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 하이닉스 부회장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 건에 대해 검토 의사를 밝혔다.

박 부회장은 23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도시바 인수 조건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받은 바 없으나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3조원대(19.9%) 규모 인수전이 10조원대(50% 혹 그 이상) 규모로 몸집이 불어난 상태에서 하이닉스가 입찰에 참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인수금액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

SK고위 관계자는 "금액이 얼마에 이를지는 알수 없지만, 매년 6조~7조원은 투자를 해왔고 투자자들을 모을 경우 자금 여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다"며 "그러나 아직 제안서를 정식으로 받은 것이 없는 만큼 신중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초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에서 웨스팅하우스가 63억달러(7조1662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여러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손실을 메우려고 시도했으나, 손실규모가 워낙 컸다. 반도체 사업의 매각이 불가피해지게 된 것.

지난달 도시바는 낸드 사업 지분 19.9%를 매각, 경영 재건을 도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발표 예정이었던 지난해 3분기실적과 연간 운영계획을 연기할 정도로 그룹 내 손실이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도시바는 낸드사업 지분을 50%에서 최대 100%까지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 

지분 50% 이상을 판매한다는 발표는 입찰가에 대한 여러 의문을 자아냈다.

지난 21일 영국 로이터통신은 도시바가 매각금액으로 최소 1조엔(10조원)을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루뒤인 지난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조엔(20조원)이라는 보도, 도시바가 원하는 정확한 매각액에 대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시바의 낸드 사업 매각 소식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3일 도시바에 낸드 사업 지분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애초 매각 지분 19.9%에 3조원을 배팅했다. 그러나 도시바가 추가 지분매각을 발표하면서 매각 추정금액이 최소 10조원까지 늘어났다. 정확한 매각 지분량도 불분명해 재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시바가 구체적인 제안과 일정을 잡으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SK고위관계자는 "이는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라, 중립적 입장으로 해석해달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낸드 사업군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 점유율 10.4%로 5위다. 삼성, 도시바, 웨스턴 디지털의 점유율은 각각 36.6%, 19.8%, 17.1%다. 만약 SK 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 사업을 인수에 성공한다면 2인자로 올라선다는 의견이다.

또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은 스마트폰 및 서버에서 수요가 강하다. 메모리 업체의 주된 이익 요인이기에 SK 하이닉스엔 중요한 입찰 결정이 될 것이다.

재입찰에는 여전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웨스턴 디지털과 베인 캐피털 같은 잠재적 경쟁자가 존재한다. 일각에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경쟁에 참여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직 추가 입찰과 입찰 기업에 대한 발표는 없다. 도시바의 낸드 사업을 노리는 거대한 기업들의 배팅 루머가 들려오고 있는 상태다.

낸드 사업 지분 매각 재입찰 절차는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며, 지분은 4월 이후에 매각될 예정이다.

도시바 대변인은 재입찰 프로세스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도시바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도시바는 입찰 조건으로 일본 낸드사업 관련 근로자 유지 등을 내세우며 기술 유출을 방지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