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국가들이 약속대로 감산합의 이행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재고 증가와 셰일오일 증산 가능성이 대두되며 유가는 횡보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기적으로 원유시장 공급과잉해소 국면에 접어들게 돼, 유가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금 유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OPEC 확고한 감산의지...1월 감산 이행률 93%

최근 발표된 OPEC의 1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89만배럴 감소하면서 3214만 배럴을 기록했다. 감산에서 면제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를 제외한 OPEC 회원국들이 1월에 114만 배럴을 감산해야 했고 감산에 합의한 회원국들은 실제 106만 배럴을 감산했다. 감산 이행률은 93%로 과거 평균인 60%를 크게 상회했다.

<OPEC 회원국별 감산 규모>

자료: OPEC, 한국투자증권

특히 사우디는 감산 할당량보다 11만2천 배럴 추가 감산하면서 1월 산유량이 2015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천만 배럴을 하회했다. 감산이행률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최대 국영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상장을 앞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 우려..원유 재고 증가

OPEC이 상당한 규모의 감산을 이행했음에도 유가가 소폭 하락한 이유는 바로 미국이다. OPEC의 1월 산유량이 발표된날 미국에너지기구(EIA)에서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2월부터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증하면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전망>

자료: EIA, 한국투자증권

EIA에서 공개한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에 셰일오일 생산량이 각각 4만배럴, 8만배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셰일오일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2015년 4월 이후로 작년 6월과 10월에도 셰일오일 생산량이 상승반전 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셰일오일 생산량이 증가한지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속성이 없었다. 그러나 EIA가 이번에는 2월과 3월 연속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는 2015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두달 연속 증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원유 재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원유 재고는 총 5억1800만배럴을 상회하는 등 수치가 집계된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 재고 추이>

자료: EIA, 한국투자증권

최근 미국 원유 재고가 급증한 이유는 감산 이행을 앞두고 사우디를 포함한 OPEC 회원국들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미국 원유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을 앞두고 미국 정유시설이 정비시즌에 접어들면서 가동률이 빠르게 하락한 점도 미국 원유 재고 증가에 기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산유량 증가에 따른 재고 증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미국 산유량은 연초 대비 20만배럴 늘어난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재고 급증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유시장은 공급과잉 해소 국면에 진입. 중기적 관점에서 유가의 우상향 전망 유지

전문가들은 여전히 WTI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에 안착해 55~60달러의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이고 있다. OPEC의 충실한 감산 이행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시장이 공급과잉 해소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의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도별 원유시장의 초과공급 규모와 연평균 유가 추이>

자료: EIA,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은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 효과로 인해 미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들고 계절적인 이유로 하락했던 가동률이 반등하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와 같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증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원유시장이 공급과잉 해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게다가 OPEC 회원국들의 높은 감산 이행률을 감안했을 때 유가부양에 대한 이들의 의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유가는 박스권 하향돌파 보다는 상향돌파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배럴당 55달러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