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콘텐츠? 재미의 스펙드럼 넓히면 곧 산업이다”

미디어 그룹 CJ E&M(이하 E&M)이 또 사고를 쳤다. 2017년 1월 1일. 그간 온라인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자랑했던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TV라는 공간으로 데려와 그들이 ‘노는’ 공간 다이아 티비(DIA TV)를 만들었다. 혹자들은 ‘이제 CJ도 갈 데까지 갔다’며 기존 공중파 미디어들의 온라인화가 진행되는 흐름에 역행(逆行)하는 시도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E&M은 주변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 그래왔듯’ 묵묵하게 다이아 티비의 사업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결국에는 우리가 옳다고 인정할 거다’라는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을 이끄는 남자, 다이아 티비의 ‘아버지’, CJ E&M 미디어솔루션 부문 이학성 국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다이아 티비 개국 1개월, 어떤 성과를 얻었는가?

A. 회사로서는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우리 외의 주변에서 바라봤을 때의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처럼 내부적으로도 ‘과연 이 사업이 잘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 티비의 운영 책임자로서 개국 이후 지난 한 달을 돌아봤을 때 드는 생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화할 수 있는 수치적 성과들이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개국 이전의 우려와 달리 다이아 티비는 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DIA TV <아임밴쯔> 방송 장면. 출처= CJ E&M

이는 결론적으로 ‘재미’와 ‘정보 제공’이라는 콘텐츠의 본질을 유지하되 기존에 잘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들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우리 스스로 의미를 더 부여하는 것은 TV‧온라인을 아우르는 LIVE 방송과 편성을 동시에 하는 1인 크리에이터 방송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후의 성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만약 다이아 티비가 우리의 목표대로 성과를 내고 성공을 거둔다면 전 세계에서 우리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웃음).

 

Q. 다이아 티비의 시작 배경은?

A. 방송의 패러다임 변화는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취향도 쉽게 변하고, 요구 조건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TV 방송 영역에 머물던 영상 콘텐츠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온라인‧모바일 쪽으로 넘어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소위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라는 하나의 산업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E&M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현재의 시대와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는가? 고민이 계속 이어지던 도중 ‘연예인이 아닌 연예인’들,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주목하게 됐다.

그들은 분명히 일반인이지만, 온라인 방송의 영역에서는 그 어떤 연예인들도 부럽지 않은 인지도와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누군가 연출해놓은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만든 구성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시청자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한다. 유명 연예인들이라면 자신의 이미지 관리 때문에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1인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해서라면 망설이는 법이 없다. ‘그들을 더 큰 판에서 놀게 해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다이아 티비가 시작됐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들을 이전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Q.운영으로 드러난 한계는?

A.새롭게 시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으로 직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은 빈약하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점이다. 혹자들은 기존의 1인 인터넷 방송들을 그저 한곳으로 모아놓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이아 티비는 지금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인 만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끝내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본보기로 삼는 전례들이 있다. 게임 전문채널 ‘온게임넷(Ongame.net)’과 당구 전문 채널 ‘빌리어즈TV(Billiardstv)’다. 지금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한때 온게임넷은 현재 우리나라 게임 리그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다 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초기에는 ‘그게 되겠는가’는 엄청난 우려 속에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야 ‘프로게이머’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게이머들은 그저 ‘PC방 죽돌이’였다. 빌리어즈 티비도 당구는 직접 쳐야 맛이지 그걸 티비로 가만히 지켜보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의 유명 선수들을 초빙해 대회를 열고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제반 여건상 우리가 전례들과 완벽하게 같은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작하는 시점에서 많은 우려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 콘텐츠를 송출하는 플랫폼의 유기적 연결을 도모한다는 우리의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콘텐츠 수위 조절 혹은 질적 저하 방지 대책은?

A. 온라인에서 비교적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크리에이터들을 텔레비전이라는 공간으로 데려오면서 가장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예를 들면 크리에이터들의 과격한 언행, 주목을 받기 위한 선정적 장면 연출, 정치적 성향의 표출 등은 자칫 잘못하면 콘텐츠의 저질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적용했다.

아울러 크리에이터들에게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일종의 교육들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또한 실시간 방송 도중 시청자들도 채팅창에 비속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텍스트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단 한건의 방송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조금 더 표현의 수위를 높여도 될 것 같은데, 이제는 크리에이터들이 알아서 (조금은 과도하다 할 정도로) 조심하고 있어 콘텐츠들의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가 됐다.

▲ 다이아 티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출처= CJ E&M

Q. 다이아 티비, 앞으로의 목표는?

A. 간단하다. 다이아 티비가 더 재미있는 방송들을 만들어 돈을 버는 사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현재 구상 중인 것으로는 실시간 방송에 채팅‧투표‧퀴즈 등을 확대 적용해 시청자들과 접점을 넓히는 것이다. 혹은 실시간 방송 도중에 시청자들이 즉석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 방송을 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일련의 시도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콘텐츠들의 장르도 다양해지고 이전보다 더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거기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도록 수익적인 기반이 갖춰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우리 외에 더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경쟁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발전이 없다. 특정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경쟁자들이 많이 생겨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2~3년은 시장의 안정성을 구축하는 기간으로 보고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의 본질에 충실해 더 많은, 더 새로운, 더 기발한 시도들을 보여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