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담당하면서 기업 탐방도 다녀보고 투자할 만한 기업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죠. 그런데 저는 제약주 투자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제약주 투자하겠어요? 투기나 마찬가진데요. 제약사 사장들은 ‘주가만 띄우면 장땡’이라고 해요. 기관투자자들이야 치고 빠진다고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손해 보기 딱이죠. 저도 같은 제약사라면 국내 기업 말고 해외 기업에 투자하겠어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제약주에 투자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느냐 묻자 “투자자는 어차피 제약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난 2015년 초부터 제약업종 주가는 성장세를 그렸다. 그런데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업가치 평가는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등으로 이뤄진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기준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과연 상용화될지, 기술수출 성공 이후 그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태어날지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제약협회는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탐색부터 따지자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0.01%라고 분석했다. 만 개의 파이프라인 탐색이 이뤄져야 상업화가 되는 신약은 1개가 나오는 셈이다. 확률로 생각해보자면 국내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이 만 개는 돼야 신약 1개가 나올까 말까라는 뜻이다.

성공 확률도 낮은데, 결과도 알기가 어렵고, 투자자들은 제약이 개발되는 과정을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눈속임하기 딱 좋은 환경 아닌가.

한참 인기를 끌었던 제약주에 대한 관심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취소로 과열된 시장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졌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상장하는 건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자본이 있어야 기업도 성장한다. 그런데 어차피 투자자들이 제약에 대해 잘 모를 거라는 생각에 주가 띄우기로 무작정 자금만 끌어 모으려고 한다면 과연 그 기업은 오래도록 성장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기업들은 질적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제약업종은 기본적으로 호흡이 긴 산업이라고들 한다. 기술을 쌓고 결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건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를 다시 찾아오려면 다음 기술로 기업을 다시 평가받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투자자들이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을 수는 있지만, 한 번 떠난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