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3일 그랜저 IG의 출고 수요 분석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랜저는 현대차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인데요. 지난해 말 출시 이후 두달 연속 국내 판매 1만대를 넘기며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자료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 초까지 판매된 그랜저 구매층을 대상으로 집계됐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구매층이 젊어졌다는 점입니다. 30~40대 비중이 42.9%나 됩니다. 그랜저를 선택한 10명중 4명은 30~40대인 셈이죠.

이전 세대 모델인 그랜저 HG(2016년 기준)의 경우 30~40세대 비중이 39%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도 ‘HG가 젊어졌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준중형차 구매층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성별 기준으로 살펴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남성이 77.7%, 여성이 22.3%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준대형 세단 시장은 남성 운전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IG부터 여성 오너들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엔진의 경우 가솔린이 79.2%(2.4 모델 46%, 3.0 모델 32.3%) LPI가 13.8%, 디젤이 7%로 나타났습니다. 색깔의 경우 미드나잇블랙이 49.3%로 가장 많았습니다. 판테라 그레이(22.3%), 화이트 크림(17.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 현대차 그랜저 IG / 출처 = 현대자동차

여기까지는 평범한 통계 자료입니다. 많은이들이 살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 그랜저 구매층이 젊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 출시 초기부터 ‘젊은 이미지’를 강조했으니, 따지고 보면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보다 주목해야할 점은 옵션 선택 비율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랜저 구매자들은 스마트 센스 패키지(37.3%), 19인치 휠+미쉐린타이어(23.7%), 파노라마 썬루프(21.3%), JBL 사운드패키지(9.1%), 프리미엄 인테리어 컬렉션(4.2%) 순으로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스마트 센스 패키지에는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등이 포함됩니다. 사측이 ‘부분자율주행 기반의 첨단 보조장치’라고 표현하는 옵션이고요.

옵션 가격은 2.4·3.0 모델 기준 150만~160만원입니다. 파노라마 썬루프(110만원)보다 비쌉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객들이 각종 채널을 통해 사고 영상 등을 접하며 불안감이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블랙박스 장착률이 높아지며 나타난 현상이죠. 멋과 편의성의 상징인 파노라마 썬루프보다 선택 비중이 높았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합리적 선택을 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입니다. 멋있는 외관과 편리한 기능보다는 안전이 최우선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랜저 IG를 젊은 세대가 많이 선택했다는 점은 하나의 큰 트렌드입니다. 3040세대가 자동차에 구매력을 많이 쏟으며 수입차·준대형차 등을 사고 있으니까요. 신형 그랜저의 경우 태생부터 젊고 세련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랜저의 교훈은 ‘젊음’이 아닌 ‘안전’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각각 E세그먼트(E-클래스와 5시리즈) 신차를 내놓고 판매 경쟁에 돌입했는데요. 마케팅 포인트로 ‘똑똑한 안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기 수준의 부분자율주행기술을 차에 접목했는데, 운전자의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그랜저를 구매했습니다. 그들은 옵션으로 스마트 센스 패키지를 골랐습니다. 좋은 자동차의 조건에서 ‘안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