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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뉴스 전성시대..."트래픽 장사하던 언론은 정당한가"페이크 뉴스 없앨 묘수 없어..언론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부터

페이크 뉴스, 즉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가 23일 주최한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진 한양대학교 교수는 "페이크 뉴스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독자가 뉴스를 확인하는 순간 클릭 한 번으로 신고센터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기술적 제재방식을 도입하고 올바른 뉴스 소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출처=픽사베이

페이크 뉴스 전성시대

따지고 보면 인류는 언제나 유언비어와 함께였다. 특히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거나 기본적인 안전망이 붕괴되어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여지없이 유언비어는 수풀을 기어가는 독사처럼 모두를 현혹하고 공포로 몰아갔다.

로마제국의 암군인 네로는 기독교인들이 로마를 불태웠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시민들을 선동했으며 중세시대에는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자들의 입을 통해 마녀사냥의 공포가 넘실거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인류의 적으로 규정했고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은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죽인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유언비어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졌다. 매카시즘과 같은 마타도어(Matador)가 일종의 사회적 전략으로 체화되며 기술을 이용해 유언비어의 파급력을 키우려는 시도가 있었다.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영화와 가요 등 대중문화의 어두운 기원을 들추면, 여지없이 선동의 흑역사가 감지된다.

방송매체를 통한 선전술에 능했던 나치 독일의 선동가 괴벨스는 "국민을 다스리는데 빵과 우유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말로 유언비어의 기술적 고도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와 굵직굵직한 변화와 불안의 시기를 관통해 기생충처럼 연명하던 유언비어는, 21세기 현재 기술의 발전과 더욱 호흡하며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슈퍼 괴물로 진화하고 있다. 귀족체제가 무너지고 표면적 만민평등시대가 열린 상태에서 일정정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언론의 가면을 쓰고 친숙한 미소를 흘리기 때문이다.

페이크 뉴스. 그들은 믿고싶은 것만 믿는 대중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우리의 눈을 흐리고 있다.

페이크 뉴스의 기원은 닷컴시대가 열렸던 지난 2000년대 초라는 것이 정설이다. 1세대 포털 및 운영체제의 등장으로 인터넷 시대가 열리자 정보의 유통권력이 일정정도 분산되었고, 이 틈을 노려 유언비어가 페이크 뉴스의 흐름을 탔다는 뜻이다.

SNS 시대가 열리며 초연결 사회 인프라가 확립되기 시작한 2010년대는 페이크 뉴스의 도약기로 평가할 수 있다.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까지 페이크 뉴스는 말 그대로 유언비어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블로그를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가 흘러가거나 대중을 선동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벌어지기는 했지만, 언론과는 일정정도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진짜 페이크 뉴스 시대는 2010년 초중반부터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며 온 지구촌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기 시작한 무렵,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두 번째로 높았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온디맨드 업체 우버가 탄생하고 분노한 99%의 월가시위가 세상의 뺨을 후려칠 무렵 페이크 뉴스는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흑색선전, 자극적 선전술이 동원되었던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페이크 뉴스가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월드폴리티커스닷컴(WorldPoliticus.com)이 대표적이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비중있게 다뤘는데 알고 보니 이 사이트는 마케도니아에 거주하는 한 청년이 만든 페이크 뉴스 홈페이지였다.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버즈피드는 미디어 전문가 크레이그 실버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대선 당시 페이크 뉴스와 정론지의 영향력을 비교한 바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갈수록 상위 20개 페이크 뉴스에 대한 관심이 상위 20개 정론지 기사보다 더 큰 파급력을 보여줬던 것.

페이크 뉴스는 주로 SNS를 통해 퍼지곤 한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트위터 등 초연결 기조의 ICT 기업들은 일제히 페이크 뉴스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언론사들과 협업으로 뉴스를 게시하며 관계를 강화하고, 언론인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이용 촉진 교육을 하기로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 출처=페이스북

페이크 뉴스, 진짜 언론을 이용하다

페이크 뉴스는 어떤 의도로 만드는 것일까?

먼저 돈이다. 월드폴리티커스닷컴의 경우 페이크 뉴스를 만들어 페이스북에서 14만회가 넘는 공유를 끌어냈고, 그 결과 막대한 광고비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싸한 제목으로 '낚는' 페이크 뉴스가 엄연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또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조직적인 선동을 위해 페이크 뉴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비선실세 논란 정국에서 청와대가 페이크 뉴스를 통해 여론전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장난삼아 페이크 뉴스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몇몇 개발자들은 페이크 뉴스를 만드는 앱을 개발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짚어볼 점은 페이크 뉴스의 진화다. 최근 등장하는 페이크 뉴스는 대부분 언론사 홈페이지와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텍스트만 유포했다면, 이제는 어엿한 홈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유포하는 방식이다. 기자 바이라인도 들어가고 틀도 제법 갖춘 것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크 뉴스와 진짜 언론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분리되었을까.

현재 언론사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론사로 등록된 총 매체수만 6000개가 넘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5인 미만 언론사도 그 지위를 인정했기 때문에, ICT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논지를 가진 언론사의 난립과,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소위 "트래픽 장사에만 매진했던 언론사들이 페이크 뉴스와 무엇이 다를까"라는 근원적 질문이다.

이런 현상은 언론사의 공신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는 동시에, 페이크 뉴스에 대한 만성적 익숙함을 유도한다.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오보에 관대한 정서가 가짜뉴스를 확산시켰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언론사의 자체 가이드 라인이 무너지며 페이크 뉴스와 언론사의 간격이 좁아졌다는 상황판단이다.

페이크 뉴스가 언론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속보에 목을 매는 언론환경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페이크 뉴스를 기반으로 진짜 언론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반기문 전 UN대사 대선 불출마 이유' 기사가 대표적이다. 반기문 전 대사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확실한 법적인 제도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페이크 뉴스가 당당히 언론사에 인용되어 보도됐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 후 전 세계의 언론이 낚인 사례도 있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이 아버지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입국한다는 페이크 뉴스가 SNS 왓츠앱에 퍼졌다. 이를 믿은 언론사들이 김한솔의 입국 예상 포인트로 대거 몰려가 때아닌 숨바꼭질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유언비어였지만, 한동안 김한솔 말레이시아 입국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실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 출처=픽사베이

"진실에 거짓을 섞는다"

속보에 목을 매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는 양산형 기사를 쓰는 시대. 페이크 뉴스와 진짜 언론의 경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심지어 페이크 뉴스의 콘텐츠를 진짜처럼 쓰는 언론사도 있으며, 페이크 뉴스에나 어울릴 법한 콘텐츠를 당당하게 써버리는 언론사도 있다.

이러한 혼란을 타파할 뚜렷한 묘수도 없어 보인다. 만약 페이크 뉴스를 기술적으로 제어하면 자연스럽게 `표현의 자유` 측면, 즉 언론보도의 자유가 크게 제약받을 수 있다. 진실에 거짓을 적절하게 섞어 더욱 교묘해지는 페이크 뉴스의 가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언론사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반성이 페이크 뉴스를 타도할 수 있는 최초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은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기존 언론이 신뢰를 받으면 페이크 뉴스는 사라질 것"이라며 '기본'에 집중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진부하지만 모든 언론이 곰곰히 따져야 할 부분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2.24  09: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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