전독성 등이 있거나 지하수 오염 위험 문제가 있으면 아예 제품 등록을 해주지 않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다" 생물다양성 문제 대두

지난해 2월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국제기구인 IPBES는 벌 종류의 40%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인 3월 미국의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꿀벌 7개종을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따라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벌은 세계 식량자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여종의 작물 중 79%를 수분(종자식물의 수술 꽃가루가 암술로 옮겨지는 것)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꿀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으로 살충제가 지목됐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성분이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 중 하나다. 이에 유럽 식품안정청은 지난 2013년 일시적으로 이 성분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 성분이 꿀벌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올해 위험성 평가가 마무리되면 유럽에서는 관련 제품의 승인 취소 혹은 판매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런 부작용은 결국 생물다양성 문제로 이어진다. 생물다양성은 수백만 종의 동식물, 미생물, 이들의 유전자, 그 환경을 구성하는 생태계 등 지구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의 풍요를 뜻하는 말이다. 

생물다양성 문제는 글로벌 이슈다.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가 모여 생물다양성협약인 나고야의정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 보존의 맥락에서도 안전한 제품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 사진=이코노믹리뷰

작물보호제도 '친환경'...M&A 활발해진다

글로벌 작물 보호제 시장은 2014년 기준 567억달러(약 64조원) 규모다. 대부분 화학, 바이오 기반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기업의 총 매출액이 전체 시장 규모의 95.4%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바이오 작물보호제가 대안으로 떠오르자 주요 업체들은 바이오 작물보호제 개발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협업을 하고 있다.

바이오 작물보호제는 동물, 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과 잡초를 막아주는 제제를 말한다. 미생물 농약이나 생화학 농약 등이 해당된다. 

예를들어 듀폰이 개발한 천연물 유도체 '레낙시피르' 살충제는 나방류는 효과적으로 막아주지만, 포유류 등 다른 생물체에는 높은 안전성을 지닌다고 평가받는다. 

바이오 작물보호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M&A 및 파트너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물보호제는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도 매우 크고, 개발부터 위험성 평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M&A와 파트너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개발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문상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작물보호제 분야에서 기존 농약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고, 친환경성과 안정성 향상을 위해 바이오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많은 농화학 기업들이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M&A를 추진하거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합병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R&D 분야 통폐합으로 개발 비용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인 바이엘은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에 바이오 작물보호제 전문 기업 아그라퀘스트를 인수했다. 바이오 살충제인 레퀴엠을 개발, 미국과 유럽 승인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유럽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레퀴엠은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할 때 사용되는데 식물 추출물인 테르펜류 천연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최대 화학 기업 BASF도 2012년 미생물 기반 바이오 작물보호제 전문 기업 베커언더우드(Becker Underwood)를 인수해 관련 기술을 강화했다. 일본 스미모토 화학은 VBC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바이오 작물보호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젠타는 화학기업 DSM과 2015년 미생물 기반 농업 솔루션 개발 파트너쉽을 맺었다. 몬산토 역시 '종자 그 이상(Beyond the see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바이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3년 미생물제제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덴마크 기업 노보자임과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지속 가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미생물 기반 작물보호제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작물보호제 개발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 연구원은 “"바이오 작물보호제의 경우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방제 효과를 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화학 합성 작물보호제와 보완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유럽 등에서 규제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바이오 작물보호제의 성장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한편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은 2014년 기준 1조42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이다. 같은해 기준 상위 세 개 업체가 45.7%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작물보호제 기업 수는 팜한농, 농협케미컬, 경농, 동방아그로, 한국삼공 등 37개로 대부분 농약 완제품 제조사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작물보호제 분야는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다. 농업진흥청에  '생물' 농약으로 등록된 제품은 39개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약에 비해 바이오 작물보호제의 효과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찾는 수요가 적어 그동안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농약에 비해 효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고, 화학제품보다 보관상에 어려움이 많아 유통도 쉽지 않았다"며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도 있어 그동안 시장 형성이 더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농약보다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유기농업자재' 개발이 더 활발한 편"이라며 "작물보호제는 대부분 작은 회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기농업은 유기물, 미생물 등 자연적인 자재만을 사용하는 농업으로 작물보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이 그 범위에 포함된다. 글로벌 시장의 대기업들이 벤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작은 기업들이 더 빠르게 해당 분야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인해 제품 성능도 많이 좋아졌고, 유통 환경도 개선됐다"며 "시장에서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관련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